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기간 설정

싸질수록 꼬이는 승계 셈법…에스폴리텍 '주가 역설'
박준우 기자
2026-08-11 09:20:00
아들에 70만주 증여 후 주가 1000원대로…내년 시총 기준 맞추려면 70% 상승 필요
이 기사는 2026-08-10 10:30:00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6년 7월부터 국내 증시의 상장 유지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 코스피는 시가총액 300억원, 코스닥은 200억원 미만 기업에 대한 상장폐지 기준이 적용되고, 동전주 퇴출 요건 강화 등 증시 체질 개선을 위한 제도 개편도 본격 시행된다. 상장사들은 기업가치 제고와 사업 재편, 투자 유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강화된 상장 유지 기준 시행에 맞춰 상장사들이 내놓은 생존 전략과 그 실효성을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코스닥 상장사 '에스폴리텍' 오너일가의 지분 승계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낮은 주가는 추가 증여에 따른 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승계에 유리하지만, 강화된 상장유지 기준을 충족하려면 반대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혁렬 대표가 아들에게 지분 일부를 증여하며 지분 승계에 시동을 건 가운데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까지 현실화되면서 '승계와 기업가치 제고'라는 상반된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혁렬 대표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에스폴리텍 주식 393만6416주(24.09%)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주식수를 포함한 지분율은 32.86%(536만8966주)다. 이 대표는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해오고 있다.


앞서 이 대표가 에스폴리텍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건 2005년 6월이다. 당시 KTB 3호 기업구주조정조합이 보유 주식 1632만주(29.43%) 가운데 600만주를 매도하면서 1464만2700주를 보유한 이 대표가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혁렬 에스폴리텍 대표 외 특관자 지분율. (그래픽=김수진 기자)

이 대표가 1958년생으로 60대 후반에 접어든 가운데 지난해부터 자녀로의 지분 이동도 시작됐다. 이 대표는 지난해 2월 보유 중이던 463만6416주 가운데 70만주를 아들인 이후권 씨에게 증여했다. 해당 증여로 이후권 씨의 지분은 4.91%(80만2973주)로 늘어났다. 이후권 씨는 수증 직전 장내에서 10만2973주를 직접 취득하기도 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오너 2세로의 지분 승계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 대표의 딸 이한아 씨 역시 에스폴리텍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1988년생인 이한아 씨는 2015년 장내매입을 통해 에스폴리텍 주주 명부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당시 2015년 8월부터 9월까지 총 5만5096주(지분율 0.33%)를 취득했다. 이한아 씨는 지난해 초 기준 에스폴리텍 계열회사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같은 시기 이후권 씨의 경우 공시상 회사원으로 기재됐다. 두 자녀 모두 이미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향후 오너일가의 지분 이동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주가만 놓고 보면 현재 상황은 추가적인 지분 이전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다. 다른 조건이 동일할 경우 주가가 낮을수록 증여재산 평가액이 줄어 세 부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주식의 증여재산가액은 증여일을 전후한 일정 기간의 주가를 토대로 평가되는 만큼 주가 수준이 증여세 부담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실제로 에스폴리텍 주가는 첫 증여 당시보다 더 낮아졌다. 이후권 씨가 지난해 2월 이 대표로부터 70만주를 증여받을 당시 1500원대였던 주가는 지난 7일 종가 기준 1083원까지 떨어졌다. 단순히 승계 비용만 고려하면 추가적인 지분 이전을 검토하기에 오히려 유리해진 셈이다.


문제는 강화된 상장유지 기준이 이 같은 승계 방정식을 뒤집어 놓고 있다는 점이다. 낮은 주가가 승계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동시에 시가총액을 끌어내려 관리종목 지정 위험을 높이는 양면성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상장유지 요건을 대폭 강화하면서 시가총액 기준이 높아졌고, 올 하반기에는 동전주 퇴출 요건도 신설됐다. 이제 막 지분 이동이 시작된 상황에서 기업가치 제고라는 새로운 숙제까지 안게 된 셈이다.


강화된 상장폐지 요건. (그래픽=딜사이트DB)

실제로 에스폴리텍은 현재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 7일 기준 에스폴리텍 시총은 177억원으로, 시총 미달 상태가 18거래일 연속 지속되고 있다. 이달 26일까지 시총을 200억원 이상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특히 시총 요건은 내년부터 300억원으로 상향될 예정이라 부담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현재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는 것을 넘어 내년 강화되는 상장유지 기준까지 충족하려면 기업가치를 상당 폭 끌어올려야 한다. 현재 발행주식 수를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시총 300억원에 필요한 주가는 약 1837원이다. 이날 종가 1083원보다 약 70% 높은 수준이다.


결국 오너일가 입장에서는 상장유지를 위해 기업가치를 높일수록 향후 추가 증여 과정에서 세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인 셈이다. 반대로 낮은 주가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당장의 지분 승계 비용은 낮출 수 있지만 관리종목 지정과 중장기적인 상장유지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시장의 관심은 오너 2세의 직접적인 지분 확대 여부로 향하고 있다. 현재 낮아진 주가를 활용해 장내에서 지분을 추가로 취득할 경우 비교적 적은 자금으로 지배력을 높이는 동시에 책임경영 의지를 시장에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상증자 참여 역시 가능한 카드로 거론된다. 최대주주 일가가 유상증자에 직접 참여하면 회사로 자금을 수혈하는 동시에 지분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발행주식 수가 늘어나는 만큼 주가가 유지된다는 전제에서는 시총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오너일가가 사재를 투입해 장내매입이나 유상증자에 나설 경우 '승계'와 '기업가치 방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낮아진 주가를 활용해 지분을 확대하면서도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줘 시장의 신뢰 회복을 꾀할 수 있어서다.


현재까지 오너일가의 추가적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딜사이트는 오너일가의 사재 출연 등 책임경영 계획과 추가 증여 가능성 등을 문의하고자 에스폴리텍 측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에스폴리텍 관계자는 "답변 가능한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메일로 질의서를 전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