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민병덕 국회의원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은행 중심 발행과 가상자산거래소 지분 제한에 집중된 국내 디지털자산 규제 논의를 비판했다. 누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소유하느냐보다 준비자산과 상환·검증 체계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원화 기반 결제 인프라 구축과 디지털자산 제도화를 서둘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민 의원은 30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 2026) 'Korea's Digital Asset Policy Moment' 기조연설에서 국내 디지털자산 제도화 과정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요 쟁점과 향후 입법 방향을 제시했다.
민 의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과정에서 은행이 발행 컨소시엄 지분의 '50%+1주'를 보유하도록 할 것인지와 가상자산거래소의 소유지분을 제한할 것인지 등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상황을 문제 삼았다.
그는 자신이 살펴본 해외 사례에서는 이 두 사안을 중심으로 제도화 논의를 진행하는 국가를 찾기 어려웠다며 "대한민국은 쓸데없는 것에 쟁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발행사의 소유구조보다 준비자산과 상환 능력, 이를 검증하는 체계를 중심으로 규율해야 한다는 게 민 의원의 주장이다.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에 상응하는 준비자산을 확보하고 이용자가 원할 때 상환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뒤, 준비자산의 존재와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방식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이 같은 방향을 반영해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제도화를 서둘러야 하는 배경으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빠른 확산을 꼽았다. 기존 금융시장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달러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디지털 결제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이를 '달러 쓰나미'라고 표현하며 "쓰나미를 이겨내는 방법은 장벽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쓰나미 위에 올라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입을 규제로 차단하기보다 달러 기반 서비스와 연결되면서도 이용자가 선택할 유인을 갖춘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결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공지능(AI)의 확산은 이러한 결제 인프라 경쟁을 가속할 요인으로 꼽았다. 향후 AI 에이전트가 사람을 대신해 정보를 구매하고 계약과 결제를 수행하는 환경이 확대되면 자동화된 지급결제 수단의 필요성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스테이블코인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국경을 넘어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AI 에이전트 경제의 결제수단 가운데 하나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제도 마련이 늦어질 경우 디지털자산 기업과 관련 사업이 해외 시장을 선택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규제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국내에서 사업할 수 있도록 명확한 규칙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민 의원은 "우리가 규칙을 만들지 않으면 우리 기업들은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국내에서 디지털자산 기업이 사업을 운영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물연계자산(RWA) 토큰화와 탈중앙화금융(DeFi) 분야에서도 글로벌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를 위해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조속히 마련하고 AI와 금융을 함께 이해하는 기업과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의원은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결단을 주문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입법, 기관투자자의 시장 참여, 이 세 가지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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