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KG그룹이 KG캐피탈을 합병하는 대신 매각하는 이유는 인수합병(M&A)으로 발생한 이른바 캐피탈 면허 2개 가운데 하나를 포기하는 대신 현금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합병에 가까운 자산 인수로 덩치는 키우면서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까다로운 캐피털사 라이선스를 현금으로 바꿀 계획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G그룹은 잠재 원매자를 대상으로 KG캐피탈 인수 의향을 타진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KG캐피탈 지분 100%인데, 그룹은 계열사 별로 지난해 말 기준 KG이니시스가 60%를 보유해 최대주주이고 나머지는 이데일리(20%), KG ICT(10%) 등이 갖고 있다. 남은 10%는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10%)가 나눠 갖고 있는데 시장에서 거론되는 100% 매각가는 400억원 안팎이다.
KG그룹은 지난 4월 한앤컴퍼니로부터 케이카 경영권과 케이카캐피탈 지분 100%를 총 7500억원에 인수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KG그룹이 케이카캐피탈을 인수한 이후 양사가 합병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그룹 내에 KG모빌리티 전속 신차 할부·리스 금융을 담당하고 있는 KG캐피탈이 있는 상황에서 사업 영역이 겹치는 캐피털사 두 곳을 굳이 따로 운영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두 회사를 합칠 경우 단숨에 외형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합병 시나리오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해 말 기준 케이카캐피탈과 KG캐피탈의 자산은 각각 7458억원, 1448억원이다. 두 회사의 자산을 단순 합산했을 때 총 자산은 8906억원으로 업계 20위권대 캐피털사로 올라설 수 있다.
하지만 KG그룹은 자동차 금융 사업은 덩치가 크고 수익성이 27배나 높은 케이카캐피탈로 일원화해 실리를 챙기고, 중복돼 버려질 뻔한 KG캐피탈 라이선스는 시장의 높은 수요를 이용해 매각(면허 장사)함으로써 현금화하겠다는 지극히 계산적이고 영리한 M&A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카카오뱅크와 수협은행, 한화생명 등 금융지주나 대형사들이 캐피탈 시장 진출 및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라이선스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라이선스를 합병으로 소멸시키는 것보다 수요가 많을 때 팔아치우는 것이 이득이라는 분석이다. KG그룹은 케이카와 케이카캐피탈을 인수하는 데 약 7500억 원(케이카캐피탈 약 2000억 원)이라는 거금을 투입했다. KG캐피탈을 매각해 회수하는 수백억 원의 현금은 그룹의 인수 금융 부담을 낮추는 데 유용하다.
게다가 케이카캐피탈(자산 약 7400억원)은 KG캐피탈(자산 약 1500억원)보다 체급이 5배 이상 크다. 굳이 두 회사를 합병하는 복잡한 절차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하위권인 KG캐피탈이 더해져서 얻는 '규모의 경제' 효과가 미미하다는 판단이다.
이미 KG그룹은 KG캐피탈의 핵심인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부는 케이카캐피탈로 이관시킨 뒤 남은 잔여 자산과 캐피탈 라이선스만 별도로 떼어내 매각하는 방안을 꾸몄다. 업계에선 카카오뱅크가 최근 마스턴캐피탈 인수를 추진 중이고, 한화생명도 애큐온캐피탈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KG캐피탈의 경우 주력 사업부였던 자동차 할부 금융 사업이 빠져나가더라도 관련 시장 진출이 시급한 기업들 사이에서는 매물로서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당국이 핵심 알맹이를 뺀 이 라이선스 장사를 그대로 볼 것이냐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런 맥락에서 KG도 적절한 인수 후보를 찾지 못할 경우 합병 방안을 다시 찾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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