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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폐 위기 대하는 오너들의 온도차
박준우 기자
2026-08-31 08:25:00
상장폐지 요건 강화에 대응책 분주…시장 소통강화·자사주 취득 대응 '제각각'
이 기사는 2026-08-28 08:56:40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올해 하반기 상장폐지 요건이 강화되면서 기준선 주변 기업들의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 분주해졌다. 더는 시장의 경고음을 외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다만 위기를 마주하는 방식은 회사마다 달랐고, 그 차이는 오너들의 태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상장폐지 위험이 현실로 다가올수록 이를 대하는 오너들의 온도차도 뚜렷해지고 있다.


A사는 소통을 택했다. 상장 후 첫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주주들에게 직접 사업 현황과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통상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주도하는 자리지만, 이번 만큼은 오너가 직접 단상에 섰다. 일부 직원들은 우려를 표했지만, 오너의 의지는 확고했다. 위기 국면에서 직원 뒤에 숨기보다 자신이 직접 주주들과 마주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A사와 비슷한 시기 증시에 입성한 B사는 내부 결속부터 다졌다. 매주 임원과 영업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정례회의가 아닌, 전 임직원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이 자리에서 회사가 상장폐지될 경우 더는 회사 운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 다소 극단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현재의 상황을 그만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적어도 위기를 남의 일처럼 대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후 B사는 실적 개선을 위해 비용 구조를 손질했다. 수년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보니 겉으로 드러나는 숫자의 변화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성과가 부진한 부서의 인력을 축소하고 일부를 수익 창출과 직결되는 핵심 부서로 배치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C사는 상장폐지 위기가 고조되자 일부 투자자로부터 매각 제안을 받았다. 비교적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두둑한 현금성 자산을 갖춘 C사를 이른바 쉘(껍데기)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린 제안이었다. 그러나 오너는 해당 제안들을 모두 거절했다. 매각이라는 탈출구 대신 회사의 가치를 시장에 다시 설명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이후 회사가 어떤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지 알리는 작업부터 차근차근 시작했다. 자연스레 IR담당자가 기업설명회(NDR)를 위해 여의도를 찾는 횟수도 부쩍 늘었다.


반면 D사의 행보는 이들 기업들과 달랐다. D사가 속한 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E 회장이 있다. 그는 그룹 내 상장사에서 사내이사와 대표직을 맡고 있다. 문제는 E 회장이 거느린 상장 계열사의 절반이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노출되고 그룹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시장에는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상장폐지 위기를 벗어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E 회장은 그룹사 주식을 수십억원어치 장내에서 사들였다. 그룹사들 또한 서로의 주식을 장내에서 매입하며 주가 부양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이렇게 투입한 현금만 50억원이 넘는다.


E 회장이 택한 방식은 당장 수급을 보강해 주가를 떠받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사들인 주식은 고스란히 오너와 계열사 등 내부 지분으로 남는다. 책임경영 측면에서는 나름 의미가 있지만,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한 주주환원과 장내매입을 통한 오너 측 지분 확대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임시방편에 그칠 뿐이다.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상장사 오너의 책무는 단순히 지분 매입만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회사가 어떤 위기에 놓여 있고, 이를 어떤 방법으로 돌파할 것인지 일반 주주들의 궁금증을 시장에 설명하는 일도 그 책임에 포함된다. 위기의 순간 시험대에 오르는 것은 기업의 상장 지위만이 아니다. 오너의 책임감과 대처 방식도 함께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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