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유독 기억에 남는 통증이 있다. 별다른 이유 없이 밤마다 무릎이 아팠다가도 며칠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괜찮아졌다. 몸이 훌쩍 자라는 과정에서 으레 따라오지만 앓는 당사자에게는 결코 가볍지는 않은 이른바 성장통이다. 최근 사모펀드(PEF) 업계를 보고 있으면 문득 이 지독한 성장통이 겹쳐 보인다.
최근 주요 운용사들 사이에서 핵심 인력의 이탈과 리더십 교체가 이뤄지는 소식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그 양상은 제각각이다. 윗선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과정에서 아래 세대와 갈등을 빚거나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을 앞두고 오랜 기간 합을 맞춰온 인력들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등을 돌리기도 한다.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던 사람들이 갈라서고 조직의 중심에 있던 인물들이 자리를 옮기는 모습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얼마 전 조직 내 큰 인사 변화를 겪은 한 운용사 대표를 만났을 때의 일이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이 단순히 개인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게 아니다”라며 강조했다. “오직 하우스를 더 제대로 지속가능한 곳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진심으로 잘하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그의 말에는 꽤 묵직한 절박함이 묻어났다. 당시에는 그저 한 하우스의 읍소 정도로 여겼지만 최근 업계 전반의 흐름을 보며 그 말이 다시금 곱씹어졌다.
어느 곳이든 조직의 변화가 매끄럽게 진행되기란 쉽지 않다. 특히 PEF 운용사는 사람이 곧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업종이다. 한 사람이 오랫동안 구축한 관계와 투자 방식이 하우스의 색깔이 되기도 한다. 익숙한 관계와 방식에는 그 나름의 힘이 있고 그것을 바꾸는 순간에는 필연적으로 균열이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쉬운 선택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과거의 방식으로는 커진 펀드 규모와 깐깐해진 출자자(LP)들의 눈높이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누군가는 쥐고 있던 권한을 내려놓고 누군가는 익숙했던 자리를 떠나야만 한다.
성장통이 의미를 갖는 건 통증 그 자체보다 앓고 난 이후의 변화에 있다. PEF 업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장의 인력 변화와 조직 내 뒤숭숭한 분위기가 하우스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달라진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라면 일정한 진통은 감수해야 한다. 결국 이번 변화가 성장통으로 남을지, 단순한 조직의 균열로 끝날지는 각 하우스가 그 이후 어떤 조직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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