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LG전자 로봇 역사의 시작점은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금성사 시절인 1988년부터 청소기에 이동과 제어 기능을 결합한 로봇청소기 연구에 착수하면서다. 사람이 직접 움직였던 가전을 스스로 움직이는 기기로 탈바꿈하기 위해 공간인식, 장애물 감지·회피, 경로설정 등 다양한 기술 개발을 진행했다.
그 결과물이 2003년 출시한 국내 기업 최초의 로봇청소기 '로보킹'이다. 첫 로보킹은 초음파 센서로 장애물과 추락 위험을 감지하고 스스로 청소 동선을 계산하는 기능을 갖췄다. 이후 카메라를 이용한 위치 인식과 공간 학습, 음성인식, 자율주행 기능이 추가됐다. 현재 LG전자의 가정용 로봇 경쟁력의 모태가 된 기술력은 이때부터 구축된 셈이다.
로봇 사업 범위가 로봇청소기 밖으로 본격적으로 확대된 시점은 2017년부터다. 인천국제공항에 안내로봇과 청소로봇을 투입해 활용 가능성을 검증한 LG전자는 'LG 클로이'를 로봇 통합 브랜드로 출범시켰다. 안내·서빙·배송 등 상업용 로봇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로봇을 가전제품의 넘은 미래사업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외부 투자를 통한 기술력 강화도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2017년 웨어러블 로봇업체 에스지로보틱스에 30억원, 액추에이터업체 로보티즈에 90억원을 투자했고, 이듬해에는 인공지능(AI) 업체 아크릴에 투자 지분 10%를 확보했다. 이어 매장관리 로봇업체 보사노바로보틱스에 300만달러(약 41억원)를 투자했고 산업용 로봇업체 로보스타는 800억원을 들여 경영권을 확보했다.
2024년에는 AI 기반 자율주행 로봇업체 베어로보틱스에 800억원을 투자 후 추가 지분 인수로 경영권을 확보했다. 기존 클로이 중심의 상업용 로봇 사업도 베어로보틱스에 통합시키면서 사업 규모를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기존 LG전자의 제조·영업 역량에 베어로보틱스의 로봇 소프트웨어 플랫폼, 군집제어 및 클라우드 관제 기술을 결합시키는 구조를 통해서다.
올해 취임한 류재철 대표는 로봇 사업의 무게중심을 양산·실증·사업화로 옮겼다. 과거 클로이 중심 상업용 로봇이 수익화에 실패한 이후 기술 확보에 집중했다 재차 사업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류 대표는 지난 7월 대표 직속으로 로보틱스사업센터를 신설하고 로봇 관련 사업개발 및 영업, 공급망, 제조 운영 기능을 통합시켰다. 이전 대표 직속 부문이었던 로봇사업센터가 연구개발 통합 조직 성격이었다면 이번 로보틱스사업센터는 생산·판매까지 이어지는 완성형 조직으로 평가된다.
사업화의 첫 시험대는 올해 예정된 휠베이스형 'LG 클로이드'의 미국 테네시 세탁기 공장 실증이다. 단순 시연을 넘어 로봇 활용이 충분한 경제성을 지닐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또한 여기서 확보한 작업 데이터는 엔비디아와 개발 중인 ‘아이작 그루트’ 기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등의 학습에도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LG전자는 내년 1분기까지 휴머노이드 개발을 마치고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로봇 사업의 전반적인 수익성 강화 여부도 이번 결과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7억원 적자가 발생했던 로보스타는 올해 상반기 6억원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로보티즈 역시 올해 상반기 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확연한 개선세를 보였다. 다만 베어로보틱스, 엔젤로보틱스는 여전히 적자 흐름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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