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민 인턴기자] “그냥 일 잘하는 사람으로 청춘을 흘리고 싶지 않았다.”
강지혁(26) 에이올로(Aeolo) 대표가 토스를 떠나 창업한 이유다. 입사 6개월 만에 능력을 인정받고 미국 근무까지 제안받았지만, 회사에서 주어진 문제만 해결하기보다 특별한 일이 하고 싶었다.
에이올로는 생성형 AI의 답변에서 기업 브랜드가 더 자주 언급되도록 돕는 생성형엔진최적화(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GEO) 스타트업이다. 검색시장에서 생성형 AI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AI 답변에 자사 브랜드를 노출하는 데 관심을 높이고 있다.
기존 검색엔진최적화(Search Engine Optimization, SEO)가 검색결과 상위 노출이 목표였다면, GEO는 AI 답변에 기업 브랜드가 더 자주 언급되고 추천하는 것이 목표다. 강 대표는 GEO가 SEO의 연장선이라는 의견에 “일부는 맞다”고 답했다. 기존 SEO에서 효과를 보던 방식이 AI 최적화에도 일부 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색결과 상위에 노출된다고 AI 답변에 브랜드가 반드시 인용되는 것은 아니다. 에이전트마다 정보를 찾고 조합해서 선택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에이올로는 이를 기술과 데이터로 해결한다.
강 대표는 “GEO 업체 가운데 기술 창업자(Technical Founder)는 거의 없다”며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차별점으로 꼽았다. 마케팅 중심의 GEO 업체들이 기사나 블로그 등을 활용해 브랜드 노출을 늘린다. 반면에 에이올로는 각각의 AI 모델이 어떤 정보를 찾아 답변에 활용하는지 직접 추적한다.
자체 기술로 AI 응답 수집 비용을 크게 낮췄고,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했다. 현재 약 30만~40만개 규모의 표본을 분석하며 AI가 어떤 정보를 주로 인용하는지 파악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사에 콘텐츠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AI 답변에서 브랜드가 더 자주 언급되도록 돕는다.
에이올로만의 GEO가 완성되기도 전에 고객사가 찾아왔고, 비용을 먼저 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는 월 이용료를 받는 구독형 서비스로 수익을 내고 있다. 요금은 월 99~699달러(13만~94만원)다. 강 대표에 따르면 고객사는 약 20곳이며 최근 매출은 매달 약 3배씩 늘고 있다.
에이올로는 올해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비기너(Beginner) 부문 결선에 진출했다. 오는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최종 발표에 나선다. 대회 상금은 총 3억7000만원이다.
◆ 의대 대신 컴공…토스에서도 채우지 못한 갈증
강 대표는 인천 하늘고 재학 당시 공부를 잘해 주변에서 의대 진학을 기대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전문직의 길을 밟으면 과연 나를 알게 될까라는 의심이 있었다”며 자신에게 맞는 삶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시 알파고를 보고 컴퓨터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판단해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에 진학했다. 강 대표는 “컴퓨터공학과에 오면 스티브 잡스가 될 줄 알았다”며 입학 때부터 창업을 막연히 꿈꿨다고 말했다. 현재 강 대표는 4학년에 재학 중이며 졸업을 앞두고 있다.
대학에서는 셀렉트스타를 거쳐 토스에서 개발자로 일했다. 스타트업이 어떤 문제를 선택하고 사업을 키우는지 배우려는 목적도 있었다. 토스에서 개인정보 관련 업무를 거쳐 핵심부서인 광고마케팅까지 경험했지만 회사의 일부만 담당한다는 생각에 창업에 대한 갈증이 심해졌다.
퇴사를 결심하자 토스 임원은 샌프란시스코 근무를 제안하며 “6개월만 너를 빌리자”고 설득했다. 그러나 강 대표는 빠르게 발전하는 AI를 보면서 “그때 6개월은 평범한 6개월이 아니었다”며 지금 당장 창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 美에서 본 현실…“완벽한 제품보다 돈 내는 고객”
퇴사 후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세 차례 방문했다. 강 대표는 샌프란시스코를 “거대한 대학교 창업동아리”라고 표현했다. 누구나 새로운 제품에 관심을 보이고 직접 써보고 싶어했다. 하지만 강 대표는 “나 같은 사람이 2000만명 있는 느낌”이었다며 “무기가 없으면 살아남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에 돌아와 경쟁력을 갖추기로 했지만 시행착오는 이어졌다. 3개월간 밤낮없이 개발한 제품이 AI 코딩 도구 업체 커서(Cursor)가 공개한 것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을 통해 강 대표는 기술보다 시장을 중요하게 봤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걸 완벽하게 만들려고 시간을 썼다”며 “결국 한두 달이라도 우선 돈을 낼 고객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 기준에 맞는 사업이 에이올로였다. 서비스를 완성하기도 전에 기업들이 찾아와 비용을 지불하고자 했다. 강 대표는 에이올로가 “고객 수요가 있었고, 토스에서 했던 일의 연장선이었고, 기술적으로 풀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세 박자가 맞았다”고 회상했다.
◆ “미래와 현재를 동시에 살아야 창업가”
개발자에서 창업가로 바뀌며 느낀 가장 큰 차이는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개발자는 이미 존재하는 문제를 풀지만, 창업가는 아직 없는 미래를 설명하면서 당장 고객이 돈을 낼 제품도 구현해내야 한다.
강 대표는 “모두가 유니콘을 생각하고 창업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미래와 현재를 동시에 살아야 하는 게 창업가”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에이올로를 무조건 큰 회사로 만드는 것보다 의미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회사로 키우고 싶어 한다. GEO를 AI 시대를 조명하는 하나의 ‘렌즈’로 보며 그 렌즈를 이해하는게 자신이 꾸준히 해야 할 업무라고 설명했다.
예비 창업가들에게는 “정말 진심인지 생각해봐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강 대표는 “창업이 멋있어 보여 뛰어들면 가장 짜쳐진 나를 발견하게 된다”며 “그 시기를 견디기 위해서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몰입할 수 있는 문제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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