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한화그룹 내 반도체 제조 솔루션 기업 한화세미텍의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1953년 설립된 신한베어링공업에 뿌리를 둔 한화의 공작기계 사업은 70년 넘게 그룹 정밀 제조 장비 사업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업계에서는 공작기계 사업의 매출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데다 한화세미텍이 반도체 장비 전문회사로 정체성을 재정립한 만큼,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려는 포석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이번 논의가 (주)한화 측의 제안으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룹 차원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70년 역사 공작기계…줄어든 존재감
한화의 공작기계 사업은 1953년 설립된 신한베어링공업에서 시작됐다. 1964년 한국화약이 회사를 인수해 한국베어링공업으로 사명을 바꿨고, 1977년 창원 1공장을 준공하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1998년에는 국내 최초로 자동선반을 독자 개발해 경쟁력을 쌓았다. 이후 한화테크엠과 ㈜한화 기계부문, 한화정밀기계를 거쳐 현재의 한화세미텍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한화세미텍 내 공작기계 사업의 존재감은 줄어드는 모습이다. 한화세미텍 지분 100%를 들고 있는 한화비전 분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공작기계 매출은 1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 감소했다. 한화세미텍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6.8%에서 14.0%로 2.8%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연간 기준 공작기계 사업의 매출 비중도 14.7%에 머물렀다. 모회사인 한화비전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보면 비중은 지난해 3%대, 올해 1분기 2%대로 더욱 낮아진다.
반면 표면실장기술(SMT)과 반도체 장비 사업은 한화세미텍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두 사업의 매출 비중은 각각 60.9%와 24.1%, 올해 1분기에는 77.8%와 7.8%로 합산 비중이 모두 85%를 웃돌았다. SMT와 반도체 장비는 적용 공정은 다르지만 모두 전자·반도체 산업의 생산설비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사업적으로 맞닿아 있다.
◆ 반도체에 쏠린 투자…그룹 재편 연장선 해석
업계는 이번 매각설을 한화세미텍이 공작기계 비중을 줄이고 반도체 장비와 SMT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초 사명을 한화정밀기계에서 한화세미텍으로 바꾼 점도 이러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한화세미텍은 반도체와 기술을 결합한 이름으로, '종합 반도체 제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투자도 반도체에 집중되고 있다. 한화세미텍은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유상증자로 약 1000억원을 조달해 반도체 장비 사업 확대에 투입했다. 원자층증착(ALD) 장비와 플라스마 강화 화학기상증착(PECVD) 장비 등 전공정은 물론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겨냥한 열압착(TC) 본더와 차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등 후공정까지 아우르는 라인업을 다지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논의가 (주)한화 측의 제안으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룹 사업 재편과의 연관성을 키우고 있다. 한화그룹은 올해 초 한화비전과 한화세미텍, 한화모멘텀, 한화로보틱스 등 테크 계열사와 유통·서비스 계열사를 묶는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 설립을 결정했다. 오는 7월 출범 예정인 신설 지주사는 김승연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비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맡아온 테크·라이프 사업군의 독립 경영 기반을 마련하는 성격이 강하다.
업계에서는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도 계열사별 핵심 사업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세미텍이 반도체 장비와 SMT 중심으로 사업 정체성을 강화하면서, 전략적 비중이 낮아진 공작기계 사업의 향방을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력한 인수 대상자는 공작기계 1위 업체인 DN솔루션즈이다. 이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한화 측이 그동안 공작기계 사업 매각을 계속 검토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세미텍 측은 이번 매각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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