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호 기자] 국내 최초 IP(지적재산권) 전문 운용사인 아이디벤처스에는 투자 단계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다. 대상 기업의 특허가 실제 사업을 보호할 수 있는 지와 경쟁사의 특허로 사업에 제약을 받을 가능성을 살펴보는 과정이다. 하우스가 검토하는 사실상 모든 투자 건의 특허를 들여다보는 박성용 수석팀장은 이 두 가지 원칙을 철저히 준수한다.
연세대학교에서 화공생명공학과와 전기전자공학 두 가지를 전공한 그는 특허법인 IPS에서 변리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스타트업 관련 업무를 주로 맡으면서 벤처 생태계를 접했고 기술을 권리로 만들어 주는 것보다 기업 성장에 직접 관여하고 싶다는 생각에 2021년 아이디벤처스로 자리를 옮겼다.
변리사에서 투자자로 변신하면서부터는 기술을 바라보는 질문이 달라졌다. 특허 자체가 우수한 지를 넘어 실제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권리인 지를 따지기 시작했다. 특히 아이디벤처스의 IP 직접투자는 미래 성장성에 베팅하는 일반적인 VC 투자와 출발점이 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성용 팀장은 “기업 지분 투자가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라면 IP 투자는 현재 마련돼 있는 시장에서 시작한다”며 "이미 존재하는 기술과 시장에서 해당 IP를 활용해 바로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이디벤처스는 국내 최초이자 최다 IP 투자 실적을 보유한 지식재산권 전문 운용사다. 대개 VC가 지분 투자 이후 구주 매각이나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과 달리 특허 자체를 하나의 투자자산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이미 시장이 형성된 기술의 특허를 확보한 뒤 이를 사용하는 기업에 실시권을 부여하고 로열티를 받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필요하면 특허를 매각하거나 권리 행사를 통해 수익화할 수도 있다. 기업의 엑시트만 기다리는 대신 IP가 현재 시장에서 만들어낼 현금흐름을 투자 수익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IP가 기업의 부가적인 자산이 아니라 직접 수익을 만들어 내는 투자자산인 만큼 투자 전 권리의 실효성을 따져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박 팀장이 아이디벤처스의 투자 딜 전반을 들여다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투자 대상 기업의 특허가 실제 사업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 지, 반대로 다른 기업의 특허를 침해할 가능성은 없는 지를 사전에 점검한다.
박성용 팀장은 "특허 권리 범위는 문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우리에게 유리한 논리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어떤 반대 논리를 펼칠 수 있는 지도 함께 본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방의 논리가 더 강하다고 판단되면 투자 리스크로 보고 딜을 드롭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이후에는 기업의 IP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도 맡는다. 박 팀장은 특허 하나를 '창'에 비유한다. 아무리 강한 특허라도 하나만으로 기업의 기술 전체를 보호하기 어려운 만큼 핵심 사업을 둘러싼 여러 특허를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창 하나만 있으면 보호할 수 있는 범위가 좁기 때문에 다양한 특허를 확보해 기업을 고슴도치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기존 특허에서 추가 권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분할출원을 검토하거나 대학·공공연구기관 등이 가진 특허를 이전받도록 제안한다.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에는 글로벌 특허 확보도 강조한다. 단순히 특허 개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제품과 사업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촘촘하게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IP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는 도구이기도 하다. 기술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에 기업과 연구자들이 특허를 먼저 출원하는 만큼 관련 동향을 살펴보면 향후 성장 산업을 앞서 읽을 수 있다. 박 팀장은 "IP는 기술 산업이 오기 전에 먼저 온다고 이야기한다"며 "권리를 미리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특허 동향을 보면 앞으로 어떤 기술과 산업이 성장할 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VC가 숫자와 성장률로 기업의 가능성을 묻는다면 박 팀장은 특허의 문장 속에서 기업의 앞날을 들여다본다. 투자 전에는 그 문장이 사업을 지켜낼 수 있는지 따지고 투자 후에는 빈틈을 메울 새로운 권리를 쌓는다. 아이디벤처스에서 특허는 기업에 딸린 부속 자산이 아니라 투자 성패와 사업의 생존 가능성을 가르는 또 하나의 설계도인 셈이다.
◆ 벤처캐피탈리스트 박성용 약력
학력 :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전기전자공학과 학사, 변리사
주요 경력 : 특허법인 IPS
아이디벤처스 : 2021년 입사, 하우스 유일 변리사
주요 투자 포트폴리오 : 에스텔지아, 페스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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