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변한석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교통 상황이 복잡하고 돌발변수가 많은 서울 강남에서 확보한 실제 주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인공지능(AI)을 고도화하고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반복 학습시켜 데이터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올해 연말 센서 입력부터 차량 제어까지 AI가 전부 수행하는 엔드투엔드(E2E) 모델 로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9일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서 열린 미디어 스터디에서 임인호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개발팀 AI주행파트 리더는 회사가 자율주행 시험대를 강남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쉬운 도로에서 1년 달리는 것보다 강남 밤거리에서 한 달 운행하는 것이 AI 모델에 다양한 데이터를 준다”며 “수능 킬러 문항처럼 엣지 케이스(Edge Case)를 충분히 저장해 반복 학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서울 강남 도로는 돌발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임 리더는 실제로 수집한 강남 공사 현장 케이스와 앞을 달리던 트럭에서 짐이 쏟아지는 상황, 취객이 도로를 활주하는 상황을 소개하면서 이 같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자율주행의 엣지 케이스로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강남에서 수집한 데이터는 자동화된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거쳐 다시 AI 학습에 활용된다. 차량에서 서버로 데이터를 전송한 뒤 유의미한 엣지 케이스를 선별하고 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해 3D 객체를 자동으로 표시한다. 이후 AI가 날씨와 시간대, 도로 구조, 주변 차량 움직임 등을 분석해 데이터에 설명과 태그를 붙인다.
이 리더는 “파이프라인이 얼마나 빨리 자동으로 돌아가느냐도 자율주행 AI의 성능을 높이는 경쟁력”이라며 “같은 데이터라도 얼마나 빠르게 분석하고 학습하느냐에 따라 모델 성능이 달라진다”고 분석했다.
데이터 파이프라인의 기반이 되는 실제 주행 데이터는 빠르게 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3월부터 6월까지의 주요 운영 실적을 공개했다. 누적 서비스 운행거리는 1만3000km에 달했고 2000건 이상의 운행 서비스를 완료했다. 김민선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사업팀 리더는 “탑승객 평점은 4.97점으로 약 220명의 평가 가운데 97%가 5점을 줬다”며 “카카오T를 통한 차량 가동률도 84.3%에 달했다”고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엔드투엔드(E2E) 자율주행 모델을 도입해 테스트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센서가 수집한 정보를 인지·판단·제어 단계별로 처리했지만 E2E 방식은 센서 입력부터 차량 제어까지 하나의 AI 모델이 수행한다. 회사는 이를 통해 인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줄이고 급감속이나 불필요한 차량 움직임 등 승객이 느끼는 불편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2E 모델의 판단을 그대로 차량 제어에 반영하지는 않는다. 임 리더는 “교통법규와 차량의 물리적 조건 등을 확인하는 안전 검증기(세이프티 이밸류에이터)도 결합한다”며 “적합한 경로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가장 안전한 경로를 선택한다”고 했다.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도 아직 우위에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포니AI나 웨이모 등 해외 자율주행 기업의 국내 진출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미 축적한 강남 데이터를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김 리더는 “기술 좋은 해외 기업이 국내에 진출하더라도 데이터를 처음부터 축적해야 한다”며 “카카오모빌리티는 서울과 강남에서 꾸준히 데이터를 쌓으면서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자율주행차는 한계도 명확하다. 자율주행은 대로변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골목길은 수동으로 운전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공사 구간이나 음주운전 단속 현장에서도 사람이 개입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같은 수동 개입 상황 역시 학습 데이터로 축적해 향후 E2E 모델이 대응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의 개입이 없는 레벨4 무인 운행으로 넘어가는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7월 마련된 무인 자율주행차 안전운행 가이드라인에 맞춰 레벨4 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정부의 무인 자율주행 로드맵에 맞춰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사업성 확보도 숙제다. 자율주행차의 대규모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술 완성도와 함께 경제성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리더는 “대규모 운영은 차량 운행 수익이 비용보다 많아져야 가능하다”며 “실증 단계에서는 안전성과 고품질 모델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후 모델 경량화나 부품 대량생산 등을 통해 차량 운행에 드는 비용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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