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기후위기 대응 성과를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경영진 성과평가(KPI)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ESG 경영을 선언하는 수준을 넘어 기후 대응 성과를 경영진 보수와 직결되는 평가체계에 연계한 것이다. 특히 KB금융 경영진 일부는 관련 지표를 전체 KPI의 최대 17% 반영해 눈길을 끌었다. 금융권에서 ESG 성과를 임원 평가에 반영하는 사례는 적지 않지만, 반영 비중을 구체적인 수치로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KB금융의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양종희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은 직무에 따라 전체 KPI의 3~17%를 기후위기 대응 및 ESG 관련 지표로 평가받는다. 평가 대상에는 양 회장을 비롯해 이창권 지주 미래전략부문장(CSO), 염홍선 지주 리스크관리담당(CRO) 등이 포함된다.
평가 항목에는 ESG 실천과제 이행을 비롯해 친환경 금융상품 개발 및 투자 확대, 그룹 탄소배출 감축 목표 달성, 기후금융 이행 촉진 등이 포함된다. 경영진의 역할에 따라 평가 비중은 차등 적용된다. 기후위기 대응을 담당하는 ESG 조직은 ESG 관련 KPI를 10% 비중으로 적용받는다.
기후위기 대응을 전담하는 조직일수록 ESG 평가 비중은 더욱 높다. 특히 김경남 지주 ESG본부장은 전체 KPI의 38%를 ESG 관련 지표로 평가받는다. 이는 그룹 차원의 지속가능경영 전략과 기후위기 대응을 총괄하는 역할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7월부터 지주와 KB국민은행 ESG 조직을 함께 이끌고 있다.
KB금융은 기후변화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그룹의 건전성과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리스크로 보고 있다. 탄소중립 정책이 강화돼 고탄소 산업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경우를 가정한 자체 시나리오 분석에서는 장기적으로 위험가중자산(RWA)이 최대 7조8000억원 증가하고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0.35%포인트 하락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기후 대응은 새로운 성장 기회이기도 하다. KB금융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 요인인 동시에 친환경 금융과 전환금융, ESG 채권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KB금융 관계자는 “기후위기 대응은 경영진의 책임 있는 실행을 통해 성과로 이어져야 하는 핵심 과제”라며 “탄소배출량 감축과 ESG 금융 확대 등 주요 전략을 경영진 KPI와 연계해 실행력을 높이고 그룹 차원의 기후 리스크 관리와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ESG보다 실천 중심의 개념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축으로 경영 성과를 관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CEO를 비롯한 경영진 KPI에도 SDGs 전략과제를 반영하고 있다.
그룹 최고경영자(CEO)인 진옥동 회장의 경우 전체 전략과제 가운데 SDGs 관련 과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다. 은행·증권·카드 등 주요 계열사 CEO는 8~10%, 중형 계열사는 6~8%, 소형 계열사는 3~4% 비중으로 평가받는다. 자회사 규모와 사업 특성을 고려해 전략과제 평가 비중을 차등 적용하고 SDGs 전략이 실제 경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성과 관리 체계를 설계했다는 게 신한금융의 설명이다.
신한금융의 임원 보수체계를 보면 연간성과급은 재무 성과지표와 비재무 성과지표로 구성된다. 비재무 성과지표에는 고객편의성 혁신, 고객기반 확대, 플랫폼·AI 성과 창출, SDGs 추진, HR 혁신, 내부통제 등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SDGs 추진 항목은 그룹 CEO의 전략과제와 연계돼 구체적인 비중으로 평가된다.
SDGs 전략과제는 ▲녹색금융 신규 ▲금융배출량 집약도 감축 ▲내부 탄소배출량 감축 ▲자원봉사 ▲SDGs 내재화 등 5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녹색금융 확대와 금융배출량 집약도 감축, 내부 탄소배출량 감축은 기후위기 대응과 직접 연결되며, 자원봉사와 SDGs 내재화는 사회적 가치 확산과 조직문화 정착을 평가하는 지표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그룹 내 ESG 관련 조직과 사업 명칭을 SDGs 중심으로 개편했다. ESG보다 구체적인 목표와 실행을 강조하는 SDGs 체계를 통해 지속가능경영 전략의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후위기를 더 이상 사회공헌이나 ESG 활동 차원이 아니라 재무적 위험과 성장 기회를 동시에 좌우하는 핵심 경영 과제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기후 대응 성과를 CEO를 포함한 경영진의 KPI와 보상체계에 연계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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