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항공산업 재편을 위해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한 산업은행이 3500억원에 육박하는 평가이익을 거두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막바지에 접어드는 사이 한진칼 주가가 산은의 취득가를 크게 웃돌면서다. 항공산업 구조개편이라는 정책적 투자 목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향후 산은이 6년간 보유해온 한진칼 지분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회수할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한진칼 지분 10.58%(706만2146주)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한진칼의 지난 18일 종가는 11만8900원으로, 이를 기준으로 산은 보유 지분의 가치는 약 8396억원에 달한다.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취득하는 데 투입한 자금은 5000억원이다.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약 3396억원의 평가차익이 발생한 셈이다. 취득원가 대비 평가수익률은 약 67.9%에 이른다.
산은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항공업계가 경영난에 빠진 상황에서 대한항공 모회사이자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총 8000억원을 투입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국적항공사 통합과 이후 항공산업 재편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금융 성격의 투자였다.
당시 투자는 5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인수로 이뤄졌다. 산은은 유상증자를 통해 한진칼 신주 706만2146주를 주당 7만800원에 취득해 현재 10.5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B는 교환권을 행사하지 않고 지난해 12월 만기 상환받았다. 이에 따라 8000억원 규모의 투자 가운데 EB 3000억원은 이미 회수됐으며, 현재 남아 있는 투자자산은 5000억원을 출자해 취득한 한진칼 지분이다.
투자의 출발점이었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도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2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대한항공과의 합병계약안을 99.3%의 찬성률로 가결했다. 합병기일은 오는 12월16일이며 이튿날인 17일 통합항공사가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국적항공사 통합이라는 1차 목표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데다 한진칼 주가도 산은의 취득가인 7만800원을 크게 웃돌면서 투자금 회수를 위한 여건은 과거보다 좋아졌다. 산은은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이후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진칼 출자금 회수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산은이 현 주가 수준에서 지분을 회수할 수 있다면 항공산업 재편이라는 정책적 목적과 함께 상당한 투자수익까지 확보할 수 있다. 아직 평가차익이 실제 수익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지분을 매각하기 전까지 주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고, 10%가 넘는 지분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현재 시장가격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변수다.
가격 측면에서 투자금 회수 여건이 개선된 것과 별개로 산은이 통합항공사 출범과 동시에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투자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항공산업 구조개편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금융이라는 점에서 통합 이후 안정화 과정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법적으로 하나의 회사가 된 이후에도 시스템과 조직·인력 등을 통합하는 PMI(인수 후 통합) 작업이 남아 있다. 통합에 따른 시너지가 실제 경영 성과로 이어지고 통합항공사가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서는지 여부도 향후 산은의 지분 회수 시점을 결정할 변수로 꼽힌다.
현재 산은은 항공산업 재편 작업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보유 지분 처분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통합항공사 출범 이후 후속 안정화 작업까지 일정 궤도에 오르면 2020년 시작된 한진칼 투자도 회수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당초 투자 목적이었던 항공사업 재편에 대해서는 아직 달성했다고 판단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는 지분 매각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고 있지 않아 매각 시점은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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