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한화비전이 인공지능(AI) 카메라 중심으로 시큐리티 사업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고 있지만, 이익 성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미국 관세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제품 믹스 개선 효과가 뚜렷한 이익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비전 시큐리티 사업 핵심 제품군인 네트워크 카메라에서 AI 카메라 매출 비중은 올해 2분기 기준 59%로 집계됐다. 2024년 1분기 27%과 비교하면 2년여 만에 두 배 이상 높아졌다. AI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화비전은 광학 설계·제조와 영상 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영상 보안 전문기업이다. CCTV를 중심으로 한 시큐리티 사업이 주력이며, 반도체 장비와 공작기계를 만드는 한화세미텍을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AI 비중 확대와 함께 외형도 성장했다. 시큐리티 부문 매출은 2024년 1분기 3074억원에서 올해 2분기 3946억원으로 30% 가까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했다.
문제는 내실이다. 영업이익은 2024년 1분기 516억원에서 올해 2분기에도 516억원에 머물렀다. 매출이 30% 가까이 늘어나는 동안 이익은 멈춰 선 셈이다. 올해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31.7% 감소했다.
한화비전은 그간 AI 카메라 침투율 확대를 실적 성장의 핵심 축으로 제시해왔다. AI 기능이 적용된 카메라는 기존 제품보다 판매단가와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군으로 꼽힌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늘었음에도 제품 믹스 개선이 기대만큼 이익 증가로 이어지지는 못한 모습이다.
수익성 개선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는 원가 상승과 미국 관세 부담 등이 꼽힌다. 특히 제품 원가의 약 20%를 차지하는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이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올해 상반기 시큐리티 사업 부문의 원재료 매입액은 17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5% 급증했다. 이는 매출 증가율(7.9%)을 12배 이상 상회하는 수치다. 한화비전 별도 기준 매출원가율은 같은 기간 50.7%에서 54%로 소폭 상승했다.
생산 구조 역시 외부 변수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한화비전은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 상당 부분을 미국 시장에 공급하고 있으며, 이 제품에는 20%의 대미 관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한화비전 측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 요인에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한화비전 시큐리티 사업의 수익구조가 원재료 가격과 관세 등 외부 변수에 상대적으로 민감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제품 비중 확대에도 비용 부담이 빠르게 늘면서 제품 고도화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가 희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원재료 가격과 관세 등 외부 변수에도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는 원가 경쟁력과 가격 결정력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한화비전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한화비전에 대해 “올해 6월 판가 인상을 통해 제품 채산성을 일부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판가 인상이 수요 위축과 판매량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관세 부담과 핵심 반도체 부품 가격 상승분이 본격 반영되면서 올해 시큐리티 부문의 수익성은 지난해 대비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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