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방태식 기자] 케어젠이 사우디아라비아 업체와 체결한 2400억원대 대형 공급계약을 둘러싸고 실제 이행 여부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해당 계약의 만료가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현재까지 이행률이 1%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대형 공급계약이 실제 매출로 연결되지 못하며 중동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매출까지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케어젠은 2017년 8월 사우디아라비아 의료기기·화장품 업체 'RONESCA'와 2억1500만달러 규모의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당시 원화 환산금액은 약 2411억원으로 계약기간은 2017년 8월부터 2027년 7월까지 10년이다.
해당 계약에 따라 케어젠은 RONESCA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시장에 혈당조절 건강기능식품 '디글루스테롤'을 비롯해 스킨케어와 헤어케어 관련 펩타이드 제품 등을 공급하기로 했다. 당시 계약금액은 회사의 연간 매출을 크게 웃도는 규모였던 만큼 중동시장 외형 확대에 대한 시장 내 기대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계약 이행 속도는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해당 계약의 누적 공급액은 약 29억원으로 전체 계약금액 2411억원의 1.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이행되지 않은 계약금액은 약 2382억원으로 전체의 98.8%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계약 만료까지 남은 기간이 1년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초 계약 규모를 모두 달성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단순 계산하면 9년 가까이 공급한 금액의 80배가 넘는 규모를 남은 계약기간 동안 추가로 이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간 계약 이행이 지연된 데에는 중동 현지 사업환경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케어젠은 그동안 현지 관련 법령에 따른 제품 등록 절차가 예상보다 길어진 데다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계약 이행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2400억원대에 달하는 대형 공급계약이 9년 가까이 실질적인 매출로 연결되지 못하며 당초 기대했던 중동시장 외형 확대 효과도 제한적이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케어젠의 중동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매출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 지역 매출은 324억원으로 전년 대비 34.2%(168억원) 줄었다. 올 상반기에도 122억원에 그치면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케어젠이 올해 들어 다른 해외 장기 공급계약을 잇달아 해지했다는 점에서 사우디 계약의 이행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회사는 올 5월 ▲INNOVAHEALTH, AESTHETICS SOLUTIONS LTD(이스라엘) ▲MSLP QUADRIFOGLIO S.A(남아메리카)와 체결했던 공급계약 2건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규모는 각각 379억원, 20억원이었다.
두 계약 모두 2016년 체결돼 약 10년간 이어진 장기 공급계약이지만 실제 이행실적은 미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케어젠은 두 계약의 해지 사유가 상대방의 주요 의무 미이행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잇따른 계약 해지로 해외 장기 공급계약의 이행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딜사이트는 케어젠 측에 사우디 공급계약의 이행률이 저조한 이유와 향후 해지 가능성 등을 수차례 문의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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