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한국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을 마무리하면 국제결제은행(BIS) 규제상 위험가중치(RW) 250%가 적용되던 지분투자 익스포저를 정리할 수 있다. 회계상으로도 16조원 규모의 보험계약부채를 비롯한 KDB생명의 자산과 부채가 연결재무제표에서 빠진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KDB생명 몸값을 고려하면 단기적인 자본적정성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추산된다.
오히려 보험사업에서 발생하는 손익 변동성과 장기간 이어진 지원 부담을 덜어내는 데 매각의 재무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다만 매각 이후에도 산은의 추가 지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실제 재무개선 폭은 최종 거래조건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28일 산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현재 KDB생명에 대한 BIS 기준 총투자금액은 4253억원이다. KDB생명은 회계상으로는 산은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되지만 은행 BIS 규제에서는 연결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산은이 보유한 KDB생명 지분투자 익스포저에는 '대응공제법(RW 250%)'이 적용된다. 위험가중치 적용 전 투자금액 4253억원을 기준으로 산은의 KDB생명 관련 위험가중자산(RWA)은 단순 계산 시 약 1조632억원으로 추정된다. 산은의 1분기 말 BIS 기준 총자본은 52조5672억원, RWA는 361조5000억원으로 총자본비율은 14.54%다.
시장에서는 KDB생명의 매각가격을 5000억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산은이 KDB생명의 회계상 장부가액으로 5107억원을 잡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엇비슷한 수준이다. 세금과 규제자본 조정, 매각 과정에서의 추가 지원 등을 제외하고 장부가 대비 107억원의 처분손실만 총자본에 반영하는 한편 KDB생명 관련 RWA가 전액 빠진다고 가정하면, 총자본비율은 단순 추산 약 14.58%로 높아진다. 현재보다 약 4bp(1bp=0.01%포인트) 개선되는 수준이다.
산은이 희망 매각가로 알려진 1조원에 KDB생명을 매각할 경우 개선 폭은 커진다. 장부가 대비 약 4893억원의 매각차익이 발생하고, 이를 규제자본에 반영하는 단순 가정 아래 총자본비율은 약 14.72%로 현재보다 18bp가량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시장 눈높이가 이미 5000억원 안팎으로 형성된 만큼 이 가격에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산은이 KDB생명 인수와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투입한 자금은 2조원가량이다. 시장 예상가격인 5000억원에 매각될 경우 단순히 누적 투입액과 매각대금을 비교하면 회수 규모는 약 25%에 그친다. 현재 KDB생명의 회계상 장부가액은 이미 5107억원까지 낮아져 있는 만큼 과거 누적 투입액과 이번 매각으로 발생하는 회계상 처분손익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BIS 총자본비율만 놓고 보더라도 시장 예상가격 수준에서 매각될 경우 단기 개선 효과는 크지 않은 셈이다.
KDB생명 매각의 재무적 의미가 단기 자본비율 상승보다 장기적인 부담을 덜어내는 데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KDB생명의 올해 1분기 총자산은 산은의 총자산 411조4449억원 대비 4% 수준인 16조5575억원이다. 이 가운데 보험계약부채는 16조733억원에 달한다. 매각으로 지배력을 넘기면 관련 자산과 부채가 산은 연결재무제표에서 제외된다. 이는 16조원 규모의 부채만 단순히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보험자산도 함께 연결범위에서 빠진다는 의미다. 산은 입장에서는 보험사업 특유의 자산·부채 변동성이 연결재무제표에 직접 반영되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손익 측면에서도 보험사업에서 발생하는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KDB생명은 지난해 111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전년 204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에는 다시 278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이 가운데 257억원은 즉시연금 관련 소송충당부채 환입 등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결과다. 매각이 마무리되면 이 같은 KDB생명의 손익 변동이 산은 연결실적에 직접 반영되는 구조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변수는 매각 이후에도 산은의 추가 지원 여부다. 시장에서는 KDB생명 매각 과정에서 산은의 추가 자금 지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지원 규모가 최대 5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실화할 경우 시장에서 예상하는 매각가격과 맞먹는 규모다. 기존 투자자산을 정리하더라도 새로운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발생할 수 있어 자본적정성 개선 효과도 지원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유상증자나 대출, 후순위채 등 지원 형태에 따라 산업은행의 자본과 RWA에 미치는 영향도 차이가 난다.
시장에선 이번 매각의 재무적 의미는 당장의 투자금 회수나 BIS비율 상승보다 KDB생명을 둘러싼 장기적인 지원 부담의 범위를 확정하고 보험사업 변동성을 덜어내는 데 있다는 평가다. 추가 지원이 포함될 경우 단기적인 재무개선 효과는 줄어들 수 있지만, 최종 거래조건을 통해 향후 산은이 부담할 지원 규모와 방식이 구체화된다는 점에서는 장기간 이어진 자금 투입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산은 관계자는 "(추가 지원 여부와 방식을 포함한) KDB생명 매각조건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자본적정성이 어느 정도 개선될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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