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2년 전에는 현직 행장이 실적을 등에 업고 연임에 도전했지만 신학기 당시 수석부행장에게 자리를 내줬다. 이번에는 신학기 Sh수협은행장이 그 자리에 서게 됐다. 2016년 수협중앙회에서 별도 법인으로 분리된 이후 누구도 넘지 못한 '연임 문턱'에 현직 행장으로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신 행장이 받아든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취임 이후 수협은행의 자산을 70조원대로 키웠고 첫 비은행 자회사도 확보했다. 내부등급법 승인으로 자본여력까지 크게 넓혔다. 2년 전 자신이 현직 행장을 밀어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현직 수석부행장이 공모에 나서지 않으면서 내부 경쟁구도도 한층 단순해졌다. 문제는 수협은행이 지금까지 경영 성과만으로 연임을 보장해온 조직이 아니라는 점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 은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는 전날 차기 행장 공개모집을 마감했다. 지원자는 모두 6명이다. 내부에서는 신 행장과 정철균·박양수 전 부행장이 출사표를 냈다. 외부에서는 이형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과 강철승 전 중앙대 교수, 일반 기업 출신 1명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후보군에서 눈에 띄는 것은 현직 경영진의 경쟁구도다. 당초 신 행장의 유력한 내부 대항마로 거론됐던 도문옥 수석부행장은 공모에 지원하지 않았다.
2024년 인선과는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강신숙 현직 행장이 연임에 도전한 가운데 신학기 수석부행장과 박양수 부행장 등 현직 경영진 3명이 나란히 지원했다. 지원자는 이번과 마찬가지로 6명이었다. 행추위는 결국 강 행장의 연임 대신 신 수석부행장을 최종 후보로 선택했다.
이번에는 현직 수석부행장이 빠지면서 적어도 내부 경쟁구도만 놓고 보면 신 행장의 부담이 2년 전 강 전 행장보다 줄었다. 여기에 임기 중 확보한 경영 성과도 연임 도전의 주요 자산으로 꼽힌다.
우선 실적과 외형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협은행의 올해 상반기 세전 당기순이익은 203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6% 증가했다. 총자산도 지난해 말보다 6조7000억원 증가한 70조원으로 처음 70조원대에 올라섰다.
무엇보다 신 행장 임기 중 눈에 띄는 변화는 비은행 사업 성과다. 전임 행장 시절부터 추진해온 비은행 금융사 인수를 실제 거래로 연결했다. 수협은행은 지난해 트리니티자산운용 인수를 완료한 뒤 Sh수협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바꾸며 첫 비은행 자회사를 확보했다.
확장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수협은행은 은행 중심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상상인증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자산 수탁기업 인피닛블록에 약 20억원을 투자해 지분 14.95%를 확보했다.
자산운용사 인수와 증권사 M&A 추진, 디지털자산 투자가 잇따르면서 신 행장이 취임 이후 비은행 사업 확대에 속도를 냈다는 평가가 가능해졌다.
자본여력도 커졌다. 수협은행은 올해 초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부등급법 사용을 승인받으면서 자본비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2024년 말 12.27%에서 지난해 말 16.66%로 4.39%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도 15.28%에서 19.8%로 높아졌다.
신 행장은 취임 이후 내부등급법 승인을 주요 과제로 두고 금융당국과 적극적으로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협은행이 2022년부터 내부등급법 도입을 준비해온 만큼 승인 자체를 신 행장 개인의 성과로 돌리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임기 중 승인 절차를 마무리해 비은행 M&A와 향후 사업 확장에 활용할 수 있는 자본여력을 확보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수협은행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낮은 자본비율이 비은행 M&A와 금융지주 체제 구축의 제약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신 행장이 이 같은 과제를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랜 내부 경험도 있다. 신 행장은 수협은행에서 영업과 기획, 전략과 재무 등을 두루 경험한 정통 '수협맨'이다. 1995년 수협중앙회에 입회해 리스크관리부장, 심사부장, 전략기획부장 등을 거쳐 2020년 12월 수석부행장에 올랐다. 행장 취임 전까지 약 4년간 전략과 재무를 총괄하면서 은행의 중장기 사업전략과 자본관리에도 관여했다.
다만 금융권에선 경영 성과만으로 연임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전례'다. 수협은행은 2016년 별도 법인 출범 이후 현직 행장이 연임에 성공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제도적으로 연임이 제한된 것은 아니지만 김진균·강신숙 전 행장 모두 한 차례 임기를 끝으로 물러났다.
이번에는 외부 후보의 존재감도 무시하기 어렵다. 특히 현직 금융당국 고위직인 이형주 FIU 원장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내부 출신 후보 간 경쟁에 그치지 않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수협은행 행추위의 독특한 의사결정 구조도 변수다. 행추위는 정부 측 추천 위원 3명과 수협중앙회 측 추천 위원 2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된다. 최종 후보로 추천되려면 4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부 측과 수협중앙회 측 모두의 지지를 받아야만 행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행추위는 오는 9일 서류심사로 면접 대상자를 추리고 21일 면접을 진행한다.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지원자 대부분이 면접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신 행장의 임기는 11월17일까지이며 차기 행장의 임기는 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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