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2대 1 주식병합으로 주당 표시가격을 끌어올렸던 상장사들의 주가가 다시 병합 전 수준으로 내려앉으면서 동전주 상장폐지 규정이 현실적인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된 '1000원 미만 동전주' 관리종목 지정 규정을 피하기 위해 주식병합을 선택한 기업들이 적지 않았지만, 기업가치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서 표시가격 상승 효과가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이달 5일부터는 규정 시행 이후 종가가 1000원을 밑돈 종목을 대상으로 관리종목 지정 우려 사전예고가 시작됐다. 이들 종목이 오는 12일까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을 기록하면 관리종목 지정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7월 주식병합을 공시한 상장사는 총 264개사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코스닥 상장사는 207개사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도 57개사에 달했다.
올해 주식병합이 급증한 배경에는 7월부터 시행된 동전주 상장폐지 규정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종가가 1000원 미만인 상태가 30거래일 연속 이어지면 해당 종목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종가 1000원 이상을 45거래일 연속 유지하지 못하면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도록 상장규정을 강화했다.
주식병합은 발행주식 수를 줄이는 대신 주당 표시가격을 같은 비율로 높이는 조치다. 하지만 시가총액이나 기업가치 자체를 바꾸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적이나 재무구조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높아진 표시가격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원풍물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원풍물산은 지난 5월 2주를 1주로 합치는 주식병합을 실시해 거래 기준가격이 836원으로 조정됐다. 이후 주가가 49.8% 하락하면서 병합으로 높아졌던 표시가격은 사실상 병합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이날 종가 기준 원풍물산 주가는 401원에 거래를 마쳤다.
웅진씽크빅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 5월 병합주식 거래가 재개될 당시 기준가격은 2310원이었지만 이날 종가는 1220원으로 47.2% 하락했다. 병합 전 마지막 종가(1155원)를 소폭 웃도는 수준에 그쳤다.
CS 역시 비슷하다. CS는 지난 5월 2대 1 병합에 따라 거래 기준가격이 3170원으로 높아졌지만 이날 종가는 1664원에 머물렀다. 병합 기준가격보다 47.5% 낮고 병합 전 마지막 종가인 1585원 대비 소폭 상승했다.
최근 국내 증시가 반등하면서 일부 병합 종목도 낙폭을 일부 만회하는 모습이다. 코스닥지수는 7월 31일부터 이달 5일까지 4거래일 연속 올라 799.59를 기록했다. 7월 30일 저점과 비교하면 21.1% 상승했다. CS와 웅진씽크빅은 같은 기간 반등세를 보였지만 원풍물산은 여전히 병합 이전 표시가격 수준도 회복하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병합만으로는 동전주 리스크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표시가격은 높일 수 있지만 기업가치가 개선되지 않으면 결국 주가는 본래 가치 수준으로 수렴하기 때문이다.
특히 원풍물산처럼 규정 시행 이후 종가가 계속 1000원을 밑돈 종목은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5일부터 관리종목 지정 우려 사전예고가 시작됐으며, 오는 12일까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 상태가 이어질 경우 관리종목 지정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추가 병합을 통한 대응도 쉽지 않다. 동전주 사유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 전 1년 이내에 주식병합이나 감자를 실시한 기업은 지정 이후 90거래일 동안 추가 병합·감자를 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즉시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들은 추가 병합보다는 자사주 매입이나 실적 개선, 재무구조 안정화 등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7월 1일부터 종가가 1000원 미만인 상태가 이어진 종목은 제헌절 휴장을 반영하면 오는 12일이 30거래일째가 된다"며 "주가 미달 요건도 시가총액 미달과 동일하게 30거래일 요건 충족 5거래일 전인 연속 25거래일째에 관리종목 지정 우려를 사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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