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SK텔레콤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독파모) 3차 경쟁에서 산업 현장 확산에 승부를 건다. 688B(6880억개) 규모의 'A.X K2'로 모델 성능을 끌어올린 데 이어 제조와 국방, 사무·생활 영역으로 적용처를 넓혀 기술력을 실제 사용으로 연결한다는 전략이다. 통신과 기업간거래(B2B) 사업에서 확보한 이용자·산업 접점을 바탕으로 A.X를 현장에서 '일하는 AI'로 확산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SKT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진행한 독파모 2차 단계평가를 통과해 3차 개발에 진출했다. A.X K2는 전체 매개변수 688B 가운데 추론 과정에서 33B만 활성화하는 전문가혼합(MoE) 구조를 적용했다. 직전 모델인 519B 규모 A.X K1보다 체급을 키우면서도 활성 매개변수는 33B로 유지해 추론 효율을 높였다.
A.X K2는 특히 수리 추론과 한국어, 에이전트 역량에서 강점을 보였다. SKT에 따르면 AIME 2026 기반 평가에서 97.1점을 기록했고 한국어 지식 평가인 KMMLU-Pro에서는 80.5점, 한국 문화 이해를 평가하는 CLIcK에서는 91.6점을 받았다. 에이전트의 도구 활용 능력을 평가하는 τ²-Bench Telecom에서도 98.0점을 기록했다. 자체 개발한 SGA(Sparse Gated Attention) 구조를 적용해 긴 문맥을 처리할 때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정부 평가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A.X K2는 수학과 지식, 장문이해, 안전성, 신뢰성, 한국어, 지시이행 등 7개 분야를 평가하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벤치마크에서 15점 만점 중 13.4점으로 4개 정예팀 가운데 최고점을 기록했다. AI 스타트업 대표 등 전문 사용자 49명이 직접 모델을 사용해 평가한 전문 사용자 평가에서도 15점 만점 중 11.6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SKT가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이 같은 모델 성능을 실제 산업과 서비스로 연결하는 역량이다. 모델 개발 단계부터 산업 적용을 염두에 두고 컨소시엄 구성도 강화했다. SK AX는 B2B AX 사례 발굴과 실증, 산업 확산 체계 구축을 담당하고 테크노매트릭스는 제조 분야의 AI 모델 운영과 최적화를 맡는다. 컨소시엄 내부 협력도 모델·인프라와 선행연구, 데이터, 서비스 확산 등 4개 트랙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적용처는 제조 현장이다. SKT는 KG스틸과 자동차 부품업체 코넥을 대상으로 제조 특화 AI 에이전트의 현장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생산 라인의 과거 불량 사례를 학습한 AI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파악하고 조치 방법을 안내하는 방식이다. KG스틸 당진공장 냉간 압연 라인과 코넥의 주조·가공 공정에 적용해 실제 생산 과정에서 활용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산업 확산에는 SKT가 기존 사업에서 확보한 기업·이용자 접점도 활용한다. 기업용 AI 서비스 '에이닷 비즈'에서는 A.X K2를 활용해 자료 수집·분석과 보고서 작성 등을 지원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사내 AI 도구에는 경량 모델을 공급해 반도체 지식 검색과 정보 정리 등에 활용하고 있으며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에이닷에도 A.X K2 경량 모델을 적용했다. 독파모를 통해 개발한 모델을 별도 서비스에 머물게 하지 않고 기존 B2B·B2C 사업과 연결해 활용처를 넓힐 수 있다는 점이 SKT가 가진 강점이다.
보안과 데이터 주권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온프레미스 구축 경험을 활용한다. SKT는 국방부에 A.X K1을 FP8·FP4·INT4 방식으로 양자화한 모델 3종을 제공했으며 A.X K2 공급도 추진하고 있다. 기관 내부의 폐쇄된 환경에서 데이터를 외부로 반출하지 않고 모델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방을 비롯해 높은 수준의 보안이 요구되는 공공·산업 영역으로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SKT의 전략은 범용 모델의 성능을 높이는 동시에 산업별 업무에 맞는 형태로 모델을 확장하는 데 맞춰져 있다. 고난도 추론은 대형 모델이 담당하고 제조 도면이나 음성처럼 현장별 요구가 다른 영역에는 경량·멀티모달 모델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이미지와 텍스트를 함께 이해하는 비전 언어 모델과 상담·회의 등의 음성을 인식·분석하는 오디오·음성 모델도 A.X K2 파생 라인업으로 구축했다.
3차 개발에서는 모델 체급을 한층 키우면서 운영 효율도 높인다. SKT는 A.X K2 후속 모델을 조 단위 매개변수 규모로 확장하고 에이전틱 강화학습과 사이버보안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리벨리온과 국산 AI 반도체 기반 모델 서빙 최적화와 상용 서비스 실증을 확대한다. 모델 규모를 키우면서도 긴 문맥을 사용하는 에이전틱 업무의 처리 속도와 서빙 비용을 개선해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김태윤 SK텔레콤 파운데이션 모델 담당은 SK텔레콤 뉴스룸 인터뷰에서 "SKT가 가려는 방향은 '답하는 AI를 넘어 일하는 AI로, 그리고 세계가 인정하는 소버린 AI로'라고 요약할 수 있다"며 "이러한 역량을 내부에만 보유하지 않고 개방과 협력을 통해 국내 AI 생태계의 토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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