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기쁨 기자] KB증권이 해외 인수금융 과정에서 떠안은 약 2000억원 규모의 잔여 익스포저 중 200억원의 신용손실을 인식한 것으로 파악됐다. 저금리 시절 글로벌 PEF들이 대규모 레버리지를 동원해 인수한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진 데다, 고금리로 금융비용 부담까지 커진 탓이다. 향후 만기 도래와 리파이낸싱에 따라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이 보유한 인제니코, 에카테라(현 립톤 티즈 앤 인퓨전스), VXI글로벌솔루션스 관련 인수금융 익스포저는 올해 상반기 기준 약 2000억원으로 전해진다. 이 중 실제 신용손실로 반영된 금액은 전체의 10% 수준인 약 200억원으로, 피인수기업의 가치 하락과 원금 회수 불확실성이 커지자 장부상 선제적인 손실 처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자산은 모두 글로벌 대형 PEF들이 주도한 바이아웃 딜이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는 지난 2022년 프랑스 월드라인의 사업부를 인수해 인제니코를 독립시켰고, 베인캐피탈과 CVC캐피탈파트너스 역시 같은 해 각각 VXI글로벌솔루션스와 에카테라를 사들였다.
KB증권은 이 시기 글로벌 PEF와의 접점을 넓히며 해외 인수금융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VXI글로벌솔루션스 등 굵직한 대형 딜의 주선권을 확보한 데 이어, 인제니코 리파이낸싱 물량까지 연이어 담아내며 가파른 외형 확장을 이어갔다.
문제는 거래 이후 급변한 시장 환경이었다. 2022년 이후 글로벌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변동금리로 조달된 인수금융의 금융비용 부담이 급증했다. 여기에 피인수기업들의 실적 개선 속도까지 더뎌지자 원리금 상환과 향후 리파이낸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KB증권은 주선 이후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셀다운에 나섰지만, 자체 북에 남겨둔 잔여 물량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규모로 주선했던 인제니코 리파이낸싱 등의 미매각분이 자체 익스포저로 묶이면서 이번 상반기 신용손실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기업들의 재무 부담도 가시화 했다. 인제니코는 지난달 핌코(PIMCO) 주도의 글로벌 투자자 그룹으로부터 1억5000만유로의 신규 자금을 유치하며 기존 차입금을 손질하는 자본구조 재편에 돌입했다. 에카테라도 금융비용 확대와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CVC가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등 채권단 공동 대응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번 손실은 2020년대 초 국내 증권사들이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던 해외 인수금융의 잠재 부실 리스크가 현실화한 결과다. 당시 증권사들은 글로벌 PEF 딜을 대거 주선하며 몸집을 불렸지만, 시장 침체로 미매각 물량이 소화되지 못하면서 차주의 신용도 악화가 본사 손익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추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피인수기업들의 실적 회복 지연으로 향후 만기 도래나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대출 조건 변경이나 가치 조정이 이뤄질 경우, KB증권 잔여 익스포저에서 추가 신용비용이 발생할 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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