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BNK금융그룹의 ESG경영은 '지역 산업의 전환'에 색깔이 드러난다. 조선·해양 등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주력산업에 공급해온 지역금융을 친환경 선박과 해상풍력, 저탄소 전환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기존 산업을 금융 포트폴리오에서 밀어내는 대신 전환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면서 지역경제와 ESG를 함께 가져가는 전략이다.
28일 BNK금융의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BNK금융의 지속가능금융 전략은 ESG금융을 넘어 생산적금융과 지역 산업의 저탄소 전환까지 금융지원의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ESG 요소를 반영한 여신·투자에 그치지 않고 기존 지역 주력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친환경·저탄소 산업으로의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는 BNK금융의 영업 기반인 부울경의 산업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조선·해양과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동남권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고탄소 산업에 대한 금융 익스포저를 단순히 줄이는 것만으로는 지역경제와 탄소중립이라는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하기 어렵다. 기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면서 저탄소 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금융을 공급하는 전략이 중요한 이유다.
BNK금융은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그룹 경영진으로 구성된 ‘생산적금융협의회’를 출범했다. 협의회는 그룹 차원의 생산적금융 컨트롤타워로서 향후 5년간 생산적 금융 50조원, 취약계층 지원 포용금융 5조원 등 총 55조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올해 경영전략에서도 생산적금융을 통한 영업방식 전환과 지역특화산업 육성을 주요 전략과제로 제시했다.
BNK금융의 차별점은 자금의 목적지에서 나타난다. 기존 영업 기반인 부울경의 조선·해양·에너지 산업을 생산적금융과 산업 전환 지원의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어서다. 지역 산업에 대한 이해와 기존 기업금융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역경제 성장과 산업구조 전환을 함께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출발점은 기존 조선·해양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지역 산업금융이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7월 HJ중공업에 약 1억6400만달러(약 2273억원) 규모의 선수금환급보증(RG)을 단독 발급했다. 이는 국내 민간은행 최초의 중형 조선사 대상 단독 RG 발급이다. 중소선사를 대상으로는 한국해양진흥공사 보증을 활용한 ‘BNK 중소선사 협약보증대출’을 통해 향후 5년간 1500억원을 공급하는 등 지역 조선·해양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지역 산업금융의 역할을 친환경 선박과 재생에너지 등 저탄소 산업으로 넓히고 있다. BNK금융은 부산을 중심으로 조선·선박과 항만 등 기존 해양산업에 공급하던 금융을 친환경 선박과 해상풍력 등 미래 산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해양수산부와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북극항로 대응과 스마트·친환경 해운항만, 기후변화에 대응한 수산업 전환 등 8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해상풍력은 지역 산업금융과 ESG가 만나는 대표적인 분야다. BNK금융은 부울경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지역형 생산적금융의 대표 과제로 선정했다. 올해 3월에는 두산에너빌리티와 ‘BNK RE:BOUND 프로젝트’ 첫 협약을 맺고 지역 친환경 에너지 사업 지원에도 나섰다. 조선업의 수주와 설비투자를 지원하던 지역금융의 역할을 재생에너지와 저탄소 산업까지 연결하려는 것이다.
BNK금융의 ESG 전략이 다른 금융그룹과 차별화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ESG금융의 절대 규모보다 해양·조선·에너지로 이어지는 동남권 산업 생태계를 금융지원의 중심에 놓고 기존 산업의 전환과 연결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어서다. 조선·해양과 제조업은 동남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동시에 탄소중립 과정에서 설비 교체와 에너지 전환에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 업종이다. 기존 지역 산업에 대한 금융을 단순히 축소하기보다 저탄소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지역 산업을 바꾸는 ESG'인 셈이다.
앞으로는 대규모 생산적금융 공급이 실제 지역 산업의 변화로 얼마나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과제다. 생산적금융 전체를 ESG 성과로 볼 수 없는 만큼 50조원이라는 공급 목표 자체만으로 BNK금융의 ESG 성과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전환금융 공급액과 지원 기업의 탄소배출 감축량, 친환경 선박·설비 전환 실적, 지역기업의 성장과 고용 변화 등을 함께 공개한다면 지역경제와 ESG를 결합한 BNK금융 모델의 성과도 보다 명확해질 수 있다. 지역 산업에 돈을 공급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실제 산업 전환을 만들어내는 금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BNK금융 ESG 전략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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