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신한금융그룹 연말 인사가 다가오면서 내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진옥동 회장이 두 번째 임기 첫해를 마무리하며 단행하는 경영진 인사인 데다, 12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지주 핵심 경영진이 한꺼번에 인사 테이블에 오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짜이는 진용이 진 회장의 남은 임기 2년은 물론 차기 회장 체제의 경영진 구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예년과 인사의 무게감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최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12개 자회사 CEO에 대한 경영승계 절차에 들어갔다.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계열사가 모두 포함됐다.
2년 전 두 번째 임기를 부여받은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이승수 신한자산신탁 사장,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사장 등의 임기도 올해 말 끝난다.
계열사 CEO뿐 아니라 지주 경영진도 대거 인사 대상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신한금융 지주 부사장은 고석헌 그룹전략부문장(CSO), 이인균 그룹운영부문장(COO), 장정훈 그룹재무부문장(CFO), 박현주 그룹소비자보호부문장, 최혁재 그룹AX·디지털부문장 등 5명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말 새로 선임된 장정훈 부사장을 제외한 4명의 임기가 올해 말 끝난다. 계열사 CEO와 지주 핵심 경영진의 자리가 동시에 인사판에 오르는 셈이다.
이에 이번 인사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로는 고참 경영진의 계열사 CEO 이동 여부가 꼽힌다. 지주 핵심 보직을 오래 맡아온 부사장과 은행에서 3년 이상 부행장을 지낸 임원들은 아직 임기가 남은 1~2년차 부행장들과 처지가 다르다. 올해 CEO로 이동하지 못하면 향후 기회가 크게 좁아질 수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은 이번 인사가 매우 중요하다”며 “부행장 3년차 이상이나 지주 부사장들은 이번에 CEO로 나가지 못하면 사실상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회장의 남은 임기도 이번 인사의 무게를 키운다. 올해 3월 연임한 진 회장의 임기는 2029년 3월까지다. 올해 말 새로 꾸려지는 지주 경영진과 계열사 CEO들이 사실상 진 회장의 남은 임기 2년을 함께할 핵심 진용이 되는 셈이다.
특히 올해 대거 열리는 계열사 CEO 자리는 고참 경영진의 경영능력을 검증하는 무대로 활용될 수 있다. 지주와 은행의 핵심 보직에서 전략 수립과 영업, 디지털 등 특정 분야를 맡아온 임원에게 계열사 경영 전반을 맡기고 실제 성과를 확인할 수 있어서다. 임원으로서 쌓은 전문성과 조직관리 능력이 CEO 자리에서도 통하는지를 진 회장의 남은 임기 동안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이는 지주와 은행의 세대교체와도 맞물린다. 고참 경영진이 계열사 CEO로 이동하면 이들이 비운 핵심 보직에 후배 임원을 올릴 공간이 생긴다. 고참에게는 CEO로서 경영능력을 증명할 기회를 주고, 후배에게는 지주·은행의 핵심 경영진으로 올라설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고참은 CEO로, 후배는 핵심 보직으로' 이어지는 연쇄 인사가 현실화하면 한 번의 인사로 두 세대의 경영진을 동시에 시험대에 올릴 수 있다.
CEO 자리에서 받은 성적표는 '포스트 진옥동' 체제에서도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 통상 계열사 CEO에게 2년 안팎의 임기가 부여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 새로 선임되는 CEO들의 임기는 진 회장의 임기 종료 시점과 비슷하게 맞물린다. 이들이 2년간 성과를 입증하면 차기 회장이 계속 중용할 수 있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임기 만료에 맞춰 새로운 인물을 선택할 수 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임기가 끝나는 사람들을 지금 CEO로 보내면 다음 회장이 같이 갈 수도 있고 차기 회장에게 부담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올해 계열사 CEO 인사는 단순한 자리 이동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진 회장 입장에서는 고참 경영진에게 계열사 경영을 맡겨 차기 최고경영진으로 성장할 역량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동시에 이들이 비운 지주와 은행에는 후배 경영진을 전진 배치할 수 있다. 진 회장의 남은 2년이 고참과 후배 경영진을 동시에 검증하는 시간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고석헌·이인균 부사장의 거취가 관심을 끈다. 두 사람은 2024년 말에도 차기 계열사 CEO 후보군으로 꼽혔지만 지주에 남아 각각 전략과 운영을 맡았다. 2년이 지난 올해 다시 임기 만료를 앞둔 만큼 이번에는 계열사 경영 일선으로 이동해 CEO로서 성과를 검증받을지가 주목된다.
박현주·최혁재 부사장의 이동 여부도 지주뿐 아니라 은행 인사와 맞물려 있다. 두 사람은 각각 그룹소비자보호부문장과 그룹AX·디지털부문장을 맡으면서 신한은행 부행장을 겸직하고 있다. 이들이 계열사 CEO 등으로 자리를 옮기면 지주와 은행에서 동시에 후임 인사가 필요해지는 만큼 후배 경영진의 승진 폭도 커질 수 있다.
연령대를 보면 세대교체 가능성은 더욱 뚜렷해진다. 박현주 부사장이 1965년생으로 지주 부사장 가운데 가장 연장자이고 이인균 부사장은 1967년생, 고석헌 부사장은 1968년생이다. 반면 최혁재 부사장과 장정훈 부사장은 각각 1970년생과 1971년생으로 상대적으로 젊다. 고참 경영진이 계열사 CEO로 이동할 경우 지주 핵심 경영진의 무게중심이 자연스럽게 1970년대생으로 이동할 여지가 생긴다.
고참 경영진이 순차적으로 CEO 자리를 채울 것이라고 보기만도 어렵다. 진 회장은 이미 2024년 말 인사에서 기존 승진 공식을 깨뜨린 전례가 있다. 당시 본부장급 인사 5명을 계열사 CEO로 발탁하며 부행장이나 지주 부사장을 거쳐 CEO로 이동하는 전통적인 경로를 건너뛰었다. 고석헌·이인균 부사장 역시 당시 CEO 후보군으로 거론됐지만 지주에 남았다.
이는 올해 CEO 인사에서도 '경력'만큼 '검증할 인물'이 누구냐가 중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고참 경영진에게 CEO 기회를 주는 방식뿐 아니라 성과와 전문성을 갖춘 젊은 임원을 곧바로 계열사 수장으로 올려 경영능력을 시험하는 카드도 열려 있다. CEO 12자리 자체가 차세대 경영진을 추려내는 대규모 검증 무대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말 지주 경영진 인사에서도 진 회장은 고석헌 CSO와 이인균 COO를 유임하는 대신 그룹재무부문장(CFO)에 장정훈 부사장을, 리스크관리파트장(CRO)에 나훈 상무를 새로 선임했다. 올해는 12개 계열사 CEO 자리까지 한꺼번에 인사 대상에 포함되는 만큼 인사와 경영진 검증의 폭을 한층 넓힐 수 있다.
상무급 경영진도 일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영호 준법감시인(CCO)과 김지온 감사파트장, 김준환 디지털마켓센싱파트장의 임기가 올해 말까지다. 지난해 말 선임된 나훈 상무는 장정훈 부사장과 마찬가지로 임기가 2027년 말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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