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부터 국내 증시의 상장 유지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 코스피는 시가총액 300억원, 코스닥은 200억원 미만 기업에 대한 상장폐지 기준이 적용되고, 동전주 퇴출 요건 강화 등 증시 체질 개선을 위한 제도 개편도 본격 시행된다. 상장사들은 기업가치 제고와 사업 재편, 투자 유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강화된 상장 유지 기준 시행에 맞춰 상장사들이 내놓은 생존 전략과 그 실효성을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코스피 상장사 ‘아진전자부품’의 최대주주가 오너 2세 회사로 바뀌었다. 비상장사 ‘아진카인텍’이 약 2년 만에 장내매입을 재개하며 지분율을 끌어올린 결과다. 다만 주식 보유 목적은 기존과 같은 '단순투자'를 유지해 경영 참여와는 선을 그었다. 최근 주가가 동전주 수준까지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이번 매입은 경영권 확보보다 주가 방어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진카인텍은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장내에서 아진전자부품 주식 29만4821주를 추가 매입하며 지분율을 14.01%까지 높였다. 이 과정에서 기존 최대주주였던 우신산업(13.98%)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올랐다. 올해 6월 초 13.52%(666만7608주)였던 아진카인텍의 지분율은 두 달여 만에 0.49%포인트 상승했다.
눈길을 끄는 건 최대주주가 변경됐음에도 실질적인 경영 체제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아진카인텍은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에도 주식 보유 목적을 기존과 동일한 단순투자로 유지했다. 최대주주 변경에도 경영 참여를 선언하지 않은 것은 이번 거래가 경영권 변동이 아닌 오너일가 내부의 지분 재배치 성격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존 최대주주인 우신산업은 서중호 대표가 지배하는 회사다. 새롭게 최대주주가 된 아진카인텍은 서 대표의 장남인 서준수 씨가 지분 98.8%를 보유한 개인회사다. 형식적으로는 최대주주가 교체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오너일가 내부에서 지배력의 축이 2세 회사로 이동한 셈이다.
실질적인 경영 역시 여전히 서중호 대표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서준수 씨는 아진카인텍 최대주주이지만 경영 전면에 나선 이력은 확인되지 않는다. 오히려 아진카인텍 대표이사는 현재도 서중호 대표가 맡고 있다.
아진카인텍 이사회에서도 서준수 씨의 이름은 확인되지 않는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이사회는 서중호·성동진·서경희·서효정 사내이사 4인으로 구성돼 있다. 공개된 자료상 서준수 씨가 회사 내 직책을 맡거나 임원으로 활동한 이력도 확인되지 않는다.
오너 2세인 서준수 씨가 아직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아진카인텍의 장내매입은 경영권 행사보다 주가 관리와 지배력 강화에 무게를 둔 행보로 해석된다. 오너 2세 회사를 최대주주로 올려놓는 효과는 얻으면서도, 경영 참여를 선언하지 않아 기존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장내매입 시점은 아진전자부품 주가가 장기간 하락 끝에 동전주 구간에 진입한 시기와 맞물린다. 아진카인텍이 매입에 나선 지난 6월 당시 아진전자부품 주가는 900원대 수준이었다. 최근 저가주 관리 기준이 강화되면서 동전주 장기화는 기업 이미지와 투자심리 측면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주주의 주가 방어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었다.
주가 방어에 나설 수 있는 자금 여력도 아진카인텍이 우신산업보다 앞섰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우신산업은 지난해 말 기준 별도 재무제표상 현금성자산이 729만원 수준에 그쳐 추가 장내매입 여력이 제한적이었다. 반면 아진카인텍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50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지분 확대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한 상태였다.
아진카인텍 입장에서도 주가가 크게 하락한 시점에 지분을 늘릴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장내매입이 주가 방어와 오너 2세 회사의 지배력 확대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노린 전략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아진카인텍은 이번 장내매입을 통해 이전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확보하는 효과도 거뒀다. 아진카인텍이 아진전자부품 주식을 처음 취득한 시점은 2022년 12월이다. 당시 아진산업이 보유하던 아진전자부품 주식 463만5894주를 시간외매매로 인수했으며 취득 단가는 주당 1435원이었다.
이후 2023년 7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122만4739주의 발행가액은 1633원이었다. 또 2024년 3~4월 약 두 달간 진행한 장내매입에서도 취득 단가는 1210~1388원 수준이었다. 반면 이번 장내매입 가격은 992~1022원으로 과거보다 낮아진 주가를 활용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지분을 확대했다.
시장에서는 아진카인텍의 추가 장내매입 가능성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진전자부품 주가가 여전히 동전주 구간을 벗어나지 못한 만큼 주가 방어와 지배력 강화를 동시에 노린 추가 매입 유인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아진카인텍는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에도 매입을 이어갔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장내에서 총 36만2634주를 추가 취득했다.
현재까지 아진카인텍은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유지하고 있어 이번 매입을 경영권 승계 신호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오너 2세 회사가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데 이어 지분율까지 꾸준히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지배력 강화 과정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딜사이트는 아진카인텍 측에 지분 매입 배경 등을 문의하려 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아진카인텍 관계자는 "답변 가능한 담당자들이 전원 휴가에 들어간 상황이라 답변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후 아진전자부품 측에도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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