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코스피 상장사인 한창제지가 올해 7월부터 적용되는 ‘동전주 퇴출’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액면병합과 자산 재평가에 나섰지만, 절반의 성공에 그친 모습이다. 500원대에 머물던 한창제지 주가는 최근 2500원선으로 뛰었지만, 시가총액은 여전히 상장폐지 위험군에 분류되고 있어서다.
◆ 7월부터 동전주 상폐 ‘엄격’ 관리…액면병합으로 주가 ‘안정권’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창제지는 지난달 18일 주당 액면가를 500원에서 2500원으로 높이는 5 대 1 액면병합을 단행했다. 이에 발행주식수는 종전 5966만7486주에서 1193만3497주로 변경됐다. 회사는 액면병합 목적에 대해 “적정 유통주식수 유지”라고 설명했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동전주 상폐 요건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금융위원회는 올 초부터 부실기업 퇴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쳐 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월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부실기업을 퇴출하는데 속도를 내겠다”고 언급한 데 이어, 금융위는 같은 달 12일 시총 상폐 기준의 단계적 상향 일정을 앞당기고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에 대한 상폐 요건 등을 담은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한창제지는 2023년 하반기부터 동전주로 분류돼 온 만큼 이를 벗어나기 위해 액면병합을 실시했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 액면병합 이후 주가는 544원에서 2320원 수준으로 조정되며 동전주에서 벗어나게 됐다.
◆ 2018년 시총 2000억 웃돌기도…업황 악화에 ‘우하향’
한창제지가 액면병합이라는 처방을 내린 배경에는 과거 시총 2000억원을 웃돌던 시절과 비교해 크게 낮아진 기업가치가 자리 잡고 있다. 1987년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 상장한 한창제지는 외환위기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1998년 7월 시총이 29억원까지 떨어졌고, 유동성 위기까지 겹치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했다.
이후 한창제지 주가는 워크아웃 졸업 가능성이 가시화된 2002년부터 회복세를 보였지만, 2008년 2차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다시 하락했다.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감자와 유상증자 등을 거치며 재무구조를 개선했고, 2016년 2차 워크아웃 종료 이후에는 시총이 600억원대 수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특히 제지업계 호황기로 분류되는 2018년에는 중국의 폐지 수입 규제로 국내 폐지 가격이 급락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돼 시총이 2000억원을 웃돌기도 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포장재 수요 증가까지 더해지며 주가는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운송 중단 사태, 주요 펄프 생산 업체들의 증설 계획 연기 등 악재가 맞물리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고 주가는 악영향을 받았다. 한창제지 주가는 2023년 8월경부터 1000원 미만으로 떨어졌으며, 지난해 11월 500원선까지 떨어지면서 300억원선을 간신히 턱걸이했다.
◆ 시총 300억 하회하면 상폐 요건…내년 1월까지 시총 500억 만들어야
문제는 한창제지 주가의 경우 동전주 리스크에서 벗어났지만, 기업의 실질 가치인 시총은 그대로라는 점이다. 액면병합으로 주당 가격만 높였을 뿐 기업가치 자체를 끌어올리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당장 다음달부터 코스피 상장유지 기준을 당초 시총 2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창제지의 경우 주가가 2513원 밑으로 떨어지게 되면 시총이 300억원을 하회하게 되고, 상폐 위험성에 노출되게 된다. 더군다나 내년 1월부터는 시총 기준이 500억원 미만으로 확대된다.
한창제지는 올 3월 자산재평가를 실시했다.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만큼 투자 심리를 개선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남 양산시 소재의 본사 공장과 부수토지의 장부가액은 256억원이었으나, 자산재평가로 855억원으로 3배 이상 불어났다. 자산과 자본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현되면서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247%에서 올 1분기 말 152%로 떨어졌다.
임원들의 릴레이 자사주 매입도 이뤄지고 있지만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매입 규모가 수천만원 수준에 그쳐 유의미한 주가 방어 효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한창제지 오너 3세인 김준영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상무 부사장은 이달 16일 9153주(약 5000만원·액면병합 후 수량)를 장내 매수했으며, 정병상 상무와 장항민 상무도 각각 2000만원 상당의 주식을 사들였다.
업계에서는 한창제지가 근본적으로 시총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주가 관리보다 본업의 이익 기초체력(펀더멘털)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나마 올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창제지 관계자는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예전처럼 영업실적을 잘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동시에 주가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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