[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의 이혼소송 결과가 재산분할 방식에서 극명하게 갈렸다. 최 회장 사건에서는 1조원에 가까운 현금 지급이 명해진 반면 권 CVO 사건 1심에서는 회사 주식 35%를 배우자에게 직접 넘기라는 판단이 나왔다.
두 사건을 가른 것은 단순히 상장주식과 비상장주식이라는 차이만은 아니다. 핵심 자산이 전체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환금성, 대규모 현금 조달 가능성, 지분 이전이 경영권에 미칠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권 CVO 사건은 판결이 확정될 경우 100% 단독 지배체제가 65대35로 바뀐다는 점에서 개인 간 재산분할을 넘어 스마일게이트 지배구조를 뒤흔들 변수가 됐다.
현금 vs 현물…자산구조·환금성이 갈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은 지난 9일 권 CVO가 배우자 이씨에게 스마일게이트 주식 35%와 현금 650억원 등 총 2조5500억원 상당을 분할하라고 판단했다. 이씨의 기여도는 35%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7월 24일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 관장의 재산형성 기여도는 33.3%로 인정됐다.
비슷한 기여율에도 분할 방식은 전혀 달랐다. 최 회장 사건 재판부는 SK㈜ 주식을 직접 이전하는 대신 현금으로 분할하도록 했고, 권 CVO 사건 재판부는 스마일게이트 지분 자체를 넘기도록 했다.
권 CVO의 순재산 약 7조3375억원 가운데 스마일게이트 주식 가액은 약 7조1049억원으로 96.8%를 차지했다. 현금으로 2조원대 분할금을 마련하려면 비상장주식을 대규모로 처분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매각 비용과 세금 부담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현물 분할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반면 최 회장 사건에서는 SK㈜ 주식이 상장돼 상대적으로 가격 확인과 현금화가 용이한 데다 지분 자체를 이전할 경우 그룹 지배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요소가 됐다. 상장 여부 자체가 분할 방식을 결정했다기보다, 주식의 환금성과 전체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경영권에 미칠 영향이 서로 다른 결론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 판결대로라면 최 회장은 9440억원의 현금을 지급하면서도 SK㈜ 지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권 CVO는 1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스마일게이트 지분 35%를 배우자에게 넘기게 돼 100% 단독 지배구조가 65대35로 재편된다.
특유재산 판단도 달랐다…665억 vs 2조5500억
분할 규모가 벌어진 출발점에는 핵심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판단 차이도 있었다.
최 회장 사건 1심은 SK 주식을 혼인 전 형성된 특유재산으로 보고 분할 대상에서 제외해 재산분할금을 665억원으로 정했다. 그러나 2심은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하면서 금액을 1조3808억원으로 높였다.
대법원은 이후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이 노 관장의 재산형성 기여로 반영된 부분 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재산분할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은 SK㈜ 주식을 여전히 분할 대상에 포함하되 기여도와 주식 평가시점 등을 다시 판단해 분할액을 9440억원으로 낮췄다. 2심보다 4368억원 줄어든 규모다.
반면 권 CVO 측은 이씨가 공동 창업자가 아니며 실질적인 경영 참여도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회사 설립 초기 지분 보유와 대표이사 등재, 가사·양육, 혼인 초기 가족의 경제적 지원 등을 재산형성 기여로 인정해 스마일게이트 주식을 분할 대상에 포함했다.
두 사건의 1심만 놓고 보면 재산분할 규모는 최 회장 사건 665억원과 권 CVO 사건 약 2조5500억원으로 약 38배 차이가 난다.
권 CVO의 배우자 이씨가 이혼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2년 11월로, 최 회장 사건 1심 선고가 나오기 약 한 달 전이다. 두 사건 모두 기업가 지분이 핵심 재산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재판부가 배우자의 재산형성 기여와 핵심 주식의 분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졌다.
혼인 파탄 책임에 대한 판단도 엇갈렸다. 최 회장은 유책배우자로 인정돼 1심 1억원이던 위자료가 2심에서 20억원으로 늘었다. 이 위자료 판단은 대법원에서 이미 확정됐다.
권 CVO 사건에서는 재판부가 파탄 책임이 부부 양측에 대등하게 있다고 보고 이혼 청구는 받아들이되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최태원 재상고·권혁빈 항소 변수…아직 ‘확정판’ 아니다
두 사건 모두 현재 재산분할 구조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최 회장 측은 파기환송심 판결에 재상고한 뒤 지난달 말 상고취지를 감축해 9440억원 가운데 7000억원은 다투지 않고 나머지 2440억원 상당을 대법원에서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상고 쟁점에는 기여도 산정과 SK㈜ 주식 평가시점, 일부 재산의 분할 대상 포함 여부 등이 얽혀 있는 만큼 이를 두고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본 판단 자체를 전면 수용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권 CVO 측 역시 1심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현 단계에서 스마일게이트 지분 35%가 실제 이전된 것은 아니다. 상급심 결과에 따라 지분율과 분할 방식이 달라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
비슷한 30%대 기여율에서 출발했지만 한쪽은 현금, 다른 한쪽은 회사 지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현금성 자산이 적고 오너 지분에 자산이 집중된 비상장기업에서는 이혼소송 결과가 개인 재산을 넘어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로 직접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권 CVO 사건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IPO 미룬 선택, 이혼소송 기업가치 평가에도 등장
스마일게이트는 기업공개(IPO)를 둘러싼 별도 분쟁도 진행 중이다. 이 소송에서 활용된 스마일게이트RPG 기업가치 평가가 권 CVO 이혼소송에서도 참고 요소로 거론되면서 두 사건의 연결고리가 부각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4월 2일 라이노스자산운용의 스마일게이트RPG 투자와 관련한 IPO 약정 소송에서 투자자 측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스마일게이트 측에 1000억원과 2023년 12월 8일부터 완제일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스마일게이트 측은 전환사채(CB) 평가손실 등을 이유로 IPO 추진 의무가 소멸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적이 좋아질수록 CB 평가손실이 커져 상장 의무가 사라질 수 있는 구조는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하고, 상장예비심사 청구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데 따른 책임도 인정했다.
해당 소송에서 손해액 산정의 기초가 된 회계법인 평가보고서상 합병 전 스마일게이트RPG 기업가치는 약 8조800억원이었다. 법원은 이를 토대로 투자자 측 손해액을 산정했지만, 일부 청구된 금액이 1000억원이어서 판결금도 이에 맞춰 결정됐다.
배우자 이씨 측은 손배소 1심 선고 직후 재산 형성 기여도와 신의성실 원칙 위반 판단 등을 담은 준비서면을 이혼소송 재판부에 제출했다.
서울가정법원 재판부 역시 이씨의 기여도를 35%로 정하면서 최근 다른 사건에서 스마일게이트RPG의 기업가치가 이혼소송 감정가보다 높게 평가된 점을 고려 요소 중 하나로 언급했다. IPO 소송에서 활용된 기업가치 평가가 재산분할 판단에서도 참고 지표로 등장한 셈이다.
IPO 소송의 기업가치 평가나 법적 판단이 이혼소송 재판부를 구속하는 것은 아니다. 두 사건은 당사자와 청구원인, 가치평가 목적 자체가 서로 다르다. 스마일게이트 측도 IPO 약정 소송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정 소송은 회사에 직접적인 재무 부담을 안길 수 있는 사안인 반면, 조 단위 이혼소송은 권 CVO 개인의 지분율과 직결돼 향후 오너십과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두 사건의 상급심 결과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스마일게이트를 둘러싼 지배구조와 기업가치 불확실성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권 CVO 이혼소송이 대법원까지 갈 경우 최종 판결까지 지분 구조가 정해지지 않아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며 "라이노스 소송까지 겹쳐 있어서 파트너사나 투자자 입장에선 오너 리스크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고, 기업 평판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