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민 인턴기자] “시대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설득해야 한다.”
한관엽(23) 알레프랩(Aleph Lab) 대표가 ‘좋은 제품’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내놓은 대답이다. 두 번의 창업을 거치면서 좋은 기술보다는 사용자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가 이끄는 알레프랩은 AI 기반 에듀테크 스타트업이다. 대표 서비스인 ‘알레프키즈(Aleph Kids)’는 마인크래프트(Minecraft) 안에서 AI친구 ‘애니(Annie)’와 함께 영어를 배우는 플랫폼이다. 아이가 애니와 영어로 대화하면서 게임을 하고, 모르는 표현이 생기면 AI가 그 자리에서 영어 문법과 단어를 가르친다.
한 대표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알레프키즈 누적 가입자는 약 4만명이고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약 3000명이다. 공식 웹사이트 기준 월 이용료는 30달러(약 4만원)로, 월 구독형 수익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알레프랩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주목받았다. 알레프랩은 2025년 미국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YC)의 F25(Fall 2025) 기수에 선발됐다. YC는 초기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며 대표적으로 에어비앤비(Airbnb), 코인베이스(Coinbase), 드롭박스(Dropbox) 등이 YC를 거쳤다.
◆챗GPT가 앞당긴 휴학…첫 창업서 배운 ‘시장’
한 대표가 창업을 꿈꾸기 시작한 건 중학교 1학년부터였다. 당시 40~50만원이었던 기계식 키보드를 갖고 싶은 나머지, 일반 키보드 입력을 감지해서 비싼 기계식 타이핑 소리를 재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해피클릭킹’이라는 이름으로 블로그에 재미 삼아 올렸는데, 예상과 달리 실제 이용자들이 생겨났다. 한 대표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댓글들을 보며 “평생 이런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한성과학고를 거쳐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고, 스타트업 인턴십으로 실전 경험을 쌓을 무렵 챗GPT가 등장했다. 한 대표는 “내가 알던 AI는 챗봇 ‘심심이’ 수준이었는데, 전혀 다른 성능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졸업과 군 복무 그리고 취업까지 거치면 AI시대에 뒤처질 수 있겠다는 판단에 2학년을 마치고 바로 휴학했다. 2024년 시작한 첫 창업은 고등학교 동창과 함께 만든 라이브커머스용 AI 챗봇이었다. 제품을 국내 고객사에 매각하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사업 자체를 크게 확장하지는 못했다.
당시 타깃으로 삼은 틱톡 라이브커머스 판매자 상당수는 부업 수준의 소규모였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고객의 불편함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검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 몇 개만 봐도 알 수 있었던 문제였다”며 첫 창업의 패착을 설명했다. 이 경험은 두 번째 창업에서 제품보다 고객을 먼저 보게 만든 계기가 됐다.
◆“10년 전과 똑같은 교육, 앞으로도 괜찮을까”…두 번째 창업은 달랐다
첫 사업을 정리한 뒤 한 대표의 고민은 깊어졌다. “서울대를 떠나 창업할 만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현재 김재희(34) 알레프랩 공동창업자를 만나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두 사람은 한국인들이 능력과 별개로 영어 회화 장벽을 겪는 모습에 주목했다. 한 대표는 “멀리서 문제를 찾지 말고 영어교육에서 시작해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교육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었다. 한 대표와 김 대표는 10살가량 차이가 있었지만 서로 받은 교육은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한 대표는 “10년 동안 바뀌지 않은 교육이 앞으로도 계속 되는 건 문제”라며 영어교육과 게임을 결합한 알레프키즈를 만들었다.
알레프키즈는 기존의 교육을 게임처럼 만드는 것과 반대로 실제 게임 안에 교육을 넣었다. 한 대표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은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한 어른들의 사고방식”이라며 “시대를 정의하는 회사가 되려면 아이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의 게임 문화를 부모에게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실제로 돈을 내는 주체인 부모님들에게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Roblox)가 무슨 게임인지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어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고, 두 달 만에 4만 명 팔로워를 달성했다.
첫 창업에서 부족했던 시장 검증 방식도 달라졌다. 부모님에게 직접 전화해 사용 경험과 필요한 기능을 묻고, 아이들과도 따로 인터뷰했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앞에서 뽑기 이벤트를 열어 최근 게임 트렌드가 무엇인지 직접 물었다.
◆“아이들이 사랑하는 게임이면 다 해봐야 한다”
한 대표는 “아이들이 사랑하는 게임이 있다면 다 해봐야 한다”며 9월 내 로블록스 기반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영어를 넘어 과학과 역사 등 다른 과목으로도 서비스를 확대할 구상이다.
회사가 커지면서 한 대표의 고민도 달라지고 있다. 초기 2~4명이었던 조직은 10명 가까이 늘었다. 한 대표는 “예전에는 제품과 고객에 대한 고민이 컸다면 지금은 모든 구성원을 어떻게 한 곳으로 바라보게 할 지 생각한다”며 “알레프랩의 비전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알레프랩은 ‘모든 어린이가 자기 목소리로 자신을 찾아가는 세상’을 목표로 한다. 한 대표는 AI가 사람의 역할을 빠르게 바꾸는 시대에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알레프키즈(Kids)를 사용했던 아이들이 나중에 어떤 어른(Adult)이 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예비 창업자에게도 간단한 조언을 남겼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다 보면 결국 나는 어릴 때 어땠는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계속 묻게 된다”며 “창업이 실패하더라도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쌓는 경험은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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