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Sh수협은행이 2030년 금융지주 체제 전환을 겨냥해 비은행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자산운용사를 확보한 데 이어 최근 증권사 인수를 위한 독점 협상권을 따내고 캐피탈사 실사에도 나섰다. 대규모 외형 확대보다 중소형 금융사를 중심으로 필요한 업권을 하나씩 채우는 방식으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모습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지난달 상상인그룹과 상상인증권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수협은행은 올해 9월까지 다른 원매자의 개입 없이 단독으로 인수 조건을 조율할 수 있는 독점적 배타권을 확보했다.
아직 본계약인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지 않은 만큼 거래대금과 최종 인수 지분 등 구체적인 조건은 확정되지 않았다. 배타적 협상권 확보 이후 실사와 가격 협상 결과에 따라 거래 성사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상상인증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약 65% 지분의 매각가격이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포함해 1000억원 이상, 최대 2000억원 안팎까지 형성될 가능성도 거론한다.
상상인증권 최대주주인 ㈜상상인의 지분율은 55.85%로, 전날 종가 926원을 적용한 단순 지분가치는 약 560억원이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하면 약 65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과 최근 증권업황 개선, 상상인증권의 실적 회복 등을 반영할 경우 실제 거래가격은 단순 시가총액 기준 지분가치를 크게 웃돌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협은행은 증권사 외에도 중소형 캐피탈사 편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적극적으로 인수 가능성을 타진 중인 네덜란드 라보은행 계열 데라게란덴이 대표적이다. NBH캐피탈 역시 시장에서 중소형 캐피탈 매물 후보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수협은행이 대형 금융사보다 중소형 매물에 집중하는 것은 금융지주 전환에 필요한 사업 포트폴리오는 확보하면서도 자본 부담은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외형을 단번에 키우기보다 기업금융 역량과 업권 라이선스를 갖춘 회사를 선별적으로 인수해 증권·자산운용·캐피탈의 3각축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증권사와 캐피탈사를 함께 확보하면 기업금융(IB)과 기업여신 기능을 연계할 수 있다는 점도 수협은행이 두 업권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기존 해양·수산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금융과 특화 금융상품을 확대할 수 있어서다.
수협은행의 연이은 M&A 검토를 가능하게 하는 배경에는 탄탄한 자본여력이 자리 잡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1조4310억원에 달하고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5.97%를 기록했다. 규제 수준을 크게 웃도는 자본비율을 유지하고 있어 비은행 자회사 인수에 따른 자본 부담을 감내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평가다.
내부등급법(IRB) 도입도 M&A 운신의 폭을 넓히는 요인이다. 수협은행은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적용하면서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효율성을 높였고, 이를 통해 약 4000억~5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본여력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새로운 자본이 유입된 것은 아니지만 동일한 자기자본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인수 여력이 확대된 셈이다.
수협은행의 비은행 확대 전략이 본격화된 기점은 2022년이다. 수협중앙회는 당시 잔여 공적자금을 모두 상환한 뒤 금융사업 다각화와 2030년 금융지주 체제 전환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이후 핵심 금융계열사인 수협은행은 은행장 직속 미래혁신추진실과 M&A 전담 조직을 구축하며 비은행 진출을 준비했다.
첫 결실은 지난해 나왔다. 수협은행은 2025년 트리니티자산운용을 인수해 창립 이후 첫 M&A를 성사시켰고, 이후 사명을 Sh수협자산운용으로 변경했다. 자산운용이라는 첫 비은행 축을 확보한 데 이어 올해 증권과 캐피탈까지 동시에 인수 후보군에 올리면서 금융지주 전환을 위한 포트폴리오 구축이 한층 빨라진 모습이다.
수협은행이 종합금융그룹 도약에 속도를 내는 근본적인 이유는 수익 기반 다변화다. 수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한 수협은행은 금융사업의 이익 구조가 은행에 집중돼 있고 은행 역시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금리 하락이나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은행 수익성이 둔화할 경우 범수협 금융부문의 실적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수협은 은행 외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는 증권·자산운용·캐피탈을 비은행 부문의 핵심 축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캐피탈을 연계해 기업금융 경쟁력을 높이고, 해양·수산 산업 네트워크를 활용한 특화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상상인증권 인수는 이 같은 구상의 핵심 퍼즐로 꼽힌다. 증권업은 신규 인가 문턱이 높은 데다 시장에 나오는 매물도 제한적이어서 기존 증권사를 확보하는 전략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크다. 수협은행이 배타적 협상권까지 확보한 것도 증권업 진출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실제 거래 성사까지는 실사와 가격 협상,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넘어야 할 절차가 남아 있다.
금융권에서는 상상인증권 인수가 성사될 경우 수협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구축이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운용에 이어 증권까지 확보하면 남은 핵심 퍼즐은 사실상 캐피탈 부문으로 좁혀진다. 수협이 제시한 2030년 금융지주 체제 전환까지 추가 M&A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결국 수협은행의 최근 M&A 행보는 단순한 몸집 불리기보다 금융지주 전환에 필요한 비은행 라이선스를 단계적으로 확보하는 과정에 가깝다는 평가다. 은행 중심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증권·자산운용·캐피탈을 갖춘 종합금융 포트폴리오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구축하느냐가 향후 4년간 금융지주 전환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수협은행 관계자는 "상상인증권 지분 인수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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