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내우외환에 빠졌다. 테슬라와 BYD 등 수입차의 적극적인 공세로 그동안 공고히 구축해온 안방인 국내 시장에서의 판매가 흔들리며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노사 관계는 임금협상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미 노조는 부분파업에 돌입, 파업 수위를 높이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자동차 생산 현장에서는 로봇 도입을 둘러싼 딜레마도 커지고 있다. 생산성을 높이려는 회사와 고용 안정을 지키려는 노조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업계 맏형인 현대차가 풀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현대차그룹이 임금협상 난항으로 극심한 노사 갈등에 휩싸였다. 현대차 노조는 3주 연속 파업에 나섰고, 기아 노조의 파업도 가시화하고 있다. 현대로템 등 부품 계열사 노조도 잇따라 파업을 언급하며 임금 교섭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노사 갈등이 그룹 전반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노란봉투법에 따른 하청 교섭 부담까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은 지난 23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오는 29~31일 사흘간 매일 주·야간 근무조 각각 4시간씩 파업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이 3번째 부분파업으로, 앞서 1차인 이달 13~15일에는 각 조 2시간씩 파업했다. 사측과 교섭이 진전되지 않자 2차인 20~22일에는 각 조 4시간으로 투쟁 강도를 높였다. 이번 3차까지 진행되면 현대차 생산라인 가동 차질은 누적 60시간에 이를 전망이다.
기아 노조도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중노위는 지난 27일 오후 진행된 기아 임금·단체협약 교섭 관련 쟁의 조정에서 중지를 결정했다. 노사 간 입장차가 커 조정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기아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 가능한 쟁의권을 획득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23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 총 82%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기아 노사는 2021년 이후 5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해온 바 있는데, 이번에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면 이 기록이 깨지게 된다. 노조는 오는 30일 1차 쟁의대책위원회를 시작으로 구성원들과 실제 파업 돌입 여부와 시점 등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들 두 회사 노조는 해마다 여름 임단협에서 기본급 인상 폭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여왔지만 올해는 'N% 성과급'이 갈등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현대차 노조는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을 핵심으로 내걸었고, 상여금 750%에서 800%로 상향과 정년 연장, 완전 월급제 도입 등도 요구했다. 기아 노조 역시 같은 기본급 14만9600원 정액 인상과 전년도 영업이익 30% 성과급을 요구했고, 여기에 주 4.5일제 시행과 정년 65세 연장 등을 추가했다.
이 같은 갈등은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현대로템은 지난 20일 쟁의권을 확보했으며, 현대글로비스 울산지회(협력사 노조)는 오는 30일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전면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15일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금속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에 현대차를 비롯해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 그룹 주요 계열사 노조와 일부 부품사도 부분파업에 참여한 바 있다. 현대모비스 경우 램프사업부 매각을 둘러싼 반발로 자회사 현대IHL 노조가 파업을 벌인 데 이어 지난 4월 사무연구직 노조까지 출범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에 따른 하청 노조 리스크도 부담이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5일 금속노조가 현대차를 상대로 낸 '교섭 요구 사실공고 시정 신청'을 받아들이는 결정문을 노사 양측에 보냈다. 현대차와 직접 도급 계약을 맺지 않은 2차 협력사 근로자도 현대차가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한다고 보고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이다. 완성차 업계에서 나온 첫 사례라 다른 회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속노조가 원청 교섭을 요구하는 조합원 상당수가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소속인 만큼 노동계는 이번 판정을 계기로 그룹 전체를 원청 교섭의 핵심 대상으로 삼고 있다.
현대차에 이어 기아도 동시에 파업에 들어갈 경우 생산 차질 우려는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1·2차 부분파업으로 1만5800대 규모의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6732억원 규모다. 여기에 3차 부분파업까지 더해지면 누적 손실은 1조원 안팎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협상 타결 없이 여름휴가에 들어가면 노사 교섭은 8월 이후로 밀려 양측 갈등이 한층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 새 집행부의 첫 임단협인 만큼 노조 입장에서도 쉽게 물러서기 어려운 협상일 것"이라며 "가뜩이나 관세와 생산 차질로 부진한 수익성에 파업까지 장기화하면 글로벌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기아의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5조47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9% 줄어, 관세 부담과 부품사 화재에 따른 생산 차질 여파가 이미 실적에 반영된 상태다. 하반기에도 노조와의 타결이 늦어지면 실적 회복 시점은 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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