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영훈, 구예림 기자]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1층 로비. 이찬진 금감원장과 8대 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이 ‘금융감독원장-은행지주회장 간담회’ 참석을 위해 회의장으로 향했다. 은행장 등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자리인 만큼, 참석자들은 현안에 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원장이 가장 먼저 꺼낸 현안은 자회사 CEO 인사였다. 올해 하반기 8개 금융지주 산하 70여개 자회사에서 CEO 선임 절차가 진행된다. 은행장 인사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 CEO가 건전성과 내부통제, 소비자보호까지 책임지는 자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만큼 특정 계파나 친소관계가 아닌 자격과 능력을 기준으로 적임자를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현직 경영진에게 유리한 승계 구조를 뜻하는 ‘참호 구축’도 경계했다. 자회사 인사를 금융지주의 지배구조와 시장 신뢰가 걸린 문제로 본 것이다.
금감원의 문제의식은 지난 15일 먼저 드러났다. 당시 이 원장은 대부분 금융지주가 마련한 자회사 CEO 승계 절차가 미흡하고,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역할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후보 자격 요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거나 단계별 최소 검증기간을 두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았다. 금감원 역시 승계 절차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회장들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 보완 시점까지 명시했다. CEO 자격 요건과 최소 검증기간 등 기본 절차가 미흡한 금융지주는 선임 절차를 시작하기 전에 고치라고 요구했다. 올해 인사부터 정비된 절차를 적용하라는 주문이다.
자회사 임추위의 역할도 강조했다. 금융지주가 CEO 후보를 추천하고 선정할 때 자회사 임추위에 후보군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후보 평가에 임추위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라고 했다. 그간 금융지주가 주도해 온 인사 과정에 자회사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라는 요구다. 회장들에게는 누구를 선임할지 뿐 아니라 어떤 절차로 결정할지도 점검해야 하는 문제가 됐다.
간담회에서는 지자체 금고 유치를 둘러싼 은행 간 과당경쟁과 금융사고 예방에 대해 논의도 이뤄졌다. 이 원장은 지자체에 내는 협력사업비가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겠다고 언급했다. 내부통제가 실제로 작동하도록 인력과 자원도 확충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날 당부한 사항을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마지노선’이라고 표현했다.
금감원은 금융지주 회장들이 자회사 CEO 선임 절차의 개선점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한꺼번에 1층 로비로 나왔다. 당국이 인사 절차의 미비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상황에서, 어느 지주가 무엇을 바꿀지 즉석에서 말하기는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참석자들은 각자 별다른 말 없이 빠르게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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