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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 상폐, 돌만 걸러낼 수 있을까
유범종 산업3부 부장
2026-08-05 08:20:00
좀비기업은 퇴출하고 혁신기업은 살릴 정교한 기준 필요
이 기사는 2026-08-04 08:27:37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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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사이트 유범종 산업3부 부장] 국내 증시에서 상장폐지(상폐) 규정 강화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바이오 업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분야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이는 국내 바이오산업을 둘러싸고 꾸준히 제기돼 온 '좀비기업 퇴출' 요구에 대한 제도적 해법으로도 평가받는다.


과거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비교적 이른 단계에서 자본시장에 진입한 일부 바이오텍이 기대만큼의 연구개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자금조달만 반복하며 투자자 신뢰를 훼손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연구개발 진척 없이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에 의존하거나 사업 목적을 잇달아 변경하며 상장 지위만 유지하려는 기업들에 대한 시장의 피로감도 커져 왔다.


하지만 시장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이 같은 제도 강화가 자칫 혁신기업의 성장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바이오산업이 일반적인 제조업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기 어려운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기업이 새로운 신약 하나를 개발하려면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과 함께 평균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임상이 실패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단순히 매출과 수익성 그리고 시가총액만으로 기업의 존속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량적인 잣대만 놓고 바이오텍을 평가한다면 혁신기술을 보유한 잠재력이 큰 기업들까지도 한꺼번에 시장에서 퇴출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수년째 임상 2상에서 실패했던 한 바이오텍의 경우 새로운 적응증을 통해 글로벌 기술수출에 성공하기도 했으며 적자를 이어오던 기업이 단 한 건의 라이선스 계약으로 기업가치를 수배 이상 끌어올린 사례 역시 적지 않다. 바이오산업에서는 현재의 실적보다 미래 기술가치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별다른 연구개발 성과 없이 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반복하거나 사업목적을 수 차례 변경하며 생존만 이어가는 기업들까지 보호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런 기업들은 자본시장의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키운다는 점에서 정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혁신기업 보호와 투자자 보호는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달성해야 할 목표다.


핵심은 어떠한 기준으로 ‘옥’과 ‘돌’을 구분하느냐다. 각 업종의 특성을 반영한 좀 더 정교하고 다층적인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령 바이오텍들의 경우 단순히 기업의 시가총액과 매출, 적자 여부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 투자 규모와 임상 진행단계, 특허 경쟁력, 기술이전 실적과 글로벌 파트너십 등을 함께 검증한다면 한층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텍 역시 이러한 변화에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 기술특례상장은 출발선일 뿐 면죄부가 아니다. 상장 이후에도 끊임없이 연구 성과와 투명한 경영을 증명해야만 한다. 나아가 연구개발 일정과 실패 가능성까지 투자자들과 공유하고 소통을 강화하려는 노력들이 뒷받침될 때 시장도 신뢰할 수 있는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상폐 규정 강화는 본명 국내 자본시장의 질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제도의 목적이 기업을 많이 퇴출시키는데 있는 것이 아닌 건강한 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는 점은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산업의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기준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까지 시장 밖으로 밀어낼 수 있다. 혁신을 가장한 부실기업은 과감히 걸러내되 미래 경쟁력을 갖춘 기업까지 같은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옥석 가리기는 돌을 걸러내는 엄격함과 옥을 지켜낼 정교함이 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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