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정부가 서울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용산 일대를 잇달아 공급 후보지로 거론하고 있지만 서울시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용산공원 내 용산어린이정원 부지 활용 방안을 검토했으나 지난 13일 발표된 8·13 공급대책에는 끝내 포함되지 못했다. 지난 18일 국무회의 이후에도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재명 대통령이 엇갈린 발언을 내놓으면서 갈등이 표면화되는 모습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용산공원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이유로 주택 공급에 반대하는 입장을 연일 밝히고 있다. 현행 법률상 공원 부지를 주택 공급 용도로 활용하려면 넘어야 할 절차도 적지 않아, 정부 계획대로 사업이 실제 추진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가 8·13 대책에서 서울 강서구와 경기 남양주시 등의 신규 공급 계획을 내놓으면서도 정작 용산은 포함시키지 못한 배경에 이 같은 중앙정부와 서울시 간 이견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용산어린이정원은 정부가 보유한 도심 국유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의 신규 주택 공급을 확대할 카드로 거론돼 왔다. 정부는 당초 용산공원 내 용산어린이정원 부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는 해당 부지가 포함되지 않았다. 용산어린이정원은 8·13 대책 발표 전부터 서울 도심의 신규 주택 공급 후보지로 거론됐지만, 정부와 서울시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정부는 용산공원 주택 공급 규모를 더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기존에 거론되던 용산어린이정원을 넘어 용산공원 전체를 대상으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원 부지와 별개로 서울시가 자체 추진 중인 용산국제업무지구(정비창) 역시 공급 물량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서울시는 주택 공급 물량을 기존 6000가구를 기준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주택 물량을 늘릴 경우 기반시설 계획 등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책 발표 이후에도 갈등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오 시장은 전일 국무회의 후 "재개발·재건축의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도록 막혀 있는 규제부터 풀어달라고 요청했다"며 "정부의 지난 8·13 대책에 서울시가 요구해 온 정비사업 관련 건의사항이 일부 반영된 것은 다행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과 용적률, 임대주택 비율 등 반드시 풀어야 할 규제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어 "'닥공'에도 원칙이 있다. 주택은 다른 곳에도 지을 수 있지만, 한번 사라진 도심 녹지는 다시 만들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같은 날 오 시장을 향해 "공급을 늘리자는 것이지, 집값을 폭등시킬 가능성을 높여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서울시 입장에서도 용산 개발은 단순히 주택 물량을 늘리는 문제로 보기 어렵다. 용산공원은 국가 차원에서 조성하는 대규모 공원이라는 상징성이 있고,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추진해 온 대형 개발사업이다. 주택 공급 물량을 확대할 경우 교통과 학교 등 기반시설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서울시가 사업 규모를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법적 절차 역시 변수다. 현행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은 국가가 용산공원 본체 부지 전체를 용산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원 외 목적으로 용도를 변경하거나 매각 등의 처분을 하는 것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을 실제 추진하려면 특별법 개정 등 법적 절차가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용산어린이정원 부지를 공원 조성 대상에서 어떻게 분리할지, 주택 공급을 허용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어떻게 마련할지 등이 선행돼야 한다.
여기에 반환 미군기지의 토양오염 조사와 정화 문제도 사업 추진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용산공원 부지는 100년 넘게 일본군과 미군이 군사용으로 활용했던 특수성 때문에 국민 안전을 위한 오염 정화 작업이 필수다. 문제는 그 기간을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2020년 8·4 대책에서 주택 공급지로 발표된 캠프킴 부지는 6년이 지난 지금도 정화 작업이 끝나지 않았다. 용산 개발을 결정하더라도 착공은 2030년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갈등은 20일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만나 용산공원 주택 공급 문제를 논의하는 데다, 같은 날 국회에서는 용산공원 부지의 개발 가능성을 열어주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용산공원 주택 공급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커지면서 청와대 차원에서도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공론화위원회'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용산 부지 개발은 정부의 공급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치"라며 "하지만 특별법 개정 논란과 장기간의 오염 정화, 서울시의 인허가권 방어라는 3중고를 넘어야 해 단기간 내 시장 안정 효과를 체감하기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을 것"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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