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국내 소형·준중형 자동차 시장의 경쟁 구도가 바뀌고 있다. 현대차 아반떼·기아 셀토스 등 국산차 중심이었던 2000만~3000만원대에 중국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소비자 선택폭이 넓어지고 있어서다. 국산차 가격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차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그동안 국산차가 주도해온 보급형 수요를 흡수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BYD가 국내에서 판매 중인 5개 차종 가운데 4개 차종이 2000만~3000만원대 가격에 걸쳐 있다. 소형 전기차 돌핀은 기본형 2450만원, 액티브 2920만원이며 준중형 전기 SUV 아토3는 3490만원부터 시작한다. 중형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SUV 씨라이언6 DM-i는 3750만원, 중형 전기 세단 씰은 3990만원부터다.
BYD는 이 같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1월 한국 승용차 시장에 진출한 BYD는 올해 1~7월 1만4521대를 판매하며 테슬라, BMW, 벤츠에 이어 수입차 판매 4위에 올랐다. 특히 2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돌핀이 5775대로 가장 많이 팔렸다. 아토3와 씰까지 합치면 8927대로 전체 판매량의 61.4%를 차지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들 차량의 가격대가 그동안 국내 완성차 업체가 주도해온 대중차 시장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이다. 현대차 8세대 아반떼는 2.0 가솔린 기준 2398만원부터 시작하고, 2세대 코나와 기아 2세대 셀토스의 기본형 가격도 각각 2537만원, 2477만원이다. KG모빌리티 티볼리는 2097만원부터다. 여기에 소비자 선호 옵션을 더하면 실제 구매 가격이 2000만원대 후반에서 3000만원대로 높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차급 대비 가격 경쟁력에서는 중국차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모습을 보인다. 국산차에서 2000만~3000만원대 예산으로 선택할 수 있는 차량은 내연기관 소형·준중형차나 캐스퍼 일렉트릭·레이 EV 등 소형 전기차가 중심이다. 반면 중국차로 범위를 넓히면 같은 가격대에서 준중형 전기 SUV나 중형 전기 세단까지 선택할 수 있다.
실제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은 선택 사양을 추가하면 가격이 3000만원대 후반까지 올라가는 반면, 준중형 전기 SUV인 BYD 아토3는 3490만원부터 시작한다. 보조금과 세부 사양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예산으로 더 큰 차급의 전기차를 선택할 수 있는 셈이다. 같은 예산을 가진 소비자라면 중국차 구매를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이 같은 가격 경쟁력에 보조금 소진과 출고 지연 등 공급 측면의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실제 구매 과정에서 국산차 대신 중국차를 선택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40대 남성 A씨는 "데일리로 탈 전기차로 기아 EV5를 사려고 했었지만, 계약을 넣은 이후 전기차 보조금이 고갈되서 차량을 당장 받기 힘들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이후 출고가 빠른 BYD 씰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남성 B씨는 "원래 레이EV 계약을 걸어놨었는데, 출고 기간이 점점 길어지자 계약을 취소했다"며 "알아보던 중 돌핀이 눈에 띄었고 구매했다"고 했다. 가격뿐 아니라 차량을 실제로 받을 수 있는 시점까지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면서 중국차가 국산차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는 중국 업체의 국내 소형·준중형 시장 영향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산차 가격은 지속 높아지는 반면 중국차는 가격뿐 아니라 품질과 상품성 측면에서도 과거보다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부품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보급형 차종 가격을 다시 낮추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과거 중국차는 저가형 중심이라는 인식과 품질 우려가 컸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며 "BYD도 국내 진출 이후 큰 품질 이슈 없이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부품 공급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현대차 입장에서도 아반떼를 판매해 얻는 이익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브랜드 가치 상승 없이 가격만 높아지는 구조가 이어진다면 중국차와의 경쟁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국산차 가격이 4000만원 안팎까지 높아지면 그 아래 가격대의 수요를 중국차에 내줄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생산비 구조상 완성차 업체들이 저가 차량을 계속 국내에서 생산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