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조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제쳐두고 모그룹도 아닌 주주들을 상대로 3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판단이 적절한 것인지 비판이 제기된다. 여러 선택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주들에게 손을 내밀며 일방적으로 자금부담을 전가했다는 점이 지적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고 신주 227만주를 발행하는 계획으로, 예정발행가 132만2000원 기준 3조9억4000만원을 조달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총 4곳이 공동으로 맡았다.
자금의 사용 목적은 크게 두 갈래다. 조달 금액의 대부분인 2조7062억원은 타법인증권취득자금에 배정됐다. 구체적으로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 진출을 위해 스위스의 폴리펩타이드 인수에 투입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7월17일 폴리펩타이드그룹 및 최대주주 드라우프니르 홀딩과 거래계약을 체결했다. 인수는 특수법인을 통한 공개매수 방식으로 이뤄지며, 최대주주 지분 55.65%를 확약받은 상태다. 나머지 2947억원은 제2바이오캠퍼스 6공장 증설을 위한 시설자금으로 쓰인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인수합병(M&A)을 위해 증자를 단행하는 사례는 종종 있어왔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는 다르다. 견조한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실탄으로 활용 가능한 자산을 누적한 상태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886억원, 단기금융상품은 1조9000억원에 달한다.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1조3925억원으로 양의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2025년 들어 현금성 자산이 늘고 총차입금은 줄어들면서 순현금 상태로 돌아서기도 했다.
차입이라는 선택지도 열려 있다는 평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정기신용등급은 ‘AA(안정적)’다.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은 51.3%고, 차입금의존도도 7.6%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수민 한국신용평가 수석 애널리스트는 신용등급에 관해 “공장 증설과 우수한 수주성과 등으로 견조한 외형 성장세와 40% 이상의 매우 높은 수익성을 시현하고 있다”며 “적극적 설비투자 기조에도 매우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고 우수한 영업현금창출력을 시현하며 재무역량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런 배경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다른 자금 조달 방안을 놔두고 유상증자를 택한 게 적절한 지에 대한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향후 막대한 설비투자비용(CAPEX)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오는 2034년까지 총 15조원이 넘는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재무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증자는 유동성 부족에 따른 불가피한 자금 조달이라기보다는 향후 대규모 투자를 위한 재무적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에 따른 부담을 주주가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 발행주식 수의 4.9%에 해당하는 신주 발행에 따른 주당가치 희석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상증자 공시 당일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28일 종가는 148만60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6.8% 떨어진 금액이다. 하루 만에 약 5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게다가 주주 입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방식의 자금 조달인 만큼 반향이 클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양수결정에 관한 최초 공시에서 인수대금을 보유 자금 및 차입금으로 조달한다고 밝혔다. 기타 조달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는 문구는 있었지만 유상증자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그런데 한 달여 만에 전액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로 방식을 바꾼 셈이다. 홍 연구원은 “예상보다 큰 증자 규모에 단기 주주 부담은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주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일단 타이밍과 방식이다. 이미 최근 인적분할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떼어내면서 주주들은 이미 기업가치 재평가와 주가 변동을 겪었는데,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조단위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일반 주주들을 이른바 ‘봉’으로 보고 있다는 지적을 낳게 한다. 기존 발행주식 대비 약 4.9%의 신주가 추가되기 때문에 유증에 참여하지 않는 주주는 지분율과 주당가치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
논쟁적인 부분은 유증 이외에 수단이 없었냐는 점이다. 이번 유증은 결과적으로 폴리펩타이드 인수대금 약 2조7000억원을 사실상 주주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 결국 성공할 지 실패할 지도 모르는 경영진의 M&A 판단을 주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에 설득력이 높다. 삼성바이오는 5% 가량 증자라고 해서 그만큼 손해보는 것은 아니며 주주배정이라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이 주어지고, 증자에 참여하거나 신주인수권을 매각하면 경제적 희석을 상당 부분 보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증자해서 산 해외 자회사가 3조원의 가치를 정당화할만큼 수익을 낼 지는 미지수다.
삼성바이오가 사기로 한 폴리펩타이드는 지난해 약 6600억원의 매출을 냈지만 순손실 360억원을 낸 적자기업으로 파악된다. 상각전이익(EBITDA, 795억원)을 기준으로 인수가격을 나누면 EV/EBITDA는 35배에 달한다. 절대로 싼 가격에 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장세가 폭발적이냐가 문제가 된다. 삼성바이오는 이 M&A에 대해 GLP-1 펩타이드 CDMO 시장의 글로벌 생산 플랫폼을 사는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EBITDA가 지난 상반기처럼 크게 늘어난다고 가정할 경우 폴리펩다이드 가치는 현재 가치보다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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