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최근 한 코스닥 상장사의 기업설명회(IR) 담당자가 주주 A씨에게 근무시간이 끝난 뒤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담당자는 보유주식 수를 폄하하며 “이 정도 주식을 가지고 왜 자신을 힘들게 하느냐”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우리 회사 주식을 팔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식을 사라”며 상장유지 대책을 묻는 주주의 불안을 조롱했다. 담당자는 A씨의 집 주소와 주주로 등재된 자녀들의 실명도 언급했다. A씨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담당자를 고소했고 경찰이 수사 중이다.
갈등은 지난 4월 시작됐다. A씨는 하반기 코스닥 상장 요건 강화에 따른 투자회사의 관리종목 가능성을 우려해 회사에 상장유지와 주가 회복을 위해 어떤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지 물었다고 한다. 회사가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을 내놓지 않자 같은 취지의 문의가 이어졌다. 예정된 제도 변화에 대한 경영진의 설명 부재가 주주의 불안을 키웠고 그 부담은 결국 IR 담당자에게 쏠렸다.
물론 반복 문의가 담당자에게 부담과 스트레스를 초래했을 수 있다. 그러나 법률상 의결권과 일부 주주권은 보유주식 수에 따라 달라져도 회사가 제공해야 할 설명과 존중, 개인정보 보호까지 주식 수로 차등할 수는 없다.
회사는 뒤늦게 주가 부양을 위한 행보를 벌였지만 결국 관리종목 지정 문턱에 놓였다. 대응은 늦었고 시장의 평가를 돌리기에도 부족했다. 이번 일을 주주와 IR담당자 간의 감정싸움으로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A씨가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상장유지 문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회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경영진이 당시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을 제시했다면 같은 질문이 반복되거나 갈등이 사적인 통화로 번질 가능성도 줄었을 것이다.
기업이 주가를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는 없다. 그러나 실적 개선 방향과 유휴자산·현금의 활용, 주주환원 가능성, 상장유지 대응 일정을 투명하게 제시하는 일은 회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다. 상장유지 문턱이 높아진 시장에서 기업가치 제고와 투자자 소통은 별개의 과제가 아니다. 주가의 향방을 장담할 수는 없어도 시장이 회사를 평가할 근거는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이번 사례를 한 IR 담당자의 부적절한 언행으로만 정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투자자에게 전달할 공식 메시지가 준비돼 있었는지, 주주정보가 업무상 필요한 범위에서만 활용됐는지, 갈등을 통제할 내부 절차가 있었는지 회사도 돌아봐야 한다. 주가가 흔들릴 때 기업의 신뢰를 지키는 것은 방어적인 말이 아니라 숫자로 확인되는 성과와 일관된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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