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기쁨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GP)들의 해외행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가(LP) 중심의 펀딩만으로는 펀드 결성이 어려워지자 미국·유럽·싱가포르·중동 등 글로벌 자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하우스가 늘었다. 규모와 간판이 여전히 중요한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숫자로 입증된 투자 성과와 회수 실적을 요구한다. 자금줄이 마른 한국 GP들이 진짜 실력을 가리는 해외 무대로 나서고 있다.
해외 출국길을 재촉하는 배경에는 국내 기관들의 보수화된 심사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부실사태 이후 PEF 운용과 투자 과정에 대한 사회적·정치적 검증이 강화됐다. 출자기관 역시 투자 성과뿐만 아니라 사후관리까지 한층 보수적으로 들여다보는 분위기다. 부실에 따른 책임 부담 탓에 기관으로서는 안팎에 설명하기 쉬운 검증된 트랙레코드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이러한 기조는 국내 출자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연기금과 공제회 자금이 검증된 대형 하우스로 쏠리면서 중견·중소형 하우스와 신생 운용사의 입지는 좁아졌다. 일부 기관이 제안서 접수 조건으로 운용 경력에 더해 사전 자금 유치(LOC)까지 요구하며 출자 문턱을 높이자, 앵커 자금이 필요한 중소형 하우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중견·독립계 운용사로서는 국내 자본만 바라보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해외 시장의 문턱 역시 만만치 않다. 일본의 거버넌스 개혁과 호주의 안정적 투자 환경 등 주변국과의 자금 유치 경쟁이 치열한 데다, 환율과 국가 리스크를 감안한 높은 기대수익률도 충족해야 한다. 그럼에도 해외 시장이 새로운 돌파구로 꼽히는 이유는 평가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글로벌 LP들은 하우스 간판 대신 특정 산업 전문성과 실제 분배율(DPI), 핵심 운용역의 실질적 기여도를 중요하게 본다. 역량만 증명할 수 있다면 신생·독립계 GP에도 기회의 문을 열어준다.
최근 독립계 신생 운용사인 고도파트너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올해 상반기 출범해 법인 자체의 운용 실적은 없지만, 창업 멤버들이 기존 하우스에서 쌓은 투자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초기부터 해외 자금을 유치했다. 현재 약 4000억원 규모 1차 클로징을 마치고 8000억원 수준의 블라인드펀드 결성을 목표로 펀딩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글로벌 LP가 주목하는 것은 하우스 업력이 아니라, 펀드를 이끌 핵심 운용역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여부다.
국내 GP들의 잇따른 해외행을 단순히 펀딩 난항을 피하기 위한 선택으로만 볼 수는 없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하우스의 규모와 간판이 주요 평가 요소로 통하지만, 해외 시장으로 나서는 순간 기준은 달라진다. 어느 하우스 출신인지보다 어떤 투자에서 얼마를 벌었고 실제 얼마를 돌려줄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국내 펀딩 한파가 역설적으로 한국 GP들을 성과와 회수 실적으로 평가받는 글로벌 무대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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