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부터 국내 증시의 상장 유지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 코스피는 시가총액 300억원, 코스닥은 200억원 미만 기업에 대한 상장폐지 기준이 적용되고, 동전주 퇴출 요건 강화 등 증시 체질 개선을 위한 제도 개편도 본격 시행된다. 상장사들은 기업가치 제고와 사업 재편, 투자 유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강화된 상장 유지 기준 시행에 맞춰 상장사들이 내놓은 생존 전략과 그 실효성을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코스닥 상장사 '에스폴리텍'이 6년 만에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자사주 취득 계획이 없었지만 시가총액이 상장 유지 기준인 200억원 안팎까지 떨어지자 한 달여 만에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에스폴리텍은 새로 취득할 자사주뿐 아니라 기존 보유 물량까지 전량 소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과거 자사주를 임직원 보상 등에 활용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총 규제 진입을 계기로 자사주 활용 기조에도 변화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스폴리텍은 최근 1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취득 예정 주식 수는 86만4304주로, 이사회 결의 전일인 12일 종가 1157원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취득은 장내매입 방식으로 진행되며, 취득 예정기간은 11월 13일까지다.
자사주 취득 규모 자체는 크지 않다. 이번에 에스폴리텍이 자사주 취득에 투입하는 10억원은 이사회 결의 전날인 1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189억원)의 약 5% 수준이다. 주목할 부분은 매입 시점이다. 에스폴리텍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2020년 3월 이후 6년 만이다.
당초 에스폴리텍은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자사주를 추가로 취득할 계획이 없었다. 상반기 보고서에서도 향후 자사주 취득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후 불과 한 달여 만에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배경에는 시가총액 하락에 따른 상장 유지 부담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에스폴리텍은 최근 관리종목 지정 위기를 겪었다. 이달 12일 기준 시총 미달 상태가 21일 동안 지속됐다. 같은 달 25일까지 시총을 20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달 13일 시총이 204억원으로 올라서면서 미달 상태가 해소돼 일단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서는 벗어났다.
문제는 시총이 안정적으로 규제 기준을 웃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서 벗어난 이튿날인 이달 14일부터 주가 하락으로 시총이 다시 200억원 아래로 내려가면서 재차 규제 기준선 밑으로 떨어졌다. 에스폴리텍으로서는 안정적인 상장사 지위 유지를 위해 시총을 20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업가치 제고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에 이어 소각까지 현실화할 경우 단순한 주가 방어를 넘어 자사주 활용 정책의 변화로도 해석될 수 있다. 자사주 매입은 유통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 개선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소각하지 않은 자사주는 향후 임직원 보상이나 주식 교환, 시장 매각 등에 다시 활용될 수 있다. 반면 소각하면 해당 주식이 발행주식에서 사라지는 만큼 주주환원 효과가 보다 명확해진다.
에스폴리텍이 과거 자사주를 활용한 방식을 고려하면 이번 소각 검토는 더욱 주목된다. 에스폴리텍은 2002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래 두 차례 자사주를 매입했다. 2013년 70만주를 취득했고, 2020년에는 33만9447주를 사들였다. 이렇게 취득한 자사주는 총 103만9447주다.
이 가운데 14만8081주는 임직원 격려금으로 지급했다. 현재 남아 있는 자사주는 89만1366주다. 사실상 에스폴리텍 입장에서 자사주는 소각을 전제로 하는 주주환원 수단이라기보다 필요에 따라 임직원 보상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에 가까웠던 셈이다.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자사주 활용 기조에 변화가 감지된다. 에스폴리텍은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89만1366주에 이번에 새로 취득할 예정인 86만4304주까지 모두 소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신규 취득이 예정대로 완료될 경우 소각 검토 대상은 최대 175만5670주에 달한다.
소각 방침과 별개로 구체적인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측은 현재로서는 관련 법령상 기한을 고려해 자사주 전량을 소각한다는 방침이지만, 최근 결정한 자사주 취득 기간이 11월 13일까지인 만큼 실제 소각 시점은 매입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
에스폴리텍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은 이사회의 판단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확정지어 말하긴 어렵다"며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법정 기한 내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고, 소각 시점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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