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벤처캐피탈로 성장한 IMM인베스트먼트가 IMM그룹에서 라지캡 거래를 담당하는 IMM프라이빗에퀴티와 분리된 이후로 인프라 운용사로 거듭나고 있다. 동족(?)과 같은 영역에서 경쟁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일찌감치 인프라투자를 시작한 이후 대형 프로젝트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태양광 개발 사업 확장을 위한 재무적투자자(FI)로 IMM인베스트먼트를 낙점했다. IMM인베는 글랜우드크레딧과 메리츠금융그룹, 미래에셋그룹과 경쟁했는데 이 구도에서 삼성의 선택을 얻어낸 것이다.
IMM인베와 IMM PE(IMM Private Equity)는 별개의 운용사다. 후자인 IMM PE는 전통적으로 중대형 기업의 바이아웃·그로스캐피털과 적극적 경영 참여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송인준 부회장, 김영호 대표, 손동한 대표가 이끌고 있다. 전자인 IMM인베는 한뿌리에서 났지만 벤처투자 부문을 키우며 성장했고 지성배, 장동우 부회장과 변재철 대표가 리더십을 맡고 있다.
IMM인베는 자신들의 투자영역을 VC와 그로스에퀴티(Growth Equity),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로 정의한다. 이들은 최근 SK호라이즌에서 KKR과 함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를 했고, 올해 초에는 SK의 울산GPS·SK멀티유틸리티 발전자산 입찰에도 직접 참여했다.
◆ 10년 전부터 키워온 인프라 투자능력
IMM 창업 1세대인 장동우 대표는 2017년부터 용산 나진산업 지분을 인수하기 시작해 2020년 100% 인수를 완료했다. 총 인수대금은 약 3000억원, 투자기구는 IMM스페셜시츄에이션1호 PEF였다. 같은 창업 1세대인 송인준 김영호 파트너가 IMM PE에서 대형 바이아웃에 집중하는 동안 덩치가 비슷한 라지캡이면서 친정 식구들과 겹치지 않는 인프라 영역을 발굴한 것이다.
IMM은 일부 부지를 현대엘리베이터에 약 1004억원, 또 다른 부지를 네오밸류 계열 용산라이프시티PFV에 약 2211억원에 매각했다. 리스크 분산을 해온 것으로 지난해엔 나진산업의 부동산 담보대출 약 600억원을 전액 상환했다. IMM은 기존 약 1200억원 규모 인수금융도 이미 상환한 상태에서 남은 나진상가 개발을 위한 PF 준비에 들어갔다. 용산의 알짜부지를 일본 아자부다이힐스처럼 초고급 주거 및 업무지구로 재개발할 계획이다.
IMM인베는 나진상가 외에도 한진신항과 PSA현대부산신항만, 현대LNG해운, 인천종합에너지 등을 통해 인프라 투자 능력을 키워왔다. 그리고 올해 중요한 변곡점을 맞는데 그게 바로 SK호라이즌 딜이다.
◆ 10년 전부터 키워온 인프라 투자능력
SK텔레콤은 지난달 SK브로드밴드의 데이터센터와 해저케이블 사업을 SK호라이즌으로 떼어내면서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했는데, 여기엔 미국계 KKR과 IMM인베, 스톤브릿지 컨소시엄이 총 3조800억원을 대기로 했다. SK호라이즌이 보유·개발할 데이터센터는 총 318MW 규모로 해저케이블 사업까지 포함된다. 특히 IMM인베는 세계 최고 인프라 관련 투자사인 KKR과 협업하면서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이건 전통적인 PE 투자라기보다는 AI와 데이터센터, 전력, 통신 인프라가 결합된 종합예술이라서다.
이런 맥락에서 IMM인베가 삼성물산의 선택을 얻은 것은 관련 섹터의 신뢰성이 감안된 결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미국에서 이미 23.2GW 규모 태양광·ESS 개발 사업권을 확보하고 있다. 과거에는 개발한 프로젝트를 RTB(Ready-to-Build, 착공 가능 단계) 단계에서 매각했다면 앞으로는 일부 발전소를 직접 운영해 운영수익까지 확보하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프로젝트 하나에 3300억원만 투자하고 기다리는 투자자가 아니라 앞으로 미국 에너지 플랫폼에 계속 자본을 공급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았다고 볼 수 있다.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회성 매각이익에 그치지 않고 발전소 운영을 통해 장기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이번 투자 유치는 삼성물산 상사부문 미국 법인이 현지에서 진행 중인 ESS·태양광 개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이다. 미국 법인 산하에 운영 법인과 개발 법인을 별도로 두고 외부 투자금을 유치할 계획이다. 두 법인 모두 외부 투자자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운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IMM인베는 신규 조성한 대규모 펀드와 전통 인프라 분야부터 디지털 산업까지 폭넓게 쌓아온 그간의 투자 경험을 토대로 이번 거래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10호 인프라 펀드는 지난해 상반기 3000억원이 넘는 규모로 1차 클로징한 데 이어 2차 클로징에서 5700억원까지 규모를 키웠다.
도로·공항·항만 등 전통적인 인프라에 집중했던 투자 영역도 최근에는 디지털인프라 분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인공지능(AI) 확산과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서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전력·통신망까지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떠올랐다. 기술 변화와 맞물려 인프라 자재 제조 기업이나 사이버 보안 등 새로운 투자처가 계속 등장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IMM인베의 홍콩 자회사인 IMM글로벌은 이미 다양한 에너지 전환 기업에 투자해왔다. 북미 지역의 태양열, 풍력 등 청정에너지 기술 개발 기업인 아펙스 클린에너지와 미국 청정에너지 플랫폼 기업 페레그린 에너지 솔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이번 거래를 통해 미국 인프라 시장에서의 투자 보폭을 넓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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