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Sh수협은행 차기 행장 선임전이 본격화한 가운데 은행 내부에서는 다시 한번 '정통 수협맨'이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부에서 주요 보직을 거쳐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를 수 있다는 승진 경로가 임직원의 장기적인 동기부여와 조직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세 차례 연속 내부 출신이 행장에 오른 것도 이런 분위기에 힘을 싣는다. 내부 출신 선호가 곧 신학기 현 행장의 연임 지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철균·박양수 전 부행장도 30년 넘게 수협에서 잔뼈가 굵은 '수협맨'이다. 여기에 현직 금융당국 고위관료인 이형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외부 후보로 가세하면서 '내부 승진이냐, 외부 수혈이냐'도 이번 인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 차기 행장 공개모집에는 신 행장을 비롯해 총 6명이 지원했다. 내부에서는 신 행장과 정철균·박양수 전 부행장이 지원했고 외부에서는 이 원장과 강철승 전 중앙대 교수, 일반 기업 출신 인사 1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은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는 이날 서류심사를 거쳐 면접 대상자를 추린 뒤 21일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수협은행 내부에서는 차기 행장도 조직 사정에 밝은 내부 출신이 맡는 게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단순히 '내부 사람'을 선호한다기보다 주요 보직을 거쳐 CEO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인사 경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수협은행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부행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친 내부 인사가 행장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선례가 있어야 후배 직원들에게도 승진에 대한 동기부여가 된다"며 "은행 출신 인물이 최고경영자가 되면 업무적으로도 안정성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수협은행 특유의 조직 구조를 이해한다는 점도 내부 출신의 강점으로 꼽힌다. 수협은행은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수협중앙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데다 어업인·수산업 지원이라는 고유한 역할도 갖고 있다. 조직과 사업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데 오랜 내부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조직에 대한 이해도는 직전 행장 인선에서도 평가 요소로 거론됐다. 2024년 행추위는 신 행장을 최종 후보로 추천하면서 내부 출신으로서 은행의 특수성과 경영이념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행장 인선도 내부 출신 중심으로 이뤄졌다. 수협은행은 2020년 김진균 전 행장을 시작으로 2022년 강신숙 전 행장, 2024년 신 행장까지 세 차례 연속 내부 출신을 선택했다. 2001년 독립사업부제 도입 이후 민간 금융회사와 관료 출신 등이 번갈아 행장을 맡았던 것과 비교하면 내부 승진 기조가 뚜렷해진 모습이다.
이번에 내부 출신 후보가 3명이나 출사표를 던진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신 행장뿐 아니라 정철균·박양수 전 부행장 역시 30년 이상 수협에 몸담으며 주요 보직을 거쳤다. 내부 출신을 선호하는 기류가 실제 인선 과정에 반영되더라도 이를 신 행장의 연임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만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이번 인선의 가장 큰 관심사는 신 행장의 연임 여부다. 수협은행은 2016년 수협중앙회에서 독립법인으로 분리된 이후 현직 행장이 연임한 사례가 한 번도 없다. 김진균·강신숙 전 행장은 한 차례 임기를 끝으로 물러났고 신 행장이 이번에 독립법인 출범 이후 첫 연임 사례에 도전하고 있다.
신 행장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뚜렷한 무기는 경영 성과다. 수협은행은 지난해 세전 당기순이익 3129억원을 거둔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203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총자산은 처음 70조원을 넘어섰다. 비은행 사업 확대와 내부등급법 승인까지 임기 중 이뤄지면서 경영 성과 측면에서는 연임 도전을 뒷받침할 명분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 출신을 선호하는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부 출신 CEO가 기존 조직의 이해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을 장점으로 보는 시각도 일부 존재한다. 실무진 입장에서는 외부 인사가 행장으로 올 경우 기존 조직이나 특정 인맥에 얽매이지 않고 현안을 보고할 수 있어 오히려 업무가 편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장악에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지만 기존 관행에서 한발 떨어져 새로운 시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런 측면에서 외부 후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이 원장이다. 이 원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과 상임위원 등을 거쳤으며 최근까지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후보로도 거론됐다. 현직 금융위 1급 고위공무원이 금융회사 CEO 공개모집에 직접 지원했다는 점에서 신 행장을 비롯한 내부 출신 후보들이 무시하기 어려운 경쟁자로 평가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직 고위관료가 행장 공개모집에 직접 지원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현직 FIU 원장이라는 무게감을 고려하면 신 행장의 연임 도전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외부 경쟁자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등장으로 이번 인선은 최근 세 차례 이어진 내부 출신 행장 기조를 유지할지, 외부 인사를 수혈해 변화를 택할지를 가늠하는 성격도 갖게 됐다. 내부 출신은 조직 이해도와 경영 연속성을, 외부 출신은 기존 조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시각과 변화를 각각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
행추위의 첫 선택은 이날 나온다. 서류심사를 통해 면접 대상자가 압축되면 신 행장의 연임 경쟁 구도와 내부·외부 후보 간 대결 구도도 한층 구체화할 전망이다. 신 행장이 최종 선택되면 독립법인 출범 이후 첫 연임 행장이 탄생한다. 정철균·박양수 전 부행장이 낙점되면 '수협맨' 행장이 네 차례 연속 이어지고, 외부 후보가 선택되면 2020년부터 이어진 내부 출신 행장 체제가 막을 내리게 된다. 면접은 오는 21일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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