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내우외환에 빠졌다. 테슬라와 BYD 등 수입차의 적극적인 공세로 그동안 공고히 구축해온 안방인 국내 시장에서의 판매가 흔들리며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노사 관계는 임금협상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미 노조는 부분파업에 돌입, 파업 수위를 높이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자동차 생산 현장에서는 로봇 도입을 둘러싼 딜레마도 커지고 있다. 생산성을 높이려는 회사와 고용 안정을 지키려는 노조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업계 맏형인 현대차가 풀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제조 현장 전반에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미국 공장부터 투입해 2030년까지 글로벌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인건비 절감 등 비용 구조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노조는 고용 불안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국내 공장으로의 로봇 투입을 둘러싼 노사 협의 과정에서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 양측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하면서 AI와 로봇 도입에 대응한 고용안정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양산형 로봇 '아틀라스'를 노사 합의 없이 생산시설에 배치할 수 없으며, 생산라인 자동화 과정에서도 고용 안정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현대차 노조인 전국금속노종조합 현대자동차지부는 지난 1월 발간한 소식지에서도 한 차례 우려를 내비쳤다. 이들은 "로봇을 대량 양산해 생산 현장에 투입하면 고용 충격이 예상된다"며 "노사 합의 없이 단 1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 올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사측이 로봇 투입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해외로 국내 물량을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며 "단 1대의 물량도 빼갈 수 없다"며 반발했다.
아틀라스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처음 공개된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로,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자체 개발했다. 자율적 학습 능력과 어느 작업 환경에서나 적용 가능한 유연성을 탑재, 실제 제조 현장에서의 효율성이 극대화한 모델이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선보이며 "앞으로 휴머노이드가 가장 큰 피지컬 AI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며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을 대량 생산해 산업 현장에 대규모로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틀라스는 오는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투입된다. 초기에는 부품을 순서대로 분류하고 공급하는 시퀀싱 작업과 부품을 보충하는 등의 작업을 수행한다. 이후에는 보다 복잡한 부품 조립과 품질 관리 등의 공정도 맡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2029년 하반기 기아 조지아 공장(KaGA)에도 아틀라스를 투입한다. 2030년에는 이를 글로벌 전 생산거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차·기아 외에도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는 생산 공장에 로봇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미국의 테슬라와 중국의 샤오펑, 샤오미 등은 자사 공장에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해 실증을 진행 중이다. 독일의 BMW와 중국의 니오, 지리, 비야디(BYD) 등은 외부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와 협력,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들 기업들도 현대차·기아처럼 단순 부품 조립과 운반 공정에 로봇을 우선 투입, 향후 가장 어렵고 복잡한 공정으로 꼽히는 의장 분야로도 적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 생산 현장에 아틀라스를 2만5000대 이상 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규모 로봇 생산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으로, 이 중 83%에 해당하는 규모다. 아틀라스 양산 초기에는 생산 비용과 판매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에 현대차·기아 구매력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아틀라스 생산 초기 원가는 대당 13만~14만달러이지만 1만대를 생산할 경우 단가는 5만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5만대 이상부터는 3만달러 초반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기아가 로봇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외 공장을 우선 적용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서는 국내 생산라인에 투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회사의 생산량 절반 이상이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어 로봇 활용 효과를 온전히 체감하려면 국내 공장 적용이 뒤따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양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현대차의 차량 생산 실적은 384만7741대로, 국내 비중은 50%(184만6837대)로 나타났다. 기아는 지난해 글로벌 전역에서 285만1092대를 생산했으며, 국내 비중은 56%(159만7342대)를 차지했다.
최근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본인의 SNS에서 고용 불안에 대한 노조의 우려를 의식한 듯한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HMGMA에 로봇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는 로봇이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로봇이 무겁고 반복적인 업무를 맡아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가장 잘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고 새로운 종류의 일자리도 만들고 있다"며 "이는 인류를 위한 진보가 실제로 구현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 현장에 로봇을 투입하는 일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해외 완성차들도 로봇 도입 실증에 나선 만큼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도 경쟁력을 고려하면 속도를 더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내 생산직 일자리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노사 합의 없이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