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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화 했는데 누가 사고팔까…기관 온체인 진입 막는 '유동성 벽'
조은지 기자
2026-10-01 16:15:55
24시간 거래보다 대규모 물량 소화할 시장 깊이 중요…법적 확실성·DVP·시장조성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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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 2026(KBW2026)'의 'What Institutions Need to Move Onchain' 세션에는 데이비드 셍가트 코인텔레그래프 액셀러레이터(왼쪽부터) 헨슨 오서 소터 인슈어 창업자 겸 CEO, 멜로디 시안 허 CSOP자산운용 부CEO, 히토시 하라다 알파카 공동창업자 겸 최고제품·기술책임자(CPO·CTO), 신희진 교보증권 디지털 자산 및 벤처 부문 신사업 개발 전무이사가 패널로 참석했다. (사진=조은지 기자)

[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기관투자자의 온체인 금융시장 진입을 확대하려면 자산을 블록체인에 올리는 토큰화 기술보다 실제 사고팔 수 있는 유동성과 법적 확실성, 거래 인프라를 갖추는 게 우선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기술적으로 상품을 만드는 데 성공하더라도 대규모 거래를 받아줄 시장과 청산·결제 시스템이 없다면 기관 자금을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 2026(KBW 2026)'의 'What Institutions Need to Move Onchain' 세션에서는 기관투자자가 실제 온체인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놓고 논의가 이뤄졌다.


패널로는 헨슨 오서 소터 인슈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멜로디 시안 허 CSOP자산운용 부CEO, 히토시 하라다 알파카 공동창업자 겸 최고제품·기술책임자(CPO·CTO), 신희진 교보증권 디지털자산 및 벤처 부문 신사업 개발 전무가 참석했다. 진행은 데이비드 셍가트 코인텔레그래프 액셀러레이터가 맡았다.


◆"토큰이냐 아니냐보다 실제 거래할 수 있느냐"


기관투자자에게 토큰화 자체는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게 패널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비용을 줄이고 거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지, 시장 상황이 악화됐을 때도 대규모 물량을 처리할 만큼 충분한 유동성이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멜로디 시안 허 CSOP자산운용 부CEO는 기관이 토큰화 상품을 선택할 때 토큰이라는 형식 자체보다 비용과 거래 효율성을 본다고 설명했다. 허 부CEO는 “특히 24시간 거래가 가격발견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기관은 시장이 흔들릴 때도 대규모 포지션을 실제 청산할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토큰화 자산의 장점이 곧바로 기관의 참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토큰은 블록체인 위에서 계속 거래되더라도 토큰이 나타내는 기초자산 시장과 은행·결제 시스템까지 24시간 동일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히토시 하라다 알파카 공동창업자는 이 같은 온체인과 기존 금융시장의 시간·결제 구조 차이를 메울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관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시장조성자와 DVP(증권·대금 동시결제), 청산·신용 시스템 등 기존 금융시장과 온체인을 연결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자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도 기관 참여의 변수로 꼽혔다. 헨슨 오서 소터 인슈어 CEO는 기관이 디지털자산 시장에 진입할 때 사이버 공격이나 자산 분실, 내부자 범죄 등 어떤 위험이 보험으로 보장되고 어느 범위까지 손실을 보호받을 수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보증권이 해보니…표준상품은 '규모', 비표준은 '유동성'


국내 시장에서도 기술보다 실제 거래시장을 만드는 문제가 더 큰 과제로 지목됐다. 특히 교보증권이 검토한 토큰화 상품에서는 자산 유형에 따라 서로 다른 한계가 나타났다.


신희진 교보증권 디지털 자산 및 벤처 부문 신사업 개발 전무이사는 "한국 시장은 리테일 부문에서는 큰 성장이 있었지만 기관 부문의 참여는 아직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제도화 논의가 진전되고 기술적인 개념검증(PoC)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제는 '토큰화할 수 있느냐'를 확인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상품과 거래시장으로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신 전무는 교보증권이 검토한 주식·펀드 등 표준화된 금융상품의 경우 기술적인 PoC 자체는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관이 참여할 만큼 충분한 시장 규모를 확보할 수 있느냐였다.


그는 "주식이나 펀드 같은 표준화된 상품은 기술적 개념검증(PoC)은 상대적으로 쉬웠지만 문제는 규모였다"며 실제 기관 수요가 어느 정도 형성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반대로 콘텐츠와 콘서트, 부동산 등 기존 증권시장에서 표준화되지 않은 자산은 새로운 상품을 구성하고 초기 수요를 발굴할 여지가 있지만 유동성과 가치평가라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신 전무는 "비표준 상품은 유동성이 없고 가치평가도 쉽지 않다"며 초기 상품화에 성공하더라도 지속적으로 거래되는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국 표준화된 금융자산은 토큰화 이후 새로운 시장을 만들 경제적 유인이 충분한지가, 비표준 자산은 적정 가격을 형성하고 거래를 지속할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각각 관건인 셈이다.


◆법만 만들어도 부족…시장조성자·OTC까지 갖춰야


신 전무는 기관 중심의 토큰화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조건으로 법적 확실성과 공동 인프라, 경제적 규모를 꼽았다.


먼저 토큰이 어떤 법적 권리를 나타내는지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식이나 펀드처럼 기존 법체계 안에서 권리관계가 비교적 명확한 금융자산뿐 아니라 콘텐츠와 콘서트,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이 토큰화될 경우 자산별 권리구조와 투자자 보호 체계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유통 인프라 역시 개별 금융회사만으로 구축하기 어렵다고 봤다. 신 전무는 거래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같은 산업 내 사업자 간 협력이 필요하다며 교보증권 역시 거래시장 구축을 위해 복수의 컨소시엄 파트너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품을 발행한 이후 실제 거래를 만들어낼 주변 인프라도 필요하다. 신 전무는 싱가포르와 일본 시장 등을 살펴본 결과 기관이 참여할 만큼 의미 있는 거래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장조성자와 장외거래(OTC) 브로커리지 등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토큰화 상품을 발행하는 것만으로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수·매도 주문을 연결하고 대규모 거래를 소화할 주체가 있어야 기관 자금도 들어올 수 있다는 의미다.


패널들은 향후 기관의 온체인 시장 진입 정도를 판단할 지표로 운용자산(AUM)과 시장 깊이, 규제의 명확성 등을 제시했다. 대규모 주문이 들어와도 가격이 크게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유동성이 형성되는지, 기존 금융기관이 온체인 지갑에 보관하는 자산 규모가 실제로 늘어나는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결국 기관의 온체인 진입을 가르는 기준은 얼마나 많은 자산을 토큰화했느냐보다 만들어진 토큰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느냐에 있다는 게 이날 논의의 핵심이다. 기술 검증을 넘어 법적 권리와 결제·청산, 유동성까지 갖춘 시장을 만드는 것이 다음 단계의 과제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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