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기간 설정

‘기회의 땅’인 줄 알았는데…K-은행, 印尼서 혹독한 수업료
자카르타(인도네시아)=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2026-09-10 07:00:00
105개 은행 속 빅4 과점·얇은 중산층·규제 장벽…외형 대신 수익성·현지화로 선회
이 기사는 2026-09-09 06:00:00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krpgg1krpgg1krpg.png
(그래픽=제미나이

한류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K-금융의 글로벌 행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진출은 이제 주요 금융사에 단순한 기회 모색이 아니라 핵심 사업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탄탄한 해외 실적은 '생산적 금융'이 강조되는 현시점에서 선순환적 수익 구조를 만들어가는 동력이 되고 있다. 딜사이트는 이번 기획을 통해 세계 각 거점에서 펼쳐지는 국내 금융사의 현지 사업과 전략, 그리고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 [편집자주]


[자카르타(인도네시아)=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인구 2억8000만명의 ‘기회의 땅’으로 불리던 인도네시아가 국내 시중은행들의 혹독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거대한 인구와 성장 잠재력만 놓고 보면 매력적인 금융시장처럼 보이지만, 국내 은행들이 실제로 마주한 시장은 달랐다. 100곳이 넘는 은행이 경쟁하는 가운데 자산과 수신·여신은 소수 대형은행에 집중돼 있고, 안정적인 예금과 대출 수요를 뒷받침할 중산층은 상대적으로 얇았다. 여기에 외국계 은행에 적용되는 각종 규제와 높은 조달비용까지 겹치면서 ‘규모의 시장’을 보고 진출한 국내 은행들이 뒤늦게 ‘구조의 시장’을 체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은행들도 시행착오를 거치며 전략을 바꾸고 있다. 과거 인수합병(M&A)과 점포 확대를 통해 외형을 빠르게 키우는 데 무게를 뒀다면 최근에는 부실자산 정리와 인력·점포 효율화,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리테일 시장에서 현지 대형은행과 정면승부하기보다는 기업금융과 SME(중소기업), 한국계 기업 네트워크 등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영역을 중심으로 현지화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의 첫 번째 벽은 소수 대형은행에 힘이 집중된 시장 구조, 즉 공정한 경쟁이 어려운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현재 105개의 상업은행이 경쟁하고 있지만 BRI(Bank Rakyat Indonesia)와 만디리(Bank Mandiri), BNI(Bank Negara Indonesia) 등 국영은행 3곳과 최대 민간은행 BCA가 자산과 여신 등 주요 시장에서 절반을 훌쩍 넘는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은행 숫자는 많지만 실제 시장 지배력은 소수 대형은행에 집중된 ‘다수 은행·소수 강자’ 구조인 셈이다.


소수 대형은행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탄탄한 수신 기반과 정부 자금에 대한 접근성을 토대로 한 조달 경쟁력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국영은행은 정책자금과 공공부문 거래를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저원가성 자금을 확보하기 유리하다.


이 같은 차이는 최근 정부의 자금 배치에서도 드러났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해 BRI·BNI·만디리 등 국영계 은행에 총 200조루피아 규모의 국가자금을 배치했고, 올해 해당 조치를 연장했다. 이처럼 정책적으로 공급된 저리의 국가자금은 국영은행의 대출 여력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대로 비교적 늦게 시장에 진입한 외국계 은행은 처음부터 높은 조달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대형은행처럼 광범위한 고객 기반과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예금금리를 높여 자금을 끌어와야 하고, 이는 곧 대출금리 경쟁력과 수익성에 부담으로 이어진다. 국내 은행들이 인도네시아에서 공통적으로 부딪힌 벽은 시장의 크기보다 이 같은 시장 구조에 가깝다.

두 번째 벽은 ‘2억8000만명의 인구가 곧 2억8000만명의 금융고객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 통계청(BPS)에 따르면 2025년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8370만루피아(한화 약 640만원)로 전년 7862만루피아보다 증가했다. 경제 규모와 소득 수준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은행의 핵심 고객층인 중산층은 오히려 줄고 있다.


만디리은행의 경제·정책 연구소인 만디리 인스티튜트(Mandiri Institute)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중산층 비중은 2024년 17.1%에서 2025년 16.6%로 하락했다. 인구수로 환산하면 약 4670만명 수준이다.


여기에 세계은행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신흥 중산층(aspiring middle class)은 2019~2024년 실질 소비 증가율이 연평균 1.3%에 머물렀다. 인구와 경제 규모가 확대되고 있지만 소비 여력과 금융자산 축적 능력을 갖춘 고객층이 같은 속도로 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높은 금융포용률 역시 리테일 금융시장의 성장성과 동일시하기 어렵다.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이 파악한 올해 금융포용률은 93.61%로 1년 전보다 0.87%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은행 부문의 금융포용률은 70.64%에 그친다.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인구가 늘었다고 해서 예금·대출·카드·자산관리 등 다양한 은행 상품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고객층까지 같은 폭으로 두터워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자금이 소수 기업집단과 고액자산가에게 집중된 구조도 후발 은행의 수신 확대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지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인도네시아 전체 시중 자금의 90%가 상위 1% 화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공식 통계로 확인되는 수치는 아니지만, 소수 자산가와 기업가에게 자금이 집중돼 있다는 현지 금융권의 인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이처럼 대규모 기업자금과 고액 예금이 특정 고객층에 집중된 상황에서 후발 은행이 안정적인 핵심예금 기반을 단기간에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일반 리테일 고객만을 대상으로 수신 기반을 빠르게 넓히기에도 중산층의 규모와 금융자산 축적 수준이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그래픽=김민영 기자)

세 번째 벽은 규제와 현지화 부담이다. OJK는 외국인 인력이 맡을 수 있는 직위와 업무, 사용 기간 등에 제한을 두고 있으며 외국인 인력 활용에 사전 승인과 현지 직원에 대한 지식 이전 등의 요건을 적용하고 있다. 현지 은행 관계자들은 외국인 인력 배치와 비자 발급, 이사회(BOD) 적격성 심사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점 역시 경영 부담으로 꼽는다.


신상품 출시와 조직·점포 운영 과정에서도 감독당국의 승인이나 보고 등 각종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본사에서 검증된 영업전략이나 상품을 인도네시아에 그대로 옮겨심기보다는 현지 규제와 인력 구조에 맞춰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외국계 은행이 단기간에 영업망과 고객 기반을 확장하는 데 제약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시장 구조는 국내 은행들에도 적잖은 시행착오를 안겼다. 특히 현지 은행을 인수해 몸집을 빠르게 키운 일부 국내 금융그룹은 자산 확대 과정에서 부실채권이 늘어나며 대규모 충당금 부담을 떠안기도 했다. 외형 확대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현지 사업 정상화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도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인력과 점포를 재편하는 등 성장보다 정상화와 체질 개선을 우선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영업전략의 중심축도 달라지고 있다. 현지 대형은행과 리테일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기업금융과 SME, 한국계 기업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고 이를 현지 우량기업과 개인고객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대출자산과 점포 수를 늘리는 외형 경쟁에서 벗어나 수익성과 건전성을 함께 따지는 질적 성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인도네시아는 국내 은행들에 ‘철수할 시장’이라기보다 ‘공략법을 다시 짜야 하는 시장’에 가깝다. 2억8000만명의 인구와 높은 경제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대형은행의 조달 경쟁력과 얇은 중산층, 높은 규제 장벽을 넘지 못하면 외형 확대만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사실도 분명해졌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누가 자산과 점포를 많이 늘리느냐가 아니라 누가 부실을 걷어내고 안정적인 수신 기반을 확보하면서 자신만의 시장을 구축하느냐다. 국내 은행들의 인도네시아 ‘2라운드’는 외형이 아닌 수익성과 현지화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시장이 기회의 땅이라더니, 우리나라 은행들이 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거야?
인도네시아의 시장 구조와 높은 조달비용이 주요 원인이에요. 현재 105개의 상업은행이 경쟁하고 있지만, BRI, 만디리, BNI 등 국영은행 3곳과 민간은행 BCA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요. 특히 국영은행은 지난해 총 200조 루피아 규모의 국가자금을 배치받는 등 저렴한 자금 조달이 가능하지만, 외국계 은행은 높은 조달비용을 감내해야 하는 구조예요.
인구가 2억 8000만 명이나 된다는데, 왜 고객 확보가 어렵다는 거야?
중산층 비중이 줄어들고 있고, 자금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만디리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중산층 비중은 2024년 17.1%에서 2025년 16.6%로 하락했어요. 또한 금융포용률은 93.61%로 1년 전보다 0.87%p 상승했지만, 은행 부문의 금융포용률은 70.64%에 그치고 있어요. 현지 금융권에서는 “인도네시아 전체 시중 자금의 90%가 상위 1% 화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금이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어요.
규제나 현지화 문제도 까다롭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힘들어?
외국인 인력 활용에 대한 제한과 복잡한 행정 절차가 경영 부담을 주고 있어요.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은 외국인 인력이 맡을 수 있는 직위와 업무, 사용 기간 등에 제한을 두고 있으며, 외국인 인력 배치나 이사회(BOD) 적격성 심사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요. 또한 신상품 출시나 조직 운영 과정에서도 감독당국의 승인을 거쳐야 해서 본사의 전략을 그대로 적용하기가 어려워요.
그럼 앞으로 우리나라 은행들은 인도네시아에서 어떻게 대응할 계획이야?
외형 확장보다는 수익성과 건전성을 중시하는 질적 성장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어요. 과거에는 인수합병(M&A)이나 점포 확대로 덩치를 키우는 데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인력과 점포를 효율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리테일 시장에서의 정면승부 대신 기업금융, SME(중소기업), 한국계 기업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현지화 전략을 다시 짜고 있어요.
AI를 이용해 기사 본문을 질문·응답 구조로 재편성했습니다.
전체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주세요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