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1차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면서 KB금융에서 첫 'KB국민은행장 출신 회장'이 나올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KB금융은 그동안 KB국민은행장을 회장 후보군에 꾸준히 포함해 왔지만 KB국민은행장에서 곧바로 지주 회장으로 선임된 사례는 아직 없다. 역대 KB금융 회장들은 주로 외부 금융권 인사, 관료 출신, 학계 출신 또는 지주·비은행 계열사 경력을 쌓은 인물들이 맡아왔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3일 차기 회장 1차 숏리스트 6명을 확정했다. 내부 후보는 양종희 회장과 이재근·이창권 부문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다. 외부 후보로는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과 익명을 요청한 1인이 이름을 올렸다. 회추위는 오는 8월 말 후보군을 3명으로 압축한 뒤 9월 최종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 행장의 숏리스트 진입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KB라이프생명 초대 대표를 맡아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의 통합 작업을 이끌었고, 올해 KB국민은행장에 취임해 그룹 최대 계열사를 이끌고 있다. 특히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를 모두 경험한 드문 내부 인사라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KB국민은행 재직 시절 개인고객그룹 전무와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을 지냈고, 2021년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 부사장을 맡은 데 이어 KB라이프 대표를 거쳐 KB국민은행장에 올랐다.
하지만 KB금융의 승계 역사를 돌아보면 KB국민은행장이 회장직에 오르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역대 회장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장에서 곧바로 지주 회장으로 직행한 사례는 전무하다. KB국민은행장은 언제나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실제 승계 과정에서는 지주 또는 비은행 계열사 경력을 쌓은 인물들이 최종 낙점되는 경우가 많았다.
역대 행장 가운데 회장 자리에 가장 가까이 다가섰던 인물은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이다. 그는 2009년 황영기 전 회장 사퇴 이후 회장 직무대행을 맡았고 회추위로부터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받았다. 그러나 경쟁 후보들의 면접 불참으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최종 취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2013년 회장 선임 과정에서는 민병덕 당시 KB국민은행장이 최종 후보군에 포함됐지만 외부 출신인 임영록 KB금융지주 사장이 회장으로 낙점됐다. 2023년 인선 당시에는 KB국민은행장 출신인 허인 전 KB금융 부회장이 최종 3인 후보군에 올랐지만 양종희 현 회장이 최종 후보로 선정됐고, 당시 현직이던 이재근 행장은 1차 숏리스트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역대 회장들의 이력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초대 회장인 황영기 전 회장은 삼성그룹과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을 거친 뒤 KB금융 회장에 선임됐다. 행장 경력이 있지만 KB국민은행이 아닌 우리은행에서의 경력이었다. KB금융 내부 승진과는 결이 다르다. 어윤대 전 회장은 고려대 총장을 지낸 학계 출신이었고, 임영록 전 회장은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으로 KB금융지주 사장을 거쳐 회장직에 올랐다. 이후에도 KB금융 승계는 KB국민은행장 직행보다는 지주 또는 비은행 계열사 경력을 갖춘 인물이 유리한 구조를 보여왔다.
10년 가까이 그룹을 이끈 윤종규 전 회장의 경우 KB국민은행장을 맡은 경력이 있지만 일반적인 의미의 'KB국민은행장 출신 회장'과는 차이가 있다. 윤 전 회장은 지주 CFO와 부사장 등을 거쳐 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행장을 겸임한 사례로, KB국민은행장에서 곧바로 회장직에 오른 경우와는 구분된다. 양종희 현 회장 역시 KB손해보험 대표와 지주 부회장을 거친 비은행 계열사 CEO 출신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 행장이 이번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금융권 안팎에서는 양종희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에서, 이 행장이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됐다는 것 자체가 그룹 안팎에서 차세대 리더로서 존재감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라는 분석이다.
최종 회장직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향후 승계 구도에서 핵심 후보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은행·지주·보험 계열사를 모두 경험한 이력이 확인된 만큼 향후 KB금융 내부 승계 구도에서 존재감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1991년 KB국민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 행장은 개인고객그룹 전무,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을 거친 뒤 2021년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 부사장을 맡았다. 이후 2022년 KB생명보험 대표에 올랐으며 2025년 KB국민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지주 CFO 출신답게 숫자에 밝고 조직 장악력 측면에서도 강점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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