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애경산업이 잇단 적자로 자본잠식에 빠진 화장품 자회사 원씽을 흡수합병했다. 신규 브랜드를 인수해 외형 확장을 추진했던 과거 전략에서 벗어나 수익성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대주주가 사모펀드(PEF)와 태광산업으로 변경된 직후 합병이 결정됐다는 점에서 새 주주 체제의 첫 사업 효율화 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애경산업은 지난 4월8일 이사회에서 완전자회사 원씽과의 소규모합병을 결의했다. 합병기일은 6월12일이었으며 애경산업이 존속회사로 남고 원씽이 소멸하는 구조다. 애경산업은 원씽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신주를 발행하지 않는 무증자 방식으로 합병을 마무리했다.
이번 합병은 원씽의 실적 악화가 뚜렷해진 가운데 이뤄졌다. 애경산업은 2022년 5월 원씽 지분 70%를 약 4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두 차례 콜옵션을 행사해 2025년 원씽 지분을 100%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2022년 5억원을 웃돌았던 원씽의 순이익은 이듬해 순손실 3억원으로 고꾸라졌다. 2025년에는 연간 순적자 규모가 무려 28억원으로 확대됐다. 누적 손실이 쌓이면서 자본총계도 마이너스 26억원으로 쪼그라들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결국 흡수합병 대상이 됐다.
애경산업으로서는 적자 자회사를 별도 법인으로 유지할 유인이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별도법인으로 사업을 운영할 경우 법인 유지와 관리에 필요한 고정비가 발생하는 데다 의사결정 구조도 이원화된다. 반면 사업을 본사 내부로 흡수하면 브랜드와 유통망 등 필요한 사업 기능은 유지하면서 중복되는 관리·지원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원씽은 애경산업이 2022년 K-뷰티 성장세를 겨냥해 인수했던 확장 전략의 한 축이었다. 화장품 시장의 성장성을 감안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원씽 인수 후 애경산업은 브랜드의 독립적 운영과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별도 법인으로 유지했지만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기대만큼 인수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이에 애경산업은 원씽의 재무성과 외에 브랜드의 시장 경쟁력, 성장 가능성, 모회사와의 사업적 시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애경산업의 원씽 합병 결의가 최대주주 변경 절차가 마무리된 직후 이뤄졌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애경산업은 지난 3월26일 PEF 뷰티라이프원과 태광산업을 새로운 최대주주로 맞이했다. 이후 불과 2주도 지나지 않은 4월8일 원씽 흡수합병이 결정됐다.
업계에서는 새 주주들이 애경산업의 사업구조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수익성이 낮은 자회사에 대한 정리 작업을 단행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이번 합병 자체가 원씽 사업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원씽이 보유한 브랜드와 사업 역량을 애경산업 내부로 가져오면서 법인만 통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향후 애경산업이 원씽의 사업은 유지하면서도 비용구조를 얼마나 효율화할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화장품 사업부를 메이크업과 스킨케어로 세분화하고 스킨케어 부문 강화를 추진하면서 원씽의 브랜드 자산과 애경산업이 보유한 사업 역량을 결합해 육성하는 것이 중장기적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도 사업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 시장 및 채널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 운영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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