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부동산 권리조사업체 ‘리파인’의 지분전쟁에서 최대주주 리얼티파인이 사실상 승기를 굳혔다. 추가 공개매수로 지분 76.52%를 확보해 특별결의까지 좌우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어렵게 확보한 지분 전량이 1350억원 규모 인수금융의 담보로 묶여 있다는 점이다. 뒤늦게 드러난 과거 담보계약은 불성실공시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지분 경쟁은 끝났지만 인수금융과 거버넌스를 둘러싼 잡음은 오히려 커지는 모습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리파인 최대주주인 리얼티파인은 지난 8월18일부터 9월16일까지 주당 1만7600원에 리파인 주식 최대 519만9000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리얼티파인은 스톤브릿지캐피탈과 LS증권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응모주식수는 494만8772주로 목표치에는 다소 못 미쳤으나 리얼티파인은 응모분을 전량 매수했다. 공개매수에 투입한 금액은 약 871억원이다. 이에 따라 리얼티파인의 보유 주식수는 831만1487주(47.96%)에서 1326만259주(76.52%)로 늘었다.
이번 공개매수로 소수주주와의 의결권 경쟁은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다. 상법상 주주총회 특별결의는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필요하다. 리얼티파인은 76.52%를 확보해 나머지 주주가 모두 출석하더라도 단독으로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2대주주인 머스트자산운용의 지분율은 10.21%다. 머스트자산운용을 비롯한 주요 주주들이 이번 공개매수에 반발했지만 지분 경쟁을 통해 리얼티파인의 의사결정을 저지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표 대결의 승패가 갈렸다고 갈등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선은 리얼티파인의 경영권 인수 과정과 자금조달 구조로 옮겨가고 있다.
리얼티파인과 머스트자산운용 간 갈등은 지난해 리얼티파인이 리파인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리얼티파인은 2025년 4월 기존 대주주 등 9인으로부터 리파인 지분 34.05%를 주당 2만7159원에 인수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당시 법적 의무는 아니었지만 경영권 지분에 지급한 가격과 같은 조건으로 일반주주에게도 매각 기회를 주는 공개매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논란은 곧이어 이뤄진 교환사채(EB) 거래로 확대됐다. 리얼티파인은 약 일주일 만에 리파인이 보유하던 자사주 13.9%를 기초자산으로 한 EB를 통해 주당 1만4709원 수준에 지분을 추가 확보했다. 기존 대주주에게 지급한 주당 2만7159원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가격이다. 이를 통해 리얼티파인의 지분율은 48% 안팎까지 높아졌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이 과정에서 일반주주들이 약 300억원 규모의 경제적 기회를 상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4일과 14일 두 차례 공개서한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EB 거래와 관련한 피해액을 산정해 법적 대응에도 나선 상태다.
여기에 이번 공개매수 과정에서 리얼티파인의 인수금융 구조도 다시 부각됐다. 공개매수로 지배력은 76.52%까지 높아졌지만 그 지분 전량이 NH투자증권에 담보로 잡혔다.
지난 18일 공시된 정정신고서에 따르면 리얼티파인은 공개매수를 통해 추가 취득한 494만8772주에 대해 같은 날 NH투자증권과 '추가주식근질권설정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담보주식 831만1487주까지 합치면 리얼티파인이 보유한 리파인 주식 1326만259주(76.52%) 전량에 근질권이 설정된 셈이다.
공시상 채무(차입)금액은 1350억원이며 차입 목적은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및 주식취득자금'이다. 담보제공기간 종료일은 2027년 2월27일이다. 1350억원은 리얼티파인의 자본 1574억원과 비교하면 85.8%에 달한다.
담보권이 전부 실행될 경우 공시상 리얼티파인의 리파인 보유 지분은 0%가 된다. 지배력을 76.52%까지 끌어올렸지만 그 기반인 주식 전체가 인수금융에 묶여 있는 구조인 셈이다. 공시에는 채무상환의 기한이익 상실 등을 담보권 실행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담보 자체보다 더 논란이 되는 대목은 최초 계약이 시장에 알려진 시점이다. 리얼티파인이 처음 주식담보계약을 체결한 것은 지난해 4월이지만 관련 공시는 약 16개월이 지난 올해 8월에야 나왔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1일 리파인에 대해 공시불이행 2건을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첫 번째는 2025년 4월18일 체결한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제공 계약'을 올해 8월25일 뒤늦게 공시한 건이다.
두 번째는 해당 담보계약의 정정 지연공시다. 2025년 7월22일 정정 사유가 발생했지만 이 역시 올해 8월25일에야 공시됐다. 거래소는 두 건을 각각 계약 체결 지연공시와 계약 체결 정정 지연공시로 판단했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는 오는 10월20일까지 결정될 예정이다. 현재 최근 1년간 리파인의 불성실공시 벌점은 0점이다.
리얼티파인은 이번 공개매수로 리파인의 의사결정을 사실상 장악할 수 있는 지분을 손에 넣었다. 반면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일반주주와의 갈등은 해소되지 않은 채 보유지분 전량 담보와 늑장공시 문제까지 새로 얹혔다. '지분전쟁'에서는 승기를 굳혔지만 이제는 그 지배력을 어떤 자금으로 확보했고 어떻게 유지할지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 리파인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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