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LG생활건강이 자본잠식에 빠진 미국 화장품 회사 '더에이본컴퍼니(The Avon Company)'를 정리한다. 그동안 투입한 금액을 고려하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거래지만 재무체력을 바탕으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파악된다. 특히 일각에서는 고강도 체질개선을 통해 향후 실적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미국 종속회사 LG H&H USA는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100% 자회사인 더에이본컴퍼니 지분 전량을 미국 스트랫포드월드와이드(Stratford Worldwide LLC)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규모는 600만달러(약 84억원)이며 캐나다법인 더에이본컴퍼니캐나다 지분 100%도 단돈 1달러에 함께 넘긴다. 거래 종결 예정일은 다음 달 1일이다.
매각에 앞서 LG H&H USA는 에이본에 빌려준 대여금 2억550만달러(약 2863억원)를 출자전환하기로 했다. 두 회사 사이 내부 채권 관계를 정리하는 것으로 부채를 자본으로 바꾼 뒤 그 지분을 곧바로 헐값에 넘긴 셈이다.
이번 매각은 사실상 에이본을 북미사업의 성장축에서 제외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작업으로 풀이된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에이본 북미사업권을 인수하며 미국·캐나다 등지의 유통망과 사업 인프라를 확보했지만 에이본은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에이본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 2638억원, 부채총계 3999억원으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1361억원에 이르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2023년부터 3년 연속 순손실을 냈고 규모는 각각 -405억원, -280억원, -301억원이었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에이본 인수를 위해 약 145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4월에는 LG H&H USA 유상증자에 1865억원을 넣었는데 그 중 861억원이 에이본 현금출자에 투입됐다. 여기에 이번 출자전환 금액 2863억원까지 더하면 누적 투입액은 5000억원을 웃돈다는 계산이다.
반면 회수 금액은 84억원에 그쳐 사실상 투자금 대부분이 손실로 돌아오는 셈이다. 거래가 9월 종결 예정인 만큼 관련 손실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3분기에 일회성 손실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긍정적인 부분은 에이본 매각에 따라 대규모 손실 인식을 앞두고 있지만 LG생활건강의 재무구조는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22년 33.5%에서 지난해 23.3%로 낮아졌고 올해 상반기 말에도 25.0%를 유지했다. 순차입금(순현금 기준)은 2022년 -2342억원에서 지난해 -9683억원으로 4배 넘게 늘었다.
재무건전성 개선에 더해 실적도 저점을 지나는 모습이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028억원, 순이익은 7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7.5%, 101.2%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1664억원으로 17.1% 증가했다.
이번 매각을 두고 예고된 수순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 부진 이후 실적 저하를 겪었고 반등을 위한 사업 효율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8월에는 해태에이치티비 등 음료 계열사 매각설이 보도됐으며 LG생활건강은 이와 관련해 다각도의 검토를 진행하고 있지만 구체적 결정 사항은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실제 첫 정리 대상은 꾸준히 주요 후보로 거론된 음료가 아닌 해외 화장품 자회사에서 나온 셈이다.
다만 에이본 매각이 단기적으로 외형 감소를 불러올 수도 있다. 에이본의 지난해 매출은 2692억원으로 연결 매출(6조3555억원)의 약 4.2%에 해당한다. 매출 공백이 불가피하지만 만성 적자 사업을 걷어내고 수익성 중심으로 재편하는 차원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에이본 매각과 관련해 “북미 사업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재편 및 핵심사업 집중을 위한 것”이라며 “향후 리테일과 디지털 채널을 중심으로 자체 브랜드를 키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