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신설 지주회사 출범을 앞두고 한화갤러리아가 서울 핵심 부지 매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표면적 명분은 계열사간 시너지 확대지만 일각에선 이 자산이 향후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의 신설 지주사 지배력을 굳히는 지렛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1일 한화갤러리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부터 최근까지 매입한 부동산 규모는 총 6487억원에 달한다. 2023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885억원)과 청담동(225억원) 부지를 잇달아 확보한 데 이어 작년에는 마포구 서교동 부지(875억원)를 매입했다. 올해 들어서는 중구 순화빌딩을 2135억원에 사들였고 이달 강남구 신사동 부지를 2367억원에 추가 매입하며 부동산 개발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특히 매입 규모가 크게 확대된 건 올해부터다. 올해 매입한 부동산 규모는 총 4502억원으로 이는 한화갤러리아의 작년 말 기준 자산총액(2조171억원)의 22.3%에 달한다.
한화갤러리아가 내세운 표면적인 목적은 사옥 활용과 시너지 창출이다. 한화그룹은 내달 1일 김 부사장이 거느리는 테크 및 라이프 부문 계열사를 신설 지주사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로 인적분할하기로 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순화빌딩은 신설 지주사 사옥으로 사용하고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과 인접한 신사동 부지는 고급 주거단지로 개발해 '하이엔드 라이프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한 자산으로 활용하겠단 전략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러한 알짜 부동산 매입 행보가 향후 김 부사장의 신설 지주사 지배력 강화를 위한 안배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한화는 올 1월 이사회를 열어 김 부사장이 전담해왔던 한화비전, 한화모멘텀, 한화세미텍, 한화로보틱스 등 테크 분야 계열사와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아워홈 등 라이프 분야 계열사를 총괄하는 신설 지주사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방식은 인적분할로 오는 8월 새로운 지주사가 출범할 예정이다. 인적분할은 한 회사를 사업부문별로 쪼개 별도 법인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기존 주주에게 지분율 그대로 새 회사 주식을 나눠준다. 따라서 기존 ㈜한화의 주요 주주 지분율(한화에너지 22.15%, 김동관 9.76%, 김동원·김동선 각 5.38%) 비율이 신설 지주사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김 부사장 입장에선 신설 지주사 출범 이후 지배력 확대라는 숙제가 남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김 부사장의 잇단 부동산 매입 행보가 향후 김 부사장이 보유한 한화갤러리아 지분과 형제들이 보유한 신설 지주사 지분을 맞바꿀 때 교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한다.
신설 지주사 내에서 김 부사장이 개인 명의로 직접 지분을 들고 있는 계열사는 한화갤러리아(지분 16.85%)가 유일하다. 그가 형제들과 주식 교환에 나설 때 한화갤러리아가 핵심 카드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 부사장 입장에선 한화갤러리아 가치를 끌어올려 신설 지주사와의 기업가치 격차를 최대한 좁혀야 신설 지주사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한화갤러리아의 자산 규모는 꾸준한 부동산 매입으로 2023년 말 1조 2316억원에서 2025년 말 2조171억원으로 63.8% 늘었다. 여기에는 최근에 매입을 결정한 순화빌딩(2135억원)과 신사동 부지(2367억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자산까지 단순 합산하면 한화갤러리아의 자산 가치는 총 2조4673억원까지 뛰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불어난 자산 가치가 주가에는 온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20일 기준 한화갤러리아의 시가총액은 3621억원으로 같은 날 ㈜한화의 시총(6조 1483억원)에 분할비율을 적용해 추정한 신설 지주사 시총(약 1조 4981억원)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시가 기준으로 지분스왑을 하면 협상 기준에서 김 부사장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반면 협상 기준이 자산가치로 설정될 경우 김 부사장은 같은 지분으로 훨씬 유리한 조건에 신설 지주사 지분을 넘겨받을 여지가 생긴다.
신설 지주사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 없이 계열사 지분만을 보유하는 데다 이 지분마저 시가가 아닌 장부가로 계상돼 있어 부동산 실물자산을 보유한 한화갤러리아에 비해 자산 규모가 작게 형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최근 한화갤러리아의 공격적인 부동산 매입은 회사의 '몸값'을 시가총액이 아닌 자산가치 측면에서 부풀려 향후 형제간 지분 교환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관련해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신설 지주사의 지배력 확대를 위해 자산 규모를 키우려는 목적은 아니다”라며 “최근 매입을 추진 중인 두 자산은 각각 입지적 희소성과 활용도가 높아 미래가치 상승이 기대돼 사업성과 활용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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