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변한석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서비스 플랫폼 회사로 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자율주행 택시는 아직 7대로 국제 수준에서 미흡한 가운데 자율주행 택시 상용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 개선과 택시 업계의 이해관계 조정이 과제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율주행 기술과 플랫폼 운영 역량을 결합해 자율주행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카카오T를 기반으로 호출·결제·관제·데이터를 연결해 자율주행차가 실제 이동 서비스로 작동하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국내에서 플랫폼을 통해 호출할 수 있는 자율주행 택시는 서울 강남에서 운행 중인 에스더블유엠과 카카오모빌리티 차량 7대가 전부다. 평일 심야 시간대에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카카오T 앱을 통해 호출할 수 있다. 다만 골목길·어린이보호구역 등 일부 구간은 안전을 위해 운전자가 개입한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자율주행 택시 유료 이용 건수는 1000건을 넘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강남 자율주행 서비스를 통해 실제 이용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다만 제한된 운행 구역과 시간으로 대규모 서비스 경험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율주행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단순 운행 횟수보다 보행자·자전거·돌발 상황 등 실제 도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엣지 케이스’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자율주행이 이미 실제 이동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웨이모는 3000대 이상의 로보택시를 운영하며 주당 50만 건 이상의 유료 호출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 역시 바이두의 자율주행 호출 서비스 아폴로 고의 2026년 누적 이용 건수가 2200만 회를 넘어선 상황이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초 피지컬AI 부문을 신설하고 부문장을 웨이모 출신 자율주행 전문가로 영입했다. 이렇듯 회사는 ‘플랫폼 기반 자율주행 생태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국내 자율주행 서비스 규모는 아직 초기 단계다. 미국·중국에서 로보택시 운행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는 반면 국내는 제한적인 실증 수준에 머물러 3위권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술 외에도 규제, 안전 책임, 기존 택시업계와의 이해관계 조정 등이 상용화 확대의 과제로 꼽힌다.
자율주행은 정부가 기획하는 ‘피지컬 AI 글로벌 1강’ 도약을 위한 핵심 분야다. 따라서 AI 모델·센서·반도체·로봇·모빌리티 플랫폼 등 관련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요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통신·지도·데이터·플랫폼 등 다양한 산업의 협력도 필수”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확산을 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법·규제적 한계를 꼽는다. 우선 자율주행 택시가 서울 강남과 같은 제한된 지역에서만 운행하는 건 제한된 실증 서비스 성격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법체계는 사람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레벨4 수준의 로보택시가 사고가 난다면 책임소재가 누구에게 있는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뜻이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은 호출·관제·서비스 운영을 담당하는 플랫폼 사업자가 참여할 경우 제조사와 플랫폼 사업자 간 책임 분담 기준 마련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서비스가 단순히 차량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호출·배차·관제·데이터 관리가 결합된 서비스 형태로 발전하는 만큼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과 책임 범위를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미 비슷한 논쟁을 겪은 바 있다. 회사는 과거 AI 기반 택시 배차 알고리즘을 둘러싸고 택시업계와 책임 논란이 생겼었다. 일부 택시업계에서 카카오T 배차 알고리즘이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에 호출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운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검찰 수사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배차 알고리즘은 승객과 기사의 효율적인 매칭을 위한 것”이라며 “의도적인 차별은 없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렇듯 택시업계와의 이해관계 조정도 자율주행 택시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택시업계는 로보택시가 상용화될 경우 기존 운송 시장을 잠식해 기사들의 일자리와 수입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 많다. 특히 개인택시 면허는 수천만 원에서 1억 원 안팎의 거래 가치가 형성된 사업권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자율주행차 확대가 택시 기사의 면허 가치 하락과 재산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따라서 자율주행 택시 도입 과정에서는 기존 택시 사업자의 참여 방안과 보상 체계 마련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자율주행택시 사회적 협의체를 출범해 자율주행 시대의 사업 모델과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협의 과정에 참여해 자율주행 서비스 운영 방식과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 등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자율주행 도입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며 “현재 회사도 산업 참여자로서 관련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실증 단계인 자율주행 택시가 향후 대규모 상용화 과정에서 기존 택시를 단순 대체하는 방식으로 도입된다면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 특히 개인택시 사업자 입장에서 면허가 단순한 영업 수단을 넘어 퇴직 이후 자산 가치로 인식되는 만큼 로보택시 확대가 곧바로 생계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택시를 새로운 운송 수단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기존 택시 사업자가 운영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며 “사업자 간 역할과 참여 방식을 정하는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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