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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건 늘었는데 지원은?…하이브·SM·JYP·YG 협력사 상생 '걸음마'
박관훈 기자
2026-08-31 07:00:00
③행동규범·ESG 진단 고도화…JYP 6600만원·YG 5262만원 지원
이 기사는 2026-08-28 11:00:00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내 엔터테인먼트사에 요구되는 경영의 기준도 높아지고 있다. 하이브·SM·JYP·YG 등 주요 엔터사들은 온실가스 감축과 임직원 복지 강화, 공급망 상생 등을 내세우며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외형 성장의 속도를 지속가능경영 체계가 따라가고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밸류체인 전반에서 발생하는 간접 탄소배출량(Scope 3)은 늘어나고 있고, 임직원의 자발적 이직률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외주 의존도가 높은 산업 특성에도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지원과 관리 체계는 아직 초기 단계다. 이에 딜사이트는 국내 엔터 빅4의 환경·인적자본·공급망 관리 현황을 살펴보고 K팝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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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딜사이트 김민영 기자)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K팝 산업이 커질수록 무대 뒤에서 함께 움직이는 협력사도 늘어난다. 공연과 앨범·영상 제작부터 상품(MD) 생산과 물류까지 엔터테인먼트사의 사업은 수많은 외부 파트너의 손을 거쳐 완성된다. 하이브·SM·JYP·YG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4사도 이들을 대상으로 행동규범과 ESG 진단, 인권영향평가를 잇달아 도입하며 공급망 관리의 고삐를 죄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협력사가 ‘지켜야 할 것’은 갈수록 촘촘해지는 반면, 이들의 안정적인 경영을 뒷받침할 직접적인 지원은 아직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K팝의 성장 과실을 밸류체인 전반으로 넓히기 위해 공급망 지속가능경영의 무게중심을 ‘관리’에서 ‘상생’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각 사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브·SM·JYP·YG 등 엔터 4사는 최근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공급망까지 빠르게 넓히고 있다. 협력사를 단순한 거래 상대방이 아닌 주요 이해관계자로 설정하고, 사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인권·윤리 등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장치를 잇달아 마련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것이 협력사 행동규범과 ESG 진단이다. 하이브는 파트너사가 준수해야 할 노동·인권·환경·윤리 기준을 담은 ‘협력사 행동규범’을 제정하고 공급망 모니터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협력사 대상 ESG 진단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역시 협력사 행동규범 제정 및 ESG 진단 실시를 명시했다. 앨범 제작, 공연 기획 등 다양한 외부 파트너와 협업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성을 반영해 협력사 근로 환경 개선과 인권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며 비재무적 리스크 관리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거친 표준하도급계약서를 도입해 실무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정비했으며, 협력사 ESG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도 개발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자체적인 ‘파트너 행동규범’을 도입해 자사와 거래하는 협력사에 준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공급망 내 인권영향평가를 적용해 파트너사의 잠재적인 인권 침해 리스크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인권영향평가 대상을 핵심 파트너사까지 확대해 공급망 전반의 인권 리스크 관리 수준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2023년 5월 ‘비즈니스 파트너 행동규범’을 제정하고, 윤리경영·안전보건·인권존중·환경보호 4개 영역에 걸쳐 협력사가 준수해야 할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모든 비즈니스 파트너와 계약 체결 시 행동규범 준수서약서 서명을 필수로 징구하며, 지난해 10월에는 정보보안서약 내용을 추가하고 위반 시 계약 해지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명시해 실효성을 강화했다.


이처럼 엔터 4사가 협력사에 요구하는 ESG 기준은 갈수록 구체화되고 있다. 공급망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하고 자사로 전이되는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장치도 함께 강화되는 추세다. JYP의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공시에서도 공급망 리스크 관리가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JYP는 파트너 관련 이슈를 IFRS S1(지속가능성 공시 일반기준)의 ‘재무 위험·기회’ 항목으로 공시하면서 핵심 위험 요인으로 ‘하도급법 및 공정거래법 미준수 시 과징금 부과, 평판 실추, 파트너사 위약금 발생’ 등을 제시했다. IFRS S1 자체가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과 기회가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공시하도록 한 기준이라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엔터사들의 공급망 관련 공시에서는 협력사의 ESG·법률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반면 협력사의 경영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재무·거래조건 측면의 지원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상대적으로 확인이 어렵다. 엔터 4사가 공개한 보고서에서는 타 산업에서 활용되는 대금 조기지급이나 상생결제 등 협력사의 자금 운용을 지원하는 제도와 관련한 정량적인 실적을 찾기 쉽지 않다.


4사 가운데 협력사 대상 지원 규모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한 곳은 JYP와 YG다. JYP는 ‘비즈니스 파트너 상생협력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해 최대 3년간 총 2억원 규모의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총지원금을 3년으로 단순 환산하면 연평균 약 6600만원 규모다. 지난해 JYP의 연결기준 매출액 8219억원과 단순 비교하면 0.01% 미만이다.


YG가 공개한 지난해 협력사 지원 내역은 안전장비(안전모·안전화) 지급 2196만5000원, 문화행사 관람권 제공 2484만원, 교육수강권 및 법률서비스 이용권 지원 581만2500원 등이다. 공시된 세 항목을 합산하면 약 5262만원이다. 지원 내용은 안전장비와 문화행사 관람권, 교육·법률서비스 등 현물·서비스 지원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협력사의 경영 안정을 직접적으로 돕는 별도의 재무적 상생기금 항목은 보고서상 확인되지 않았다.


하이브와 SM 역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협력사 행동규범과 ESG 진단 등 공급망 관리 활동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지만 협력사에 대한 별도의 재무적 지원 규모를 보여주는 정량 지표는 보고서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관련 지표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회사가 실제 협력사 지원 제도를 운영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재무 지원 역시 협력사 상생을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다. 공정한 계약과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 교육·컨설팅 지원 등도 공급망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그럼에도 현재 공시에서 나타나는 두 영역의 구체성에는 차이가 있다. 협력사가 지켜야 할 행동규범과 ESG 관리 기준은 갈수록 촘촘해지는 반면, 엔터사가 협력사의 안정적인 경영과 성장을 위해 무엇을 얼마나 지원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량 지표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K팝 산업의 외형이 커질수록 콘텐츠 제작과 공연, 상품 생산·물류 등을 함께 담당하는 외부 파트너의 지속가능성 역시 엔터사의 사업 경쟁력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급망 관리의 범위를 넓힐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K팝이 글로벌 산업으로 도약하면서 엔터사들의 덩치는 커졌지만, 함께 성장해야 할 외주 제작사나 협력사들의 처우는 과거 관행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며 “규범 서약이나 인권평가 등 공급망 관리를 넘어, 협력사가 체감할 수 있는 재무적 지원과 실질적인 상생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지속가능경영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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