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거듭 거론되고도 지주에 남았던 신한금융그룹의 두 핵심 참모가 다시 갈림길에 섰다. 고석헌 그룹전략부문장(CSO)과 이인균 그룹운영부문장(COO) 모두 올해 말 임기가 끝나지만 이번에는 유임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금융권에서 우세하다. 주요 계열사 CEO 자리까지 대거 인사 대상에 오르면서 두 사람이 계열사 경영 일선으로 나설지, 그룹을 떠날지가 연말 인사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최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12개 자회사 CEO에 대한 경영승계 절차에 들어갔다.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계열사가 포함됐다. 고 부사장과 이 부사장을 비롯한 지주 주요 경영진의 임기도 올해 말 만료된다.
두 부사장은 신한금융 안팎에서 수년째 계열사 CEO 후보로 거론돼온 인물이다. 2024년 말 12개 계열사 CEO의 임기가 한꺼번에 끝났을 때도 이동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진옥동 회장은 본부장급 인사를 대거 발탁했고 두 부사장은 지주에 남았다. 지난해 말에는 그룹재무부문장(CFO)과 리스크관리파트장(CRO)을 교체하는 대신 두 부사장을 유임하면서 다시 한번 신임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주요 계열사 CEO의 임기가 한꺼번에 끝나는 데다 두 부사장 모두 지주 핵심 보직을 장기간 맡아온 만큼 추가 유임보다는 계열사 이동이나 퇴임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많다. 2024년과 지난해 연이어 지주에 남았던 두 사람에게 올해가 계열사 CEO로 이동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은 이번 인사가 매우 중요하다"며 "지주에서 오래 근무한 부사장들은 이번에 CEO로 나가지 못하면 앞으로 기회가 많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신한금융의 최근 인사에서도 장기 재임 경영진의 교체와 계열사 이동이 동시에 나타났다. 지난해 말에는 2019년부터 그룹 리스크관리를 맡아온 방동권 부사장이 물러나고 나훈 상무가 후임으로 선임됐다. 반면 천상영 당시 CFO는 신한라이프 사장으로 이동했고 빈자리는 장정훈 부사장이 이어받았다. 장기 재임한 지주 경영진이 계열사 CEO로 이동하거나 후배에게 핵심 보직을 넘겨주는 인사가 실제로 이뤄진 셈이다.
두 부사장이 올해 계열사 CEO로 이동할 경우에도 비슷한 연쇄 인사가 가능하다. 그룹전략부문장과 그룹운영부문장이라는 지주 핵심 보직이 동시에 열리면서 후배 경영진을 전진 배치할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진 회장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그룹 전략과 운영을 맡아온 경영진에게 계열사 경영을 맡겨 능력을 검증하는 동시에 지주 경영진의 세대교체까지 추진할 수 있다.
고 부사장은 그룹 전략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오랫동안 다뤄온 경험이 강점으로 꼽힌다. 1994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뒤 2018년 지주로 옮겨 그룹 중장기 전략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맡아왔다. 2020년에는 오렌지라이프 임원을 겸직하며 신한생명과의 통합 작업에도 참여했다.
지주에서 그룹 전체의 사업 방향을 설계해온 만큼 계열사 CEO로 이동할 경우 전략 수립 경험을 개별 회사의 경영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특히 보험 계열사 통합 과정에 참여한 이력은 사업구조 재편과 조직 통합에 대한 이해도를 보여주는 경력으로 평가된다. 지주 전략 책임자에서 계열사 경영 책임자로 역할을 바꿀 수 있느냐가 이번 인사의 핵심 변수다.
이 부사장은 고 부사장과 달리 그룹 운영과 인사·조직관리에 전문성을 쌓아온 인물이다. 2019년 새로 만들어진 COO를 맡은 뒤 그룹 운영과 인사를 줄곧 총괄해왔고 2022년 말에는 차기 신한은행장 후보군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지주 근무 기간이 길어 최근 은행 영업 현장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부사장에게는 계열사 CEO 이동 외에 부회장직 신설이라는 또 다른 선택지도 거론된다.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연말 조직개편 과정에서 부회장직이 새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신설이 이뤄진다면 그룹 운영과 인사를 장기간 총괄해온 이 부사장이 후보군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계열사 CEO로 이동하지 않더라도 그룹 경영 전반에서 역할을 이어갈 수 있는 시나리오다.
두 부사장이 진 회장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왔다는 점도 이번 인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고 부사장은 진 회장 취임 전부터 그룹 전략을 담당했고 이 부사장은 2019년부터 그룹 운영을 맡으며 진 회장을 보좌해왔다. 특히 이 부사장은 2008년 오사카지점에서 지점장이던 진 회장과 3년 동안 함께 근무한 인연도 있다.
그동안은 이런 점이 두 부사장의 강점으로 평가됐다. 그룹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데다 진 회장과 손발을 맞춰온 만큼 계열사를 맡더라도 그룹 전략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올해 인사에서는 오랜 신임만큼이나 계열사별 경영 과제에 맞는 전문성과 경영능력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자회사 CEO 선임 과정에서 특정 계파나 친소관계보다 능력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어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나 자회사 CEO 선임 과정에서 특정 계파나 친소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능력 중심의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의 주문을 내놨다. 자회사 이사회의 실질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두 부사장이 계열사 CEO로 이동하려면 진 회장과의 오랜 협업 경험을 넘어 각 계열사의 사업과 경영 과제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고 부사장의 전략·사업 포트폴리오 경험과 이 부사장의 인사·조직관리 역량이 실제 계열사 경영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인사 판단의 핵심이 될 수 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고석헌·이인균 부사장 모두 지주 핵심 보직을 오래 맡아온 만큼 올해도 같은 자리에 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계열사 CEO로 이동하지 못하면 퇴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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