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한창제지 오너 3세인 김준영 대표이사 사장이 주가 상승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주가가 급등락할 때마다 자사주 매입 계획을 수정하면서도 매입 의지를 거두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오너 3세 후계 구도가 확정된 가운데 지분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달 20일부터 내달 17일까지 한창제지 보통주 32만3886주를 장내 매수할 예정이다. 취득단가는 주당 2470원, 총 8억원 상당이다. 거래 목적은 책임경영 강화다. 계획대로 주식 매집이 이뤄질 경우 김 대표의 한창제지 지분율은 종전 17.88%에서 20.59%로 2.71%포인트(p) 상승하게 된다.
주목할 점은 김 대표가 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주식거래계획서를 제출한 뒤 철회했다는 점이다. 당초 그는 지난 5월18일 한창제지 주식 29만4117주를 주당 2720원에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약 보름 만인 6월2일 해당 계획서를 회수했다. 주가가 거래계획서 보고일 전 최종 종가 대비 30% 초과하는 변동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예컨대 한창제지는 주당 액면가를 500원에서 2500원으로 높이는 5 대 1 액면병합을 단행했다. 이 영향으로 한창제지 거래는 4월27일부터 5월17일까지 거래가 중단됐는데, 김 대표가 설정한 매수가는 4월25일 종가 주당 544원에 액면병합에 따른 주식가치 5배 상승이 반영됐다.
하지만 한창제지 주가는 액면병합 후 거래가 재개되자 하락세를 그렸다. 5월 말 들어서는 주가가 2000원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6월2일 종가는 매수 예정가보다 33%가량 빠진 1828원으로 마감했다. 계약 보고일 전보다 주가가 30% 이상 급변하면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김 대표는 철회 공시 직후 곧바로 주식매입 계획서를 다시 제출했다. 총 거래 금액은 8억원으로 직전과 동일하지만, 주가 하락에 따라 매집 가능한 주식수는 42만5079주(주당 1882원)로 늘었다. 지분율 역시 3.56%p 확대된 21.44%로 추산됐다.
공교롭게도 한창제지 주가는 6월 중순부터 빠른 속도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달 17일에는 종가 2500원을 기록했는데, 김 대표가 예고한 매수가 대비 33% 상회하는 금액이다. 이에 김 대표는 또 다시 주식매수 계획서를 번복했으며, 주당 2470원에 32만3886주(8억원)을 매입하겠다는 내용의 세 번째 계획서를 들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시장에서는 주가 움직임에 따라 김 대표가 세 번째 계획서 역시 수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을 견지 중이다. 1일 종가(2860원)가 매수 예정가 대비 이미 16% 높은 데다, 주가 우상향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 계산으로 한창제지 주가가 3210원 이상으로 오르면 30% 변동성 기준을 넘어서게 되는 만큼 계획 번복이 불가피하다.
김 대표가 자사주 매입에 집중하는 이유로는 주가 부양이 자리 잡고 있다. 한창제지가 액면병합을 단행한 배경도 동전주 탈출과 맞닿아 있다. 금융당국이 당장 이달부터 동전주에 대한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하는 데 대응하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문제는 한창제지가 동전주에서는 벗어났지만, 시가총액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이달부터 시총이 300억원을 밑돌 경우 상폐 사유에 해당하게 된다. 액면병합은 주당 가치를 올리는 효과를 가지지만, 시총에는 변화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대표가 직접 주식 거래 활성화를 도모하는 한편, 주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원들의 자사주 줄매입 역시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병산 영업 담당 상무와 장항민 영업 담당 이사, 양한경 생산 담당 이사는 각각 2000만원 상당의 주식을 사들였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승계 입지를 확정지은 만큼 이번 자사주 매입을 지배구조 안정화의 마지막 퍼즐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본인의 지분율을 확실한 통제권 수준인 20%대 이상으로 끌어올려 승계 정당성을 확보하는 한편, 벼랑 끝에 몰린 회사의 주가 방어 체제까지 직접 구축하겠다는 포석이다.
한창제지 관계자는 “거래소 측과 소통한 결과 주가 변동성이 크다 보니 주식 매입 계획서를 무조건 철회하고 재공시해야 한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김 대표가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만큼 책임경영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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