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내우외환에 빠졌다. 테슬라와 BYD 등 수입차의 적극적인 공세로 그동안 공고히 구축해온 안방인 국내 시장에서의 판매가 흔들리며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노사 관계는 임금협상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미 노조는 부분파업에 돌입, 파업 수위를 높이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자동차 생산 현장에서는 로봇 도입을 둘러싼 딜레마도 커지고 있다. 생산성을 높이려는 회사와 고용 안정을 지키려는 노조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업계 맏형인 현대차가 풀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국내 자동차 업계 맏형 현대자동차의 본업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판매는 4년 만에 200만대 아래로 내려앉았고, 특히 안방격인 국내 판매 감소가 해외보다 더 컸다. 테슬라·BYD 등 수입차 공세까지 만만찮은 가운데 현대차는 하반기 신차로 반등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회사의 올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은 196만626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줄었다. 상반기 판매가 200만대를 밑돈 것은 2022년(187만7193대) 이후 4년 만이다.
판매 감소는 국내에서 더 뚜렷했다. 국내 판매는 31만6713대로 10.8% 줄어든 반면 해외 판매는 164만9554대로 3.7% 감소하는 데 그쳤다.
최근 5년(2022~2026년) 국내 판매 추이를 살펴봐도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2022년 33만4396대였던 국내 판매량은 2023년 39만6550대까지 올랐다가 2024년 34만5704대, 지난해 35만4900대를 거쳐 올해 31만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2024년부터 2년째 뒷걸음질 치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 판매량은 반도체 공급 부족 여파로 판매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던 2022년 실적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연간 흐름만큼이나 올 1~6월 월별 국내 판매량도 눈여겨볼 일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월 판매(5만208대)는 9% 늘었지만 2월(4만7008대)엔 17.8% 줄었고, 3월(6만1850대)엔 2% 감소했다. 그런데 3월 자동차 부품사 안전공업 화재로 엔진밸브 공급에 차질을 빚은 데다 4월엔 팰리세이드 전동시트 대규모 리콜까지 겹치며 4월 판매는 5만4051대로 19.9% 큰 폭으로 줄었다. 이 여파로 현대차는 기아에 밀리며 처음으로 월간 판매량 2위를 기록했다. 5월(4만5364대)과 6월(5만8232대)에도 1년 전보다 각각 23.1%, 6.2% 판매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가 내수에서 힘을 쓰지 못한 이유는 협력사발 생산 차질과 신차 대기 수요가 겹친 탓이다. 회사는 자사 뉴스룸을 통해 3월과 4월 월별 판매량 수치를 공개하면서 "협력사 부품 수급 차질로 팰리세이드와 G80 등 주력 판매 차종의 생산량 감소와 더불어 신차 대기 수요로 판매 실적이 줄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여기에 테슬라와 BYD 등 수입차 공세까지 겹치며 안방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18만4000여대로 1년 전보다 4만6000여대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로는 처음으로 25%를 넘어섰다. 이 증가를 이끈 건 테슬라와 BYD다. 테슬라는 5만6139대를 팔아 수입차 1위에 올랐고, BYD도 1만1675대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안방인 국내 시장 판매량이 흔들리면서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아반떼의 8세대 완전변경 모델과 투싼의 5세대 신형 모델에 이어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제네시스 GV90 등 다수의 신차를 순차 투입할 방침이다. 판매 전략도 고부가가치 차종과 가격 인상을 병행해 수익성까지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출시된 7세대 그랜저의 부분변경 모델 '더 뉴 그랜저'는 이전 모델보다 300만~600만원가량 비싸졌다. 현대차가 지난달 '부산모빌리티쇼 2026'에서 첫 공개한 완전변경 모델 '디 올 뉴 아반떼'는 아직 공식 가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첨단 사양을 대거 반영한 만큼 그랜저에 준하는 폭의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격 인상에 따른 엔트리 모델 경쟁력 약화 우려에 대해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차량의 경쟁력은 단순한 판매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임금협상을 비롯해 아틀라스 등 로봇 도입을 둘러싼 노조와의 갈등,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 사용자성 문제까지 겹치며 하반기 생산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협력사 화재와 리콜, 여기에 테슬라, BYD 등 수입차 공세까지 겹치며 상반기 내내 안방에서 고전했다"며 "하반기 출시가 예정된 아반떼, 투싼 등 주력 신차 판매가 본격화하면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희망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임금협상과 로봇 도입 등 노조와의 갈등 사안들의 향방이 하반기 판매를 좌우할 중요 변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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